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022-2023시즌 하위권에 머문 KB손해보험은 분위기 쇄신을 위해 주장을 교체했다. 미들 블로커 김홍정(37·195cm)이 정민수에게 주장 완장을 넘겨줬다.
새롭게 주장을 맡게 된 정민수의 각오는 다부졌다. 22일 경기도 KB손해보험 인재니움수원에서 CBS노컷뉴스와 만난 그는 "주장이 된 만큼 더 높은 곳을 바라보고 있다"면서 "봄 배구 진출을 목표로 삼고 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정민수는 "먼저 전임 주장이었던 김홍정 선배에게 그동안 고생 많았다고 말해주고 싶다"고 전했다. 이어 "처음 주장을 맡았는데 아직 부족한 게 많다"면서 "코칭스태프와 선수들 사이에서 가교 역할을 하기 위해 노력하겠다"고 다짐했다.
지난 시즌 6위에 머물렀던 만큼 책임감을 갖고 반등을 이끌겠다는 각오다. 정민수는 "올해는 팀이 더 끈끈해질 수 있도록 힘을 보태고 싶다"면서 "선수들한테 책임감을 갖고 더 노력을 해야 한다고 강조하고 있다"고 말했다.
팀이 부진했던 원인에 대해서는 "블로킹과 리시브 능력이 떨어졌다"고 설명했다. 정민수는 "나를 비롯한 리시브를 맡는 모든 선수들이 더 책임감을 갖고 노력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높이는 지난 시즌에 비해 좋아졌다. 충분히 상대를 위협할 만한 수준이라고 본다"고 자신감을 드러냈다.
주장 정민수는 어떤 리더십을 보여줄까. 그는 "성격이 외향적인 편이라 주장에 잘 어울린다고 생각한다"면서 "선수들에게 채찍을 주면서 더 잘할 수 있도록 이끌고 싶다"고 말했다. 이어 후배들에게 "자기 개발을 강조하고 싶다"면서 "개개인의 실력이 좋아져야 팀이 더 높은 곳으로 올라갈 수 있다"고 진심 어린 조언을 건넸다.
정민수는 황승빈의 합류를 크게 반겼다. 그는 "세터는 배구에서 중요한 포지션이다. 새 시즌을 앞두고 (황)승빈이가 합류해 기대가 크다"면서 "(황)택의도 잘하는 선수지만 승빈이의 스타일에 맞춰 새롭게 바뀔 모습이 기대된다. 모두 승빈이한테 거는 기대가 크다"고 말했다.
대표팀에서 동고동락했던 만큼 황승빈에 대해 잘 알고 있었다. 정민수는 "진지하고 강인한 성격을 지녔고, 끊임없이 노력하는 선수"라며 "아직 선수들과 호흡을 맞춰본 지 얼마 안 됐지만 충분히 능력이 있는 선수이기 때문에 큰 도움이 될 것 같다"고 기대했다.
이외에도 새 시즌 활약이 기대되는 선수가 많다. 정민수는 아웃사이드 히터 홍상혁(26·193cm)과 미들 블로커 우상조(32·196cm)가 팀의 주축이 되길 바란다.
정민수는 홍상혁에 대해 "피지컬과 배구 지능이 뛰어난 선수인데 아직 실력 발휘를 하지 못했다"면서 "평소 (홍)상혁이한테 채찍질을 많이 하는데 그만큼 팀의 기둥이 돼줄 거란 기대가 크다"고 말했다. 우상조에 대해서는 "속공과 체공 등 재능을 타고난 선수"라며 "기회를 많이 못 받았지만 착실하게 준비했고 열심히 운동해왔다. 새 시즌에는 많은 기회를 받을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했다.
황택의, 나경복(29·198cm), 김도훈(26·182cm) 등은 새 시즌을 앞두고 군에 입대했다. 정민수는 주장으로서 이들을 향한 격려의 메시지도 빼놓지 않았다.
정민수는 "군 생활에 대해서는 내가 해줄 말이 없다. 하지만 전역하기 전까지 몸 관리를 잘 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나)경복이는 훈련소에서 9kg을 감량했다. 그만큼 배구에 애착이 많은 거라 칭찬해주고 싶다"면서 "택의도 대표팀에서 주장을 맡은 만큼 몸 관리를 잘하고 있다고 들었다"고 흐뭇한 미소를 지었다.
지난 시즌 자신의 백업 역할을 맡은 리베로 김도훈에 대해서는 남다른 애정을 드러냈다. 정민수는 "(김)도훈이는 사실 재능이 있고 잘하는 선수인데 나 때문에 기회를 받지 못했다"면서 "상무에 간 게 좋은 기회라 생각한다. 경기를 뛰면서 감각을 익히고 돌아오면 충분히 내 자리를 위협할 수 있을 것"이라고 응원했다.
어느덧 데뷔 10년 차 시즌을 앞둔 베테랑이지만 봄 배구 무대는 아직 단 한 번밖에 밟아 보지 못했다. 정규 리그 2위에 오른 뒤 포스트 시즌 플레이오프에서 한국전력을 꺾고 챔피언 결정전에 진출했던 2021-2022시즌이 유일하다.
첫 봄 배구와 첫 챔피언 결정전을 동시에 경험한 영광스러운 순간이었다. 하지만 정민수는 우승을 놓친 것이 자신의 탓이라며 자책하고 아쉬워했다.
정민수는 "전역한 뒤 첫 시즌이었고, 시즌 중 합류해 호흡을 맞출 시간이 부족했다"면서 "내가 더 잘했다면 팀이 우승을 할 수 있었을 거라 생각한다"고 돌아봤다. 이어 "리베로는 동료들을 챙기고 이끌어야 하는 포지션인데, 내가 적응이 안 된 상태여서 신경 쓰지 못한 부분이 많았다"고 고개를 숙였다.
개인적인 목표도 숨기지 않았다. 지난 시즌 디그 4위(세트당 2.200개), 리시브 6위(37.77%)에 머물며 개인 성적도 만족스럽지 않았다. 이에 정민수는 "어렸을 때는 리시브나 디그 부문 1~2위를 놓쳐본 적이 없는데 이번에는 떨어졌다"면서 "내가 못해서 떨어진 거다. 잘하는 선수들이 많지만 나도 몸 관리를 잘하면 충분히 1~2위를 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자신감을 드러냈다.
정민수 하면 대표팀 이야기도 빼놓을 수 없다. 2014 인천아시안게임 동메달, 2018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 은메달의 주역으로 활약했다.
하지만 대표팀은 오는 7월 열릴 아시아배구연맹(AVC) 챌린저컵 출전을 앞두고 세대교체를 감행했고, 베테랑인 정민수는 엔트리에 이름을 올리지 못했다. 박경민(24·현대캐피탈)과 오재성(31·우리카드) 대신 차출됐다.
정민수는 엔트리 탈락을 덤덤하게 받아들였다. 그는 "세대교체 때문이라기보단 내가 실력이 안 돼서 못 갔다고 생각한다. (박)경민이와 (오)재성이가 나보다 잘해서 들어간 것"이라면서 "대표팀에 가지 못한 건 속상하지만 나보다 잘하고 있기 때문에 빛을 봐야 하는 게 맞다"고 고개를 끄덕였다.
그럼에도 오는 9월 열릴 2023 항저우아시안게임 출전에 대한 욕심은 숨길 수 없었다. 대표팀을 이끄는 임도헌 감독은 최근 베테랑들의 추가 발탁 가능성에 대해 언급한 바 있다. 정민수는 "아시안게임에 대한 욕심이 있다. 항상 준비는 하고 있다"면서 "앞선 두 대회에서 동메달과 은메달을 땄다. 이번 대회에서는 금메달을 딸 차례이기 때문에 내심 욕심이 난다"고 의욕을 보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