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간호협회(간협)가 진료보조(PA·Physician Assistant) 간호사 등에게 '업무범위 밖' 의료행위를 강요한 의료기관 70여 곳을 국민권익위원회에 신고하겠다고 밝혔다.
간협은 윤석열 대통령의 거부권 행사 직후인 지난달 17일부터 간호법 제정이 무산된 데 반발해 불법진료행위를 거부하는 이른바 '준법투쟁'을 벌여왔다. 협회는 일선 간호사들을 포함해 환자·보호자 등으로부터 관련 신고를 접수해오기도 했다.
간협에 따르면, 22일 오후 2시 기준으로 불법진료 신고센터에 들어온 신고는 총 1만 4490건이다.
앞서 센터 운영이 개시된 지난달 18일에는 1시간 반 만에 접속 폭주로 서버가 다운됐고, 닷새 동안 1만 2천여 건의 신고가 접수됐다. 다만, 이후 업무상 불이익과 부당대우 등을 두려워한 간호사들이 늘면서 일평균 신고가 200여 건으로 크게 줄었다는 게 협회의 설명이다.
그간 간협은 변호사·노무사 등 전문가들로 구성된 '간호사 준법투쟁 TF(태스크포스)'를 꾸려 불법의료행위가 벌어진 의료기관에 대한 고소·고발 방법을 논의해 왔다. 신고 회원들을 보호하고 후속 조치를 진행하기 위해서다.
그 일환으로 지난 20일 근로기준법 위반 사례가 확인된 병원 4곳의 관할 지역인 서울, 경기도 평택, 경북 포항, 경남 창원 고용노동청에 근로감독을 요청하기도 했다.
오는 26일에는 권익위 '국민신문고'를 통해 신고된 의료기관 79곳을 신고할 예정이다. 간호사에게 불법 의료행위를 강요한 상급종합병원, 국·공립병원, 500병상 이상을 보유한 대형병원 중 '의료법 위반 신고'가 50건 이상 들어온 경우에 해당된다.
지역별로 살펴보면 수도권에 절반 이상(58.2%·46곳)이 몰려 있었다. 서울에 위치한 병원이 23곳으로 가장 많았고 △경기 19곳 △대구 6곳 △부산 5곳 △인천·대전 각각 4곳 △강원·전북·경남 각각 3곳 △광주·충남 각각 2곳 △울산·세종·충북·전남·경북 각각 1곳이다.
간협은 같은 날 세종시 소재 보건복지부 청사도 항의 방문할 계획이다. 의료계 갈등을 중재하고 법안에 대해 중립적 태도를 취해야 할 복지부가 간호법 반대단체들의 주장을 일방적으로 전달하는 등 법안 관련 허위사실을 유포했다는 이유에서다.
또 조규홍 복지부 장관에게 간호사 본연의 업무가 아닌 처방·시술 등을 담당해온 PA 간호사 문제 등을 묵인·방관한 데 대한 비판도 쏟아낼 전망이다. '간호법을 좌초시킨 것은 간호사들에게 사실상 일을 하지 말라는 의미'라며, 한 달 넘게 전개한 반납운동으로 모인 간호사 면허증 4만여 개도 전달한다.
간협은 이 자리에서 '불법진료 행태 근절'과 '간호사 업무범위 명확화' 등을 재차 정부에 요구할 방침이다.
김영경 간협회장은 "간호법 관련 준법투쟁을 진행하며 의료기관에서 근로기준법과 의료법을 위반한 심각한 불법사례들을 확인했다"며 "국민 건강과 환자 안전을 위협하는 병원 내 불법행위를 바로잡기 위해 적극 나설 것"이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