민주화와 평화통일운동에 앞장서는 등 한국 근현대사에 큰 발자취를 남긴 진보진영의 대표적 역사학자 강만길 고려대 명예교수가 23일 90세를 일기로 별세했다.
1933년 경남 마산에서 태어난 고인은 고려대 사학과를 졸업한 뒤 이곳에서 석·박사학위까지 받았다.
1959년부터 국사편찬위원회에서 일하다 모교 교수로 임용돼 학생들을 가르치다 1980년에 해직됐지만 4년 만에 복직해 근현대사 연구와 저술 활동을 활발히 펼쳤다.
민족문제연구소 창립 당시 고문을 맡았고 친일인명사전편찬위원회 지도위원, 월간 '사회평론' 발행인,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 통일협회 이사장, 친일반민족행위 진상규명위원회 위원장 등을 역임했다.
고인은 1978년 대표작 '분단시대의 역사인식'을 비롯해 '한국근대사', '한국현대사', '한국민족운동사론' 등 180여권의 저작을 남겼다.
분단 체제의 인식과 극복을 위한 실천을 강조한 그의 주장은 1980년대 이후 인문·사회과학 등 학계 곳곳에 큰 영향을 미쳤다는 평가를 받는다.
민족문제연구소와 내일을여는역사재단은 고(故) 강만길 명예교수가 "'한국근대사', '한국현대사', '한국민족운동사론' 등 180여 권에 이르는 선구적인 업적을 남겨 한국사 연구에 크게 기여했다"며 "평생을 한국사회의 민주화와 평화통일운동에 앞장서는 등 역사와 사회정의 실현을 위해 헌신했다"고 추모했다.
고인은 공로를 인정받아 중앙문화대상 학술대상(1992), 국민포장(1999), 단재상(1999), 한겨레통일문화상(2000), 만해상(2002·2010), 후광 김대중 학술상(2011) 등을 수상했다.
빈소는 서울 성북구 고려대 안암병원 장례식장 303호에 마련됐다. 발인은 25일 오전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