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홈스쿨링' 등을 이유로 학교에 장기간 결석한 학생 약 7천 명을 조사한 결과, 20명에게서 '아동학대' 정황이 발견돼 경찰이 수사 중이다.
교육부는 23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이주호 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 주재로 열린 제5차 사회관계장관회의에서 이같은 내용을 담은 '장기 미인정결석 학생 합동 전수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미인정결석은 당국에서 인정하는 정당한 사유 없이 학생이 학교에 나오지 않는 경우를 이른다. 예를 들어 코로나19 확진이나 가정의 경조사 등은 출석 대체가 가능한 결석이지만, 가출 또는 비인가 교육시설에서의 학습 등은 미인정결석에 들어간다.
정부는 앞서 지난 2월 계모로부터 상습 학대를 당하다가 숨진 '인천 초등학생 아동학대 사건'을 계기로 합동조사에 착수했다. 생전에 피해아동은 두 달 넘게 초등학교에 결석해 당국의 집중관리 대상이었지만, 계모와 친부는 '집에서 가르치고 있다'며 학교 측의 안내를 거부한 것으로 파악됐다.
교육부·보건복지부·경찰청이 장기 미인정결석 학생 전원을 대상으로 조사에 나선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조사대상은 지난 3월 당시 '7일 이상' 등교하지 않은 유치원, 초·중·특수학교 학생 6871명이다. 의무교육 대상인 초·중학생 외 유치원생도 학대 우려가 큰 나이대인 점을 고려해 포함시켰다.
해당 학생들이 학교에 나오지 않은 주요 사유는 대안교육 이수, 가정 내 학습(홈스쿨링), 학교 부적응 등으로 나타났다. 학령대별로 유치원생이 5명, 초등학생 4053명, 중학생 2813명 등으로 집계됐다.
이들 대부분(6812명)은 이상이 없는 것으로 조사됐지만, 이상 징후가 감지된 59명에 대해서는 아동학대 신고를 하거나 수사를 의뢰했다.
정부는 이 중 20명은 실제 학대정황이 발견됐다며, 현재 수사가 이뤄지고 있다고 밝혔다. 이미 검찰에 송치된 4건을 제외한 16명과 관련해서는 경찰 수사가 진행 중이다.
교육부는 아동학대가 의심되는 이 학생들에 대해 아동보호전문기관에서의 상담 및 심리지원, 가정방문을 통한 수업 지원, 병원 연계 등의 지원을 제공했다고 전했다. 재학대 가능성이 우려되는 아동은 보호자와 즉각 분리조치했다.
이밖에 성장지원이 필요한 위기학생도 발굴했다. 학교·교육청·지자체는 이들에게 총 1943건의 교육·심리·정서·사례관리 등을 지원한 것으로 파악됐다.
교육부는 향후에도 아동에 대한 교육적 방임을 막고 학대 위기징후를 조기발견할 수 있도록 매년 7월·12월(연 2회) 장기 미인정결석 학생에 대한 정기점검을 실시할 계획이다. 학대 피해학생에 대한 회복 지원도 강화하기로 했다.
지속적이고 반복적인 결석이 이어질 경우, 반드시 정기 대면관찰을 실시하는 동시에 학교·교육청·지자체 등 유관기관과 학습·상담·치료 등을 지원할 방침이다.
한편,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이날 회의에서 '디지털 기반 자립준비청년 지원방안'을 발표했다. 인공지능(AI) 기술을 활용해 보호아동 시기부터 기초학습능력과 문해력 향상을 지원하고, 수준별 맞춤형 교육을 통해 디지털 역량을 강화하겠다는 게 핵심이다.
이 부총리는 "디지털 시대에서 원하는 진로를 설계하고 직업적 성취를 얻을 수 있도록 일자리 연계 및 진로 지원도 추진하겠다"고 말했다. 또 "지속적인 디지털 분야 민·관 협력을 바탕으로 자립준비청년 간 멘토링 활동을 활성화하고, 자립준비청년에게 필요한 디지털 제품·서비스를 확대 제공할 것"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