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길이 확 치솟더라고요. '꺼야겠다'는 것 말고 다른 생각이 없었죠."
어제(20일) 아침 8시 반쯤 경기 오산시 소속인 이재훈(45) 주무관이 평소처럼 시청 맞은편 일대를 청소할 무렵, 어디선가 타는 냄새가 짙게 풍겼다. 고개를 돌려 주변 상가를 살펴보니 3층짜리 건물 사이에서 불길이 타오르고 있었다.
불은 삽시간에 2층 높이까지 번졌고 주변으로 검은 연기가 퍼지기 시작했다.
이른 시각 점포들은 대부분 문이 닫혔지만, 건물 안으로 불이 번질 경우 상가들이 다닥다닥 붙은 중심가에서 자칫 큰 인명·재산 피해로 이어질 수도 있었던 상황.
가장 먼저 목격한 이 주무관과 동료들(김시왕·이병도·권진현)은 망설일 틈이 없었다. 모두 4년차 환경미화원들로 곧장 진압 대원으로 변신해 현장에 뛰어들었다.
"불이 굉장히 셌죠. 골목길이었는데 더 번지면 정말 큰 일 나겠다 싶더라고요."
이들은 다급함 속에서도 침착하게 서로 역할을 나눴다. 바로 옆 운암공영주차장으로 달려가 소화기를 가져오고 소화전을 끌어 오는가 하면, 경찰과 소방에 신고하며 주변 도움을 요청하는 등 일사분란하게 움직였다.
매달 안전교육을 통해 도심 속 주요 소방시설 위치와 사용법 등을 숙지하고 있던 이들에게는 "훈련 같은 실전이었다"고 한다.
이씨는 CBS노컷뉴스와의 통화에서 "환경미화원은 봉사직이기 때문에 시민들 안전과 만족을 위해 당연히 해야 될 일을 한 것"이라고 덤덤히 밝혔다.
이른바 '오산 환경미화원 4인방'의 신속한 초기 진화로 다행히 인명피해는 없었다. 소방차가 현장에 도착하기 전 이미 불길은 잡힌 상태였던 것으로 전해졌다. 정확한 화재 원인 등은 아직 조사 중이다.
이씨처럼 시 소속 환경미화원으로 뛰고 있는 인원은 모두 43명으로, 화재는 물론 각종 위급 상황을 마주할 경우 적극적으로 초동 대응을 해오고 있다. 과거 의식을 잃은 시민에 대해 심폐소생술(CPR)을 한 사례 등도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끝으로 이재훈 주무관은 "공무직으로서 시의 자산을 지키기 위한 취지도 있다"며 "다른 사람, 특히 공무원들이 봤더라도 같은 행동을 했을 것 같다"고 말했다.
이에 이권재 오산시장은 "안전교육 등을 해온 덕분에 초동 대처가 잘 이뤄져 다행이다"라며 "적극 행정을 실천한 직원들께 경의를 표한다"고 격려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