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디기만 한 中 경기회복…韓 경제에도 '적신호'

연합뉴스

위드코로나 전환 이후 반짝 상승세를 타던 중국 경제가 다시 움츠러드는 모양새다. 거대한 내수시장을 떠받치고 있는 소비자들은 여전히 지갑을 열지 않고 있고, 중국 경제의 성장동력인 수출마저 주춤하고 있다.

중국의 경기회복이 더딘 만큼 중국에 대한 수출 의존도가 높은 한국 경제의 침체 역시 길어질 수밖에 없을 것으로 전망된다.

소비회복·부동산 부양 위해 中 중앙은행 나홀로 금리인하

미국을 비롯한 주요국들이 인플레이션을 잡기 위해 기준금리를 잇따라 인상하거나 최소한 동결하고 있는 가운데 중국은 20일 나홀로 기준금리 인하를 단행했다.

중국 중앙은행인 인민은행은 이날 홈페이지를 통해 1년 만기 LPR(대출우대금리)는 연 3.55%, 5년 만기는 연 4.20%로 각각 0.1%p 인하했다고 밝혔다. 1년 만기 LPR은 일반 대출금리, 5년 만기는 부동산 담보대출 금리의 기준이 된다.

경기회복 속도가 예상보다 더딘 것으로 나타나자 사실상의 기준금리를 10개월 만에 인하한 것으로 이는 소비자의 가처분소득를 늘려 소비를 진작시키는 동시에, 침체된 부동산 경기와 기업 투자를 활성화하기 위한 조치로 풀이된다.

중국 경제는 올해 1분기까지만 해도 위드코로나 효과가 빠르게 나타나는 듯 했다. 중국의 1분기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은 4.5%를 기록했는데 이는 시장전망치인 3.8% 안팎을 넘어선 수치다. 지난해 중국의 성장률이 3.0%를 기록한 것을 감안하면 경기회복이 가시화된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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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험 요인 산적' 계속 낮아지는 中 성장률 전망치

하지만 1분기 반짝 반등 이후 각종 경제지표가 경기회복이 아닌 침체 신호를 보내기 시작했다. 중국의 4월과 5월 제조업 PMI는 각각 49.2와 48.8을 기록하며 기준선인 50을 다시 하회하기 시작했다. PMI 지수는 기준선 보다 높으면 경기 확장, 낮으면 경기 수축 국면을 각각 의미한다.

심지어 5월 수출 금액은 코로나19 봉쇄가 한창이던 전년 동월 대비 7.5% 줄어든 것으로 집계됐다. 중국의 수출은 3월까지 두자릿수 증가세를 기록하다 4월부터 증가세가 꺽이기 시작했다. 소비가 위축되면서 5월 수입액 역시 1년 전에 비해 4.5% 감소했다.

경기회복 조짐이 보이지 않자 각 기업들이 신규 채용을 망설이면서 청년실업률이 역대 최대로 치솟고 있다. 중국의 5월 16~24세 청년실업률은 20.8%를 기록하며 올해들어 매달 역대 최고치를 갈아치우고 있다. 높은 청년실업률은 중.장기 성장성을 위협하는 요소가 될 수 있다.

여기다 코로나19 사태를 거치며 눈덩이처럼 불어난 각 지방정부 부채문제는 중국 경제를 짓누르는 골칫거리가 되고 있다. 국제통화기금(IMF)에 따르면 중국 지방정부들의 총부채는 66조 위안에 달한다. 일각에서는 숨겨진 부채까지 감안하면 부채 규모가 실제로는 그 2배에 달할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이에따라 주요 기관들이 줄줄이 올해 중국의 경제성장률을 낮춰잡고 있다. 골드만삭스가 최근 성장률 전망치를 기존 6%에서 5.4%로 낮췄고, 이에 앞서 JP모건(5.9%→5.5%), UBS(5.7%→5.2%), 노무라증권(5.5%→5.1%) 등도 성장률 전망치 인하에 동참했다.

이는 향후에도 중국 경제의 회복이 쉽지 않다는 전망에 근거하고 있다. 골드만삭스는 최근 보고서에서 "리오프닝(경제활동 재개)에 따른 경기부양 효과가 빠르게 사라지면서 (고령화와 출산율 저하 등) 인구통계와 수년간 이어진 부동산침체, 지방 정부 부채 문제, 지정학적인 긴장 등 중기 과제들이 중국 성장 전망에 더욱 중요해지기 시작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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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중 수출 부진 지속…하반기에도 반등 어려워

문제는 중국 경제의 회복세 둔화는 한국 경제의 성장동력인 수출 감소로 이어지며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다는 점이다.

관세청에 따르면 6월 1~20일 수출액은 전년 동기 대비 5.3% 증가하며 10개월 만에 증가세로 전환했지만 조업일수를 고려한 일평균 수출액은 2.0% 감소했다. 또, 이 기간 무역수지는 16억 700만달러 적자를 기록했다.

수출이 크게 줄며 무역수지 적자가 큰 폭으로 늘어나던 지난해 연말과 올해 초에 비해서는 양호한 성적이지만 여전히 침체 국면에 있다. 특히, 무역수지 적자폭 감소는 원유와 가스 등 에너지 가격이 낮아지며 수입액이 줄어든 탓이지 수출흐름이 크게 개선됐기 때문이 아니다.

특히, 수출 감소의 상당부분이 대중 수출 감소에 기인하고 있다. 수출액이 증가한 6월 1~20일 사이에도 대중 수출액은 오히려 -12.5% 감소했다. 또, 중국 해관총서(관세청)에 따르면 5월 한국으로부터의 수입액은 전년 동기대비 26.7%나 줄어 들었다.

중국은 반도체와 석유화학 등 중간재를 주로 한국으로부터 수입하는데 중국 경제가 침체돼 자연스럽게 한국산 중간재에 대한 수요가 줄어들었다. 여기다 앞서 살펴본바와 같이 중국 경제의 회복이 상당기간 더디게 진행될 수밖에 없다는 점에서 한국 경제 역시 단기간 반등이 어려운 상황이다.

중국 현지 경제계 한 관계자는 "1분기 깜짝 반등 이후 중국 경제가 다시 정체기에 접어들면서 한국산 제품에 대한 수요도 좀처럼 늘지 않고 있다"면서 "하반기에도 상황이 크게 개선될 것으로 보이지 않아 한국 정부에서 기대했던 만큼 중국의 리오프닝 효과를 누리기는 힘들 것"이라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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