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규홍 보건복지부 장관이 22일 일본 후쿠시마 원전의 오염수가 음용 기준을 충족할 경우 "마실 수 있다"는 입장을 밝혔다.
이날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전체회의에 출석한 조 장관은 '(한덕수) 총리가 후쿠시마 오염수 정화 후 (음용)기준에 맞으면 마시겠다고 했는데, 장관도 그런가'라는 신현영 더불어민주당 의원의 질의에 "네, 마실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답변했다.
다만 "(오염수가) 과학적으로 처리된다는 것 하나, 그 다음에 WHO(세계보건기구)의 음용기준을 충족해야 한다"고 전제를 달았다. 조 장관은 "(그 기준을 충족한다면) 후쿠시마 바닷물이라고 해서 (특별히) 차별적으로 대우할 필요는 없다고 생각한다"고 부연했다.
신 의원이 재차 '그래서 마시겠다는 건가'라고 묻자, 조 장관은 "그렇다"라면서도 "그런데 지금도 우리 바닷물이 안전하다고 해서 바닷물을 먹는 사람은 없지 않나"라고 받아쳤다.
앞서 신 의원은 "원전수가 과학적·의학적으로 안전한지 여부는 10년, 20년이 지나야 논란이 종식될 수 있다", "그때는 이미 안전하다고 떠든 자와 안전하지 않다고 받아친 사람은 없고 병든 국민만 남아있을 것" 등 10·29 이태원 참사 유가족의 발언 일부를 인용했다.
해당 유가족은 "참담한 건 누군가 씌운 '과학'이란 프레임"이라며 "국민의 안전에 해가 될 수 있다면 안전이 확인될 때까지 막아야 하는 것 아닌가"라며 "그게 상식이고, 국민을 대표하는 사람들이 마땅히 해야 할 일"이라고 주장한 것으로 파악됐다.
같은 맥락에서 신 의원은 '의학적 기준으로 낮은 수준의 노출이라 해도 만성적으로, 반복적으로 노출되면 체내에 (유해물질이) 축적될 수 있을 것 같다. 그런 부분도 고려하느냐'고 질문했다. 그러자 조 장관은 "(당연히) 그런 것도 다 음용기준의 요건"이라며 "누적돼서도 몸에 괜찮은 걸로 나오기 때문에 음용기준을 만든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대답했다.
그럼 영유아·청소년을 포함해 '(장관의) 자녀·손주들이 마셔도 괜찮다고 말할 수 있나'라는 질의가 이어지자, 조 장관은 "다른 사람에게 권유한다는 의미가 아니라, 안전성 여부를 객관적 사실과 과학적 근거에 기반해서 판단한다는 것"이라며 "국제법과 국제 기준에 부합하지 않게 처리된다면 그걸 단호히 거부하겠다는 게 정부의 입장"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만약 수십 년이 지나 오염수로 인한 환자가 생긴다면 정부가 책임지고 보상하겠느냐'라는 물음에는 "가정을 전제로 답변드리는 건 적절하지 않다"면서도 "정부가 어떤 행정조치를 취하지 않아 국민들에게 피해가 발생한다면 국가배상법 등 절차나 조건에 따라 배상할 수 있지 않나 생각한다"고 답했다.
지영미 질병관리청장은 신 의원이 같은 취지로 질문을 던지자 "저도 (한 총리·조 장관과) 같은 생각"이라며 "과학적인 방법으로 처리가 되고 국내 기준에 맞는다면 마실 수 있는 조건은 충족한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신 의원이 '의사로서 그리고 전문가로서, 질병청장으로서도 마실 수 있다고 답변한 게 맞나'라고 확인하자 지 청장은 "전제조건은 말씀드렸다"고 에둘러 수긍했다.
오유경 식품의약품안전처장 역시 "(총리와 장관은) 과학적으로 처리돼 기준에 적합하다면 마실 수 있다는 취지로 말씀하신 것으로 알고 있다"며 "저도 두 분의 생각과 다르지 않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