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렐조카쥬가 각색한 '백조의 호수'는 호수 앞에 공장을 세우려는 자본가와 환경 파괴로 희생되는 백조 이야기로 거듭났다. 원작 속 마법에 걸린 공주 '오데트'는 환경운동가로, 왕자 '지그프리트'는 시추 장비 개발회사의 후계자로, 마법사 '로트바르트'는 부동산 사업가로 등장한다.
프렐조카쥬는 최근 CBS노컷뉴스와 서면 인터뷰에서 "저는 딸을 키우는 아버지로서 다음 세대와 그 이후 세대가 어떤 경험을 하게 될 것인가에 대해 스스로 많은 질문을 던진다"고 했다. "지난 50년간 지구에서 800종의 동물이 사라졌죠. 우리 아이들은 백조가 무엇인지 알 수 있을까요?"
그러면서 "안무가로서 '백조의 호수' 같은 기념비적 작품에 도전하는 건 두려운 일이지만 스스로를 겁주는 것을 좋아한다. 그것이 저를 깨어 있게 한다"고 했다.
가장 주목할 장면으로는 백조들이 둥글게 대형을 이루고 팔을 자유자재로 꺾는 2막 피날레를 꼽았다. "고전발레 및 여성 무용수의 클리셰를 모두 해체하는 장면이죠. 이것은 '자유의 송가'이기도 합니다."
차이콥스키가 작곡한 원작 발레의 음악을 대부분 그대로 사용했다. 프렐조카쥬는 "'79D'라는 뮤지션이 새로 작곡한 현대적 분위기의 음악을 약간 삽입했고 나머지는 모두 차이콥스키의 음악"이라며 "90%는 '백조의 호수'에서, 나머지 10%는 그의 다른 작품인 바이올린 협주곡, 서곡, 교향곡 등에서 가져왔다"고 말했다.
프렐조카쥬는 1984년 데뷔 후 40년 넘게 현대무용계 중심에서 활동하며 50개가 넘는 작품을 안무했다. 무용계 아카데미상으로 불리는 '브누아 드 라 당스'를 수상했고 프랑스 정부로부터 레지옹 도뇌르 훈장을 수훈했다.
"작품을 구상할 때 텍스트, 동기, 맥락 등 세 가지를 늘 염두에 둬요. 다시 말하면 '동시대 문제를 어떻게 춤으로 표현할 것인가' 고민하는데 이것이 새로운 프로젝트를 할 때마다 원동력이 되어 주죠."
전 세계를 휩쓸고 있는 K-컬처에 대한 생각도 밝혔다. 그는 "최근 몇 년간 영화, 패션, 음악, 춤을 통해 한국 문화가 국제적으로 뻗어나가는 모습이 흥미롭다"며 "특히 K-팝과 그룹 '방탄소년단' '블랙핑크'가 떠오른다. 이들의 쇼에서 핵심적인 역할을 하는 춤이 만들어내는 이슈를 관심 있게 지켜보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