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군의 '태세 변환'…文정부 '항모' 지우고 '드론'으로[안보열전]

■ 방송 : CBS 라디오 <정다운의 뉴스톡 530>
■ 채널 : 표준FM 98.1 (17:30~18:00)
■ 진행 : 정다운 앵커
■ 패널 : 김형준 기자


[앵커]
국방과 외교, 통일 이슈를 파고드는 새 코너입니다. 안보열전, 김형준 기자 어서 오세요.

그간 이슈 있을 때마다 얼굴은 참 자주 비췄었는데 앞으로 더 자주 뵙겠네요. 오늘 주제는 뭔가요?

[기자]
정부가 바뀌면서 해군도 태세 변환을 했다.

[앵커]
물론 정부가 바뀌면 많은 게 바뀌고 또 군사전략도 바뀔 텐데, 굉장히 이게 덩치가 큰 변화잖아요? 뭐가 바뀐 거예요?

[기자]
전임 문재인 정부에서 해군의 숙원사업이자 국책사업이었던 무기체계가 하나 있어요. 바로 항공모함입니다. 전투기를 탑재하고 바다 위 하늘에서 공중 전투를 벌일 수 있는 현대 해전의 핵심 전력이고요.

뉴스에서 미 해군의 전략자산인 원자력 항공모함이 부산에 들어왔다, 이런 이야기 많이 들으셨을 겁니다. 그게 이거예요.

[앵커]
윤석열 정부에서 1년 동안 지켜보셨잖아요. 뭐가 바뀌었어요?

[기자]
공개 석상에서 항공모함 사업이 안 보입니다. 제가 가만히 지켜봤거든요. 취재를 좀 더 해 보니까 항모 대신에 흔히 드론이라고 불리는 무인기를 보다 중심에 두려는 기류가 커 보입니다.

[앵커]
맞아요, 이 정부에서 드론 이야기를 참 많이 했는데 그런 포인트, 그러니까 그냥 '내 눈에 안 보입니다'가 아니라, 어디서 읽으신 거예요?

[기자]
제가 2주 전 부산에서 열린 국제해양방위산업전, MADEX에 다녀왔는데요. 방위산업은 원래 정부의 기류에 아주 크게 영향을 받습니다. 그럴 수밖에 없는 게, 방위산업의 유일한 고객이 국가거든요. 그래서 이런 행사를 가 보면 전력사업의 방향을 어느 정도 알 수가 있어요.

이번 마덱스에서 우리 해군도 부스를 내고 이런저런 홍보를 하는데, 여기에서 2년 전과 달리 항공모함에 대한 언급이 전혀 없었습니다.

2년 전에 제가 똑같은 행사에 갔다 왔었거든요. 당시에는 해군이 항모 도입의 필요성을 홍보하고 이를 통해서 국회에서 예산을 확보하기 위해서 굉장히 바쁘게 움직였거든요.

2021년 MADEX에서 해군이 전시한 항공모함 모형. 김형준 기자

그때 항공모함 모형만 3개가 전시됐습니다. 일단 우리 해군에서 하나가 나왔고, 대우조선해양, 지금은 한화에 인수합병돼서 한화오션이 됐는데 여기서 하나, 현대중공업, 지금은 HD현대중공업이라고 하는데 여기서도 하나, 모두 3개의 항공모함 모형을 각각 제시했었거든요.

이번엔 기류가 많이 달랐습니다. 해군의 역점사업은 항공모함이 아니라 해양 유무인 복합체계, '네이비 시 고스트'라는 걸로 대체됐어요. 직역하면 바다의 유령이란 말이죠. 앞으로 바다에서도 드론으로 싸우겠다, 이런 비전을 내놨고요.

이건 이미 올해 3월 국방부의 국방혁신 4.0에서도 'AI 과학기술강군 육성'이라는 목표를 통해서 강조된 바가 있습니다.

올해 MADEX에서 HD현대중공업이 전시한 무인전력지휘통제함 모형. 김형준 기자
올해 MADEX에서 한화오션이 전시한 무인전력지휘통제함 모형. 김형준 기자

전에 항공모함 모형을 전시했던 2개 방산업체는 이번에 무인전력지휘통제함, 즉 드론 항모 모형을 내놓았습니다. 그나마 HD현대중공업에서 KF-21 보라매 전투기, 우리나라가 개발한 국산 전투기죠. 이걸 기반으로 만드는 항공모함에 탑재하는 전투기, 즉 함재기를 탑재하는 항공모함 모형을 전시했는데, 이건 업체 자체적으로 제안한 거예요. 정부의 방향성과 관계없이.

부산 해군작전기지에서 한화시스템의 무인수상정 '해령'과 LIG넥스원의 무인수상정 '해검'이 운용 시범을 보이고 있다. 해군 제공

여기에 더해 해군은 부산작전기지를 취재진에게 개방해서 각 방산업체들의 무인기들이 시범을 보이는 장면까지 공개를 했어요. 그러잖아도 육해공군의 드론을 총괄해 전략적 임무를 수행하겠다는 드론작전사령부가 올해 9월에 창설될 예정입니다.

[앵커]
정부뿐만 아니라 방산업체들도 항모에서 다 드론으로 방향을 틀었다, 그런 장면을 현장에서 보고 오신 거네요.

[기자]
예, 물론 미래의 일이겠지만 아무래도 그런 기류가 커 보여요.

[앵커]
그런데요, 뭐 기술이 발전하고, 앞으로 초저출생이잖아요, 인력이 부족할 테니까 드론 운용 방향은 맞는 것 같아요. 잘 모르는 제가 생각했을 때도. 그런데 이미 항공모함 사업에 지난 5년간 정부에서 돈을 꽤 들였을 것 아닙니까? 그건 그럼 완전히 폐기되나요? 어떻게 됩니까?

[기자]
조금 복잡한 얘긴데 작년, 그러니까 재작년에 확정된 2022년 예산안에서 기본설계 예산 72억원까지는 확보를 했거든요. 근데 이 예산 아직 안 썼습니다. 설계도 안 한 거예요, 아직.

2022년 대한민국 방위산업전(DX 코리아)에서 전시된 KF-21 보라매 기반 함재기(KF-21N) 모형. 한국항공우주산업(KAI) 제공

일단 지금 항모에 탑재하는 전투기, 즉 함재기와 관련해서 KF-21 보라매 전투기 기반으로 함재기를 개발하고 또 그걸 탑재할 수 있는 항모를 개발할 수 있을지 연구 용역을 진행하고 있거든요. 현재진행형입니다. 이것 때문에 현재 기본설계를 진행하지 않고 있습니다.

[앵커]
그러면 설계 자체가 진행이 안 됐다고 하니까, 윤석열 정부에서 항모 사업을 접고 드론으로 넘어가도 크게 손해 보는 일은 아닌 거네요?

[기자]
공식적으로는 아예 접는다는 얘기는 없었습니다. 다만 항모라는 게, 항모뿐만 아니라 또다른 전력들도, 비용과 시간이 많이 드는 만큼 얼른 전력화해야 우리가 생각하는 전략적 용도에 맞게 쓸 수가 있는데, 그게 아마 늦어지겠죠.

그런데 시간이나 비용적 손해만 문제가 아니고요, 정부가 바라보는 전략환경에서 뭐를 우선할지에 대한 평가가 정권이 바뀌면서 달라졌다는 그런 부분을 더 주목해서 보셔야 합니다.

[앵커]
단순히 전 정권 사업이라 뒤집으려는 건지, 아니면 다른 이유가 있다는 말씀이신가요?

CBS노컷뉴스 취재진과 인터뷰하는 이종섭 국방부 장관. 박종민 기자

[기자]
제가 지난해 연말에 이종섭 국방부 장관을 1대 1로 만나서 인터뷰했었어요. 그 때 항모와 관련해서 질문을 했었는데 답변이 이렇습니다. "전 정부에서는 북한의 위협이 점차 줄어들고 비핵화도 이뤄질 것이라고 상황을 평가했다." 실제로 북미 비핵화 협상을 진행했었잖아요. "이걸 전제로 해서 우리의 군사력은 북한뿐만 아니라 주변국까지, 좀 더 멀리 봐야 한다는 것이었다"는 얘긴데요.

그런데 이 비핵화 협상이 잘 안 되고 윤석열 정부로 넘어왔잖아요? 그러면서 이런 전략환경이 변했다는 게 이종섭 장관의 설명입니다.

[앵커]
전략환경이 변했기 때문에 항모가 아니라 드론이 좀더 중요해진다?

[기자]
네, 지금은 북한 핵과 미사일 위협에 대응하는 게 우선이라면서, "항모가 있으면 북한 위협에 대응하는 데 도움은 되지만, 예산이 수십조원 들고 운영유지비도 어마어마하게 드는데, 우선순위를 고려할 수밖에 없다", 이렇게 이야기하시더라고요.

[앵커]
일리가 좀 있는 얘긴가요? 어떤가요?

[기자]
네, 어느 정도 일리가 있습니다. 일리가 있는 이야기지만, 경남대 조재욱 교수는 지난해 연구논문에서 문재인 정부의 항공모함 사업과 전시작전통제권 전환에 부정적이었던 육군 장성 출신들이 윤석열 정부에서 국방부의 요직을 차지함에 따라 항모 사업이 이번 정부에서 진행되기 힘들 것이라고 관측했습니다. 쉽게 말해서 시간만 끌다 유야무야되는 것 아니냐, 이런 얘깁니다.

[앵커]
잘 모르는 제 입장에선, 항모를 쓰면 어떤 것에 대비하기가 좋고 드론을 쓰면 또 어떤 전략에 대비하기가 좋은가요?

올해 MADEX에서 HD현대중공업이 전시한 KF-21N 함재기 기반 항공모함 모형. 김형준 기자

[기자]
항모를 쓰면 바다에서 공중우세를 달성할 수가 있습니다. 공중우세가 뭐냐, 우리가 제공권이라고 흔히 얘길 하잖아요. 전투기들이 바다의 하늘을 확보함으로써 시야를 확보할 수도 있고, 전투기에서 떨어뜨리는 항공폭탄 이런 게 위력이 굉장히 강해요. 그냥 포를 쏘는 것보다 훨씬 더 강하거든요. 그런 식으로 적함을 탐지하고 추적하고 공격할 수 있는 능력을 갖추게 된다는 겁니다.

[앵커]
이걸 접고 드론으로 넘어가도 되는 상황이예요? 북핵, 미사일 위협이 계속 있는데?

[기자]
드론 같은 경우 이런 장점이 있어요. 함재기는 어쨌든 사람이 타야 하거든요. 그런데 드론엔 사람이 타고 있지 않습니다. 그러니까 공격을 받아도 인명피해가 전혀 없고 새로운 드론을 또 내보내면 되고, 여러가지 작은 드론들이 떼로 몰려가는 군집이라는 게 가능해지거든요.

군집의 장점이 뭐냐면, 떼로 몰려가면 상대하는 입장에서 한두대, 두세대, 서너대 어떻게 할 수 있거든요. 근데 수십대가 몰려가요.

[앵커]
그건 또 대응이 잘 안 돼요?

[기자]
막기 아주 힘들죠.

[앵커]
그렇군요. 이 부분과 관련해서는 단순히 이런 전략적인 어떤 변화만이 정부가 바뀜으로서 군사전략의 변화를 이끌어 낸 것인지, 아니면 조금 더 디테일한 정치적인 이슈까지 숨어 있는지. 유튜브에서 본방송 이후에 김형준 기자와 같이 이어가도록 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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