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라리아 퇴치국' 벗어난 한국…서울도 안심 못한다?[노컷체크]

2024년까지 말라리아 퇴치 인증 목표했지만 올해 벌써 192명 발생
1979년 말라리아 퇴치했지만…2000년대 다시 증가
올해 말라리아 환자 지난해보다 3.3배 증가…경각심 필요

스마트이미지 제공

◇ 조태임 > 한 주를 팩트체크로 정리하는 모아모아 팩트체크입니다. 오늘도 팩트체크 전문미디어 뉴스톱 선정수 기자와 함께 합니다. 안녕하세요. 오늘은 어떤 주제를 준비했나요?
 
◆ 선정수 > 2019년 6월17일 질병관리본부(현 질병관리청)는 '말라리아 재퇴치 5개년 실행계획'을 발표했습니다. 2023년까지 3년 연속 말라리아 환자발생을 0명으로 만들고 2024년에 WHO로부터 말라리아 퇴치 인증을 받는 게 목표였습니다. 이 계획은 지켜졌을까 알아봅니다. 그리고 우리나라에서 무슨 말라리아가 생기냐고 하실 분들 계실 텐데요. 말라리아 발생실태 짚어봅니다.
 
◇ 조태임 > 말라리아 재퇴치 5개년 실행계획. 좀 생소한데요. 먼저 설명 좀 해주시죠.
 
◆ 선정수 > 네 이 계획은 다분히 실추된 국가적 위신을 만회하기 위해 추진됐습니다. 2018년 당시 OECD 회원국 가운데 말라리이가 발생한 국가는 우리나라와 멕시코 뿐이었습니다. 우리나라는 10만명당 1명, 멕시코는 10만명당 0.6명의 말라리아 환자가 발생했습니다. OECD 회원국 중 말라리아 발생률 1위라는 불명예를 떨쳐버리기 위해 말라리아 재퇴치 실행계획을 세운 거죠. (지금은 콜롬비아가 1위이고, 코스타리카, 멕시코, 한국만 OECD 회원국 중 말라리아가 발생하고 있습니다. 중국도 2021년부터 말라리아 퇴치국으로 인증받았습니다.) 우리나라에서 발생하는 말라리아는 보통 삼일열 말라리아라고 하는 종류인데 치사율이 높지 않거든요. 그래서 매년 발생하고 있지만 유행지역에서 조차도 경각심이 그다지 높지 않다고 합니다. 걸려도 죽지 않는데 뭐, 걸리면 약 먹고 나으면 되지 뭐. 이런 식인거죠. 그래서 보건 당국이 이 후진국형 질병인 말라리아를 박멸하겠다고 팔을 걷어붙인 겁니다.
 
◇ 조태임 > 그런데 왜 재퇴치 계획인 거죠?
 
◆ 선정수 > 한반도에서 말라리아는 학질이라는 명칭이 따로 있을 정도로 토착병이었습니다. 일제시대와 2차세계대전을 거치며 증감을 거듭했는데요. 한국전쟁 기간 동안 발병이 크게 늘었다고 합니다. 이후 우리나라는 1963년 말라리아를 법정감염병으로 지정한 뒤 꾸준한 노력으로 1979년 말라리아 퇴치를 선언합니다. 그러다가 1993년 휴전선 접경 지역 인근에서 환자들이 다시 발생하기 시작했습니다. 1970년 1만5926명이던 말라리아 환자는 1979년 0명을 기록했다가 2000년 4183명으로 다시 늘었습니다. 이후 2010년 1772명, 2018년 576명까지 내려왔습니다.
 
◇ 조태임 > 원래 있었던 토착병이었는데 근절 선언을 했다가 다시 늘어났다. 그래서 다시 퇴치를 하겠다. 이런 취지였군요.
 
◆ 선정수 > 당초 계획은 2020년 10만명당 국내발병 환자수 0.1명으로 퇴치수준에 진입해 2021년부터 3년 연속 0건을 유지한 뒤 2024년 WHO로부터 말라리아 퇴치 인증을 받는 게 목표였습니다. 말라리아 환자 발생 통계를 보면 2019년 559명, 2020년 385명, 2021년 294명으로 줄어들다가 2022년 420명으로 다시 늘어났습니다. 올해 들어서는 192명의 환자가 발생했습니다.
 
◇ 조태임 > 그럼 목표를 달성하는데 실패했다고 봐야겠군요.
 
◆ 선정수 > 실패죠. 질병관리청 관계자는 "올해가 계획의 마지막 해인데 사실상 목표달성은 어렵다고 본다"며 "매우 도전적인 목표였다"고 털어놨습니다. 목표 달성 실패 원인은 코로나19에서 찾았습니다. 질병청과 일선 보건소 등 국내 모든 방역 자원이 코로나19 극복에 동원되다보니 말라리아에 대응할 여력이 없었다는 이야기죠.
 
◇ 조태임 > 의욕적으로 근절을 추진했는데 공교롭게도 코로나 팬데믹과 겹쳐서 제대로 대응을 할 수 없었다. 이해가 가긴 합니다만… 올해 이 말라리아가 급증세를 나타내고 있다죠?
 
◆ 선정수 > 코로나19 팬데믹(세계적 대유행)이 엔데믹(풍토병화)으로 전환되면서 한숨 돌리나 싶었는데 느닷없이 말라리아에 관한 소식이 들려왔습니다. 질병청은 지난 15일 "말라리아 환자가 전년 대비 3.3배 증가했다"며 주의를 당부했습니다. 올해 들어 6월10일까지 말라리아 환자가 173명 발생해 전년 같은 기간(53명)에 비해 3.3배 늘었다고 합니다. 지역별로는 경기(67.2%), 인천(10.9%), 서울(10.2%), 강원(5.1%) 순으로 환자가 많이 발생했습니다. 역학조사 결과 환자들이 말라리아에 감염된 것으로 추정되는 지역은 경기(파주시, 김포시, 연천군), 인천(강화군), 강원(철원군) 순으로 나타났습니다. 질병청은 말라리아 전파를 조기에 차단하기 위해 올해부터 말라리아 군집추정사례 및 시·도 경보체계를 도입했습니다. 위험지역 내 2명 이상의 환자가 30일 이내에 발생하고 환자 거주지간 거리가 1km 이내인 경우 군집 발병으로 추정한다는 것이죠. 환자들이 다른 지역에 다니러 갔다가 모기에 물려 말라리아에 걸린 게 아니라 일정한 거주지에 말라리아를 옮기는 모기가 살고 있고 이 녀석들 때문에 여러 사람이 말라리아에 걸린 것으로 추정한다는 뜻입니다.
 
◇ 조태임 > 파주와 김포는 말라리아 경보가 내려졌다구요?
 
◆ 선정수 > 올해 들어 이런 군집추정사례는 10건 발생했고, 그 중 환자가 3명 이상 발생한 파주시와 김포시에 대해 6월1일자로 말라리아 경보를 내렸습니다. 파주와 김포는 예전부터 말라리아 위험지역으로 꼽혔고 해마다 많은 환자가 발생하는 곳입니다. 그런데 이번 발표를 보면 서울이 군집추정사례에 포함됐습니다. 강서구에서 1km 반경 안의 지역에서 30일 이내에 2명의 환자가 발생한 겁니다.
질병청은 서울 11개 자치구를 말라리아 잠재적 위험지역으로 분류하고 있습니다. 강서구, 마포구, 은평구, 종로구, 성북구, 강북구, 도봉구, 노원구, 중랑구, 광진구, 강동구 입니다. 잠재적 위험지역은 위험지역과 인접한 지역 중 최근 3년 동안 1건 이상 환자가 발생한 시군구를 말합니다. 위험지역은 말라리아 퇴치사업 대상지역으로 인천, 경기, 강원 북부 내 30개 시군구입니다.
 
모기분류작업. 연합뉴스

◇ 조태임 > 서울에서도 말라라이 환자가 많이 발생하고 있는 것 같은데요. 왜 서울은 위험지역으로 분류되지 않았을까요?
 
◆ 선정수 > 최근 10년 동안 지역별 말라리아 환자 발생 통계를 살펴보면 경기도가 50.6%(3006명)으로 절반을 넘었고, 인천 15.6%(836명)과 서울 14.0%(749명)이 뒤를 잇습니다. 앞서 말씀드린 대로 경기 북부와 인천 지역은 말라리아 위험지역으로 구분돼 관련 예산을 지원받고 국가 사업의 대상이 됩니다. 그렇지만 서울은 '잠재적' 위험지역으로 분류될 뿐입니다.
 
2013년부터 서울 강서구의 말라리아 환자수는 69명에 이릅니다. 같은 기간 서울 강서구보다 말라리아 환자 발생수가 많은 인천의 기초자치단체는 강화군(204명), 서구(203명), 계양구(85명), 연수구(76명) 뿐입니다. 위험지역으로 분류된 미추홀구, 남동구, 동구, 부평구, 옹진군, 중구는 서울 강서구보다 환자수가 적습니다. 그런데도 서울 강서구는 말라리아 '잠재적' 위험지역으로 분류돼 있습니다.
 
서울 강서구는 말라리아 담당자들에겐 '보더라인' 또는 '엣지'에 해당하는 존재입니다. 야구로 치면 스트라이크존의 경계에 딱 붙어있는 구역으로 심판이 스트라이크로 판정해도 또는 볼로 판정해도 이상할 게 없는 그런 영역이죠. 말라리아 위험지역인 김포와 경계가 붙어있고 한강을 건너면 고양시입니다. 인접지역으로는 왕래하는 유동인구가 많을 수밖에 없는데 그 지역이 말라리아 위험지역이라는 겁니다.
 
 
 
◇ 조태임 > 그럼 서울 강서구 지역이 말라리아 위험지역으로 구분할 수 있을만큼 확실하게 파악할 수 있는 방법은 없을까요?
 
◆ 선정수 > 특정 지역에서 말라리아 감염 위험 여부를 파악하기 위해 가장 확실한 방법은 모기를 잡아다 분석하는 일입니다. 말라리아를 옮기는 모기는 얼룩날개모기라는 종인데, 이 모기가 말라리아 원충에 감염돼 있어야만 사람의 피를 빨 때 원충이 사람 몸으로 들어와 말라리아를 일으키게 됩니다. 따라서 모기를 잡아 얼룩날개모기의 비율이 얼마나 되는지를 따져보고, 채집된 얼룩날개 모기 가운데 말라리아 원충에 감염된 개체가 있는지를 점검하는 게 중요합니다. 물론 우리 보건 당국도 이런 작업을 매년 하고 있습니다. 다만 그 대상지가 말라리아 위험지역으로 구분된 인천, 경기, 강원 일부 지역 50곳으로 한정돼 있습니다. 그래서 서울 강서구에 말라리아 원충에 감염된 얼룩날개모기가 서식하는지 파악하지는 못합니다.
 
◇ 조태임 > 그럼 강서구에서도 모기를 잡아다가 분석을 해보면 되는 것 아닙니까?
 
◆ 선정수 > 결국에는 확률과 예산의 문제인데요. 질병청 관계자는 "가능성이 없는 것은 아니지만 강서구 지역에 말라리아 원충 감염 모기가 서식한다면 지금보다 발병환자 수가 더 많았을 것"이라고 추정했습니다. 현재 설치된 감시망을 기준으로 최남단 지역에선 말라리아 원충 감염 모기가 발견되지 않고 있기 때문에 감시망을 남쪽으로 더 끌어내릴 필요성은 느끼지 못한다는 설명도 덧붙였습니다.

여기에 비용 문제도 발생합니다. 모기를 잡기위한 장치를 설치하고 유지하는데도 비용이 발생하지만, 모기를 잡아서 유전자 분석을 하는데도 만만치 않은 비용이 든다고 합니다. 혈세가 투입되는 예산을 집행하는 일이라 비용효율성을 따져야 한다는 뜻이죠.
 
◇ 조태임 > 경기 북부, 인천 전지역, 강원도 일부지역이 위험지역이고, 서울 11개 자치구와 경기도 강원도 일부지역은 잠재적 위험지역이란 말이죠. 말라리아에 걸리면 증상이 어때요?
 
◆ 선정수 > 두통, 식욕부진, 오한과 고열이 나타나고 체온이 상승해 심하게 춥고 떨리는 증상이 나타나면 말라리아를 의심해봐야 합니다. 우리나라에서 발생하는 삼일열말라리아의 경우 48시간 주기로 오한, 발열, 발한 등이 반복적으로 나타나는 특징이 있습니다. 적절한 치료를 받으면 대부분 완치되고 사망사례는 가끔씩 보고되기는 하지만 2021년 이후엔 아직 없습니다. 위험지역을 다녀오셨는데 이런 증상이 나타난다면 즉시 병원으로 가서 검사를 받아야 합니다.
 
◇ 조태임 > 말라리아에 걸리지 않는 확실한 방법은 뭘까요?
 
◆ 선정수 > 우선 모기에 물리지 않는 겁니다. 모기에 물리지 않는 방법은 ▲해질녘에서 새벽까지 야외 활동을 자제 ▲실외활동시 모기 기피제 사용 ▲어두운 옷보다는 밝은 옷 착용 ▲긴소매 긴바지로 피부노출 최소화 ▲방충망 점검 등 실내 모기 유입 경로 차단 등을 권장합니다. 모기 발생 자체를 줄이는 방법으로는 생활 환경 주변에 물이 고인 웅덩이를 없애고 주기적으로 방제를 실시하는 것이 권장됩니다.
 
◇ 조태임 > 결국 예방이 가장 중요하고, 만약 의심되는 증상이 나타난다면 감기라고 그냥 넘길게 아니라 병원에 가서 정확한 진단을 받는게 중요할 것 같아요. 또 특히나 이제 여름휴가철이고 해외여행 많이 가실텐데, 해외에 나가기 전 주의사항등도 잘 숙지하면 좋을 듯 합니다.
 
<모아모아 팩트 체크>의생활 밀착형 아이템들을 책으로도 만날 수 있습니다. 선정수 기자가 쓴 신간 <가짜 과학 세상을 여행하는 팩트체커를 위한 안내서> 청취자 여러분에게 드립니다. 홈페이지 왼쪽 상단 <제작진에 바랍니다> 란에 이메일 주소 남겨주세요.
 
네, 그럼 선 기자와는 여기서 인사드릴게요 오늘도 고맙습니다
 
■ 방송 : CBS 라디오 <주말 뉴스쇼=""> FM 98.1 (07:00~08:55) ■ 진행 : 조태임 앵커 ■ 팟캐스트, 오디오클립, 유튜브 '노컷','김현정의 뉴스쇼'채널을 통해 다시듣기가 가능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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