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이 윤석열 정부에 의해 임기 만료 두 달 전 면직된 한상혁 전 방송통신위원장이 면직 처분의 효력을 정지해 달라며 낸 집행정지 신청을 기각했다.
서울행정법원 행정1부(강동혁 부장판사)는 23일 한 전 위원장이 윤석열 대통령을 상대로 낸 면직 처분 집행정지 신청을 기각했다.
재판부는 "면직처분의 효력을 정지해 계속 방통위원장 직무를 수행하도록 할 경우 방통위 심의·의결 과정과 결과에 대한 사회적 신뢰뿐만 아니라 공무집행의 공정성과 이에 대한 국민의 신뢰가 저해될 구체적인 위험이 발생하여 공공복리에 중대한 영향을 초래할 우려가 있다고 인정된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TV조선의 심사 평가 점수 조작 사건과 관련해 윤 대통령이 면직 처분의 근거로 삼은 한 전 위원장의 비위 행위가 일부 인정된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형사 범죄 성립 여부는 별론으로 하더라도 방송의 중립성·공정성을 수호할 중대한 책무를 맡은 방통위원장으로서 그 직무를 방임하고 소속 직원에 대한 지휘·감독 의무를 방기했다고 평가할 수 있다"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신청인도 심사과정에서의 위법한 행위로 인해 기소됨에 따라 방통위가 정상적인 업무를 수행하는 것이 곤란한 상황에 처했다"며 "공정성·객관성·투명성이 보장되어야 하는 방통위의 심의·의결 과정과 결과에 대한 사회적 신뢰와 공공의 이익에 심각한 지장이 초래됐다"고 지적했다.
재판부는 국회의 탄핵소추에 의해서만 직무에서 배제될 수 있다는 한 전 위원장 측 주장에 대해서도 "위원장도 방통위원 중 1인에 해당하므로 면직사유가 있는 경우 면직이 가능하다"면서 받아들이지 않았다.
결국 재판부는 한 전 위원장의 신청을 기각하고, 면직처분의 효력을 인정했다. 면직으로 인해 한 전 위원장 개인에게 발생하는 손해보다 면직으로 지킬 수 있는 공공의 이익이 더 크다고 판단한 것이다.
앞서 윤 대통령은 지난달 31일자로 "방송통신위원장으로서 직접 중대 범죄를 저질러 형사소추되는 등 정상적인 직무 수행이 불가능한 상황에 이르렀다"라며 한 전 위원장을 면직했다.
한 전 위원장은 이에 면직 처분 취소 소송과 함께 효력을 멈춰 달라는 집행정지 신청을 제기했다. 이날 결정으로 한 전 위원장은 본안 소송의 결과와 관계없이 방통위원장 복귀가 사실상 불가능해졌다. 그의 원래 임기는 내달 말까지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