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 최초로 광주 동구에서 창단된 발달장애인 청소년 야구단이 후원이 끊기면서 운영을 중단할 위기에 처했다.
관할 지자체인 광주 동구청은 고향사랑기부제 등을 통해 야구단 운영 자금 마련에 나섰다.
광주에 사는 발달장애인 청소년 등 25명이 참여하고 있는 광주 이스트 타이거(East Tiger) 야구단. 중학교 1학년부터 성인이 이어서도 활동을 이어가고 있는 발달장애인 등이 활동하고 있다.
전국에 발달장애 청소년이 활동하는 야구단은 2곳으로, 광주장애인복지관 소속 이스트 타이거 야구단과 화성시동탄아르딤복지관 소속 아르딤타이거즈가 있다.
이스트 타이거 야구단은 지난 2016년 창단된 이후 매주 토요일 오전 광주 일대 야구 훈련장에서 캐치볼과 수비, 타격 등 야구 포지션별 훈련을 이어오고 있다.
광주 동구 리틀야구단 수석코치의 지도를 받으며 티볼과 소프트볼 팀들과 교류 경기도 펼치고 있다. 특히 지난 2018년에 이스트 타이거 야구단 소속 팀원 8명은 평창동계올림픽 성화 봉송 주자로 참여하기도 했다.
이스트 타이거 야구단은 복지시설이나 단체를 후원하는 사단법인 그린라이트가 해마다 지원한 후원금 1500만 원으로 운영돼 왔다. 운영비에는 야구단 훈련을 할 수 있는 실외 야구 경기장 대관비와 단복 구매비, 코치 선임비 등이 포함돼 있다.
그러나 이스트 타이거 야구단은 최근 활동 중단 위기를 맞았다.
그린라이트의 지원은 최대 6년으로 한정돼 있어 지난 2021년을 마지막으로 후원금 지원이 이뤄지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야구단에 아이들을 보내는 학부모들은 공동모금을 진행하는 등 팀 해체를 막기 위한 노력을 이어오고 있지만 어려움이 크다.
정기 연습이 아닐 때는 동구장애인복지관 3층에 마련된 작은 운동장에서 훈련이 진행된다. 하지만 천장은 천막으로 막혀 있고, 공간도 무척 작아 자유롭게 연습할 수 없다.
또 성장기에 있는 아이들의 단복이 맞지 않아도, 운영비가 부족해 새로 구매하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다.
이스트 타이거 야구단을 운영하는 광주동구장애인복지관 한상원 팀장은 "이스트 타이거 야구단은 그 자체로도 의미도 있지만 실제 참여하는 아이들이 큰 흥미를 느끼고 야구 쪽으로 나가고 싶어 하는 아이들도 있어 야구단을 지속적으로 운영할 필요가 있다"며 "학부모들도 야구단이 계속 유지되길 바라며 재원을 마련할 수 있는 여러 가지 방안을 찾아보고 있는 중"이라고 말했다.
광주 전체 발달장애인 8679명 중 만 19세 이하 지적장애인은 19%(1659명), 자폐성장애인은 7%(680명)로 총 26%에 달한다. 이들이 성인이 돼 자립하기 위해서는 지역사회에 적응할 수 있는 사회성을 기르는 것이 중요하다.
이스트 타이거 야구단은 팀 단위로 운영되기 때문에 작은 사회의 역할을 해, 실제로 발달장애 청소년들이 야구단 활동을 통해 사회성을 기르는 데 큰 역할을 하고 있다.
임미애 이스트 타이거 야구단 학부모는 "발달장애인 아이들은 새로운 환경에 적응하는 걸 무척 어려워하는데 우리 아이 같은 경우도 오래 야구단에서 활동하면서 친해진 형들도 잘 따르고, 동생도 챙기는 모습이 눈에 띄었다"면서 "야구단을 대체할 만한 활동이 없는 상태에서 내년부터 야구단을 운영할 수 없을까봐 걱정이 된다"라고 말했다.
광주 동구청은 이스트 타이거 야구단 운영을 돕기 위해 고향사랑기금 사용 대상으로 이스트 타이거 야구단을 선정했다. 전국 최초로 지역민이 혜택을 볼 수 있는 고향사랑기금 사업에 선정된 것이다.
동구청 관계자는 "우선은 복지관에 보조금 형식으로 지급해 기존에 그린라이트에서 받던 지원금만큼 지원하는 게 목표"라면서 "최종 목표는 아이들이 실제로 연습할 수 있는 넓은 훈련 공간을 만드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를 위해서는 올해 말 개최되는 동구 고향사랑기부제 기금운용심의위원회의 심의를 통과해야 하는 상황이다. 이스트 타이거 야구단이 기부금 지원을 통해 해체 위기에서 벗어날 수 있을지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