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다운> 일본이 후쿠시마 원전의 오염수 방류 준비를 거의 마쳤습니다. 생태계 오염 우려가 커지면서 당장 천일염 가격이 폭등하고 있는데요. 정부나 염전에서는 소금 수급에 문제가 없다고 하지만 현장에서는 소금 품귀 현상까지 빚어지고 있습니다. 소금 사재기, 원인은 오염에 대한 괴담 때문일까요? 권영철 대기자와 자세한 내용 알아보겠습니다. 안녕하세요.
◆권영철> 안녕하세요.
◇정다운> 정말로 소금 사재기가 일어나고 있나요?
◆권영철> 오늘 점심시간에 CBS 근처에 있는 한살림 매장과 행복한백화점 지하 킴스클럽에 다녀왔습니다.
킴스클럽 소금 매대가 텅비어 있습니다. 아랫쪽 가공 소금 매대도 비었습니다. 킴스클럽 매니저는 소금 발주를 했는데 안들어오고 있다. 소금이 들어와도 금방 없어진다고 말합니다.
한살림에도 가봤습니다. 소금 매대가 비어 있습니다. 근무하시는 분이 소금 사기는 어려울 거라고 말했습니다. 소금뿐만 아닙니다. 바다에서 생산되는 해조류 매장도 비기 시작했습니다.
이마트의 경우 6월 1일부터 18일까지 소금 전체 매출이 전년 동기보다 89.6% 늘었고, 천일염 매출은 165.7% 증가했습니다. 다른 유통업체들도 비슷한 상황입니다.
◇정다운> 원래 여름철에 소금 수요가 많았던가요?
◆권영철> 그렇지 않습니다. 여름철은 소금 비수기입니다. 소금을 한창 생산해야 하는 시기입니다. 소금은 김장을 앞둔 가을철부터 장을 담그는 1~2월까지 성수기입니다. 그런데 이상기류가 나타난 겁니다.
전남 신안군 도초도에서 염전을 하는 전승재 금옥염전 대표는 "여름철에는 많이 팔아도 한 달에 20kg 포대로 3~40개 정도였는데, 지금은 성수기 때처럼 수요가 급증하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성수기 때는 한 달에 수백포대를 팔았다고 합니다. 지금은 소금창고에 소금이 가득해야 하는데 이미 빈창고가 나오고 있다는 겁니다.
◇정다운> 이렇게 수요가 많으면 가격도 뛰겠군요?
◆권영철> 그렇습니다. 전자상거래 업체에 등록된 천일염 가격을 보면 천차만별입니다. 수협쇼핑몰에서는 2022년산 10kg자리 1포대에 56,500원에 판매하고 있습니다. G마켓에서는 20kg 1포대에 최대 95,800원 거의 10만원에 육박하고 있습니다.
11번가에서는 2023년산 천일염 20kg 1포대에 85,000원에 판매하고 있습니다. 다른 전자상거래 매장들에서도 가격이 천차만별입니다.
◇정다운> 원래 소금 가격이 어느 정도이고, 얼마나 오른 건가요?
◆권영철> 소금 비수기니까 가격이 낮아야 하는데 지금은 폭등현상이 나타나고 있는 겁니다.
소금값이 오르기 전에는 전남 신안 도초도의 현지 도매가격이 20kg 1포에 1만5000~1만8000 원 정도 했고(2023년 산), 소매가는 3만5000~3만7000원(택배비 6~7000원 포함. 2~3년 간수 뺀 소금)이었습니다.
그런데 지금 현지에서는 도매가격이 2만8000~3만원으로 올랐고, 소매는 4만5000~5만7000원 정도로 형성되고 있다고 합니다. 2011년 후쿠시마 원전 사고가 일어났을 때는 도매가가 3만8000~4만원까지 치솟았다고 합니다.
◇정다운> 이렇게 가격이 폭등하는 이유가 단순히 소금 생산량이 적어서는 아니겠죠?
◆권영철> 염전에 소금이 부족하지는 않다고 합니다. 정부의 발표도 그렇게 소금을 생산하는 분들도 올 봄에 비가 자주 와서 생산량이 줄어들긴 했지만 부족할 정도는 아니라고 합니다.
한살림에 소금을 독점 공급하는 마하탑염전 유억근 대표의 말 들어보시죠.
전남 신안군 임자도 마하탑염전 유억근 대표
"소비자분들이 사재기를 하게 되니까 중간에 있는 유통회사들이 소금 가격을 폭등해 가지고. 그 사람들이 폭등하는(시키는) 거거든요. 우리 염전 생산자들은 그렇게 높은 자격을 부르지 않습니다."
송상근 해양수산부 차관은 지난 15일 브리핑에서 "개인 물량이 지난달보다 2~5배 증가했지만 이는 전체 거래량의 7~8% 수준에 불과하다", "현장을 확인한 결과 가공·유통업계 차원에서 발생하는 소금 사재기 징후는 아직 없다"고 말했습니다.
유억근 대표도 신안 현지에서는 대형 소금가공업체들의 사재기 움직임은 없다고 했습니다. 개인적으로 사거나 소금을 취급하지 않던 상인들이 나서서 가격을 올리고 있다는 겁니다.
◇정다운> 결국 지금 시장을 움직이는 건 소비자들의 불안함이고, 그걸 이용하는 사람들이 있다는 거네요.
◆권영철> 그렇죠. 소금은 가정에서 많이 사용하지는 않더라도 없어서는 안 될 조미료죠, 먹거리와 직결되기 때문에 일본의 오염수 방류 이전에 소금을 확보하려는 심리가 작동했기 때문에 소금 사재기에 나서는 겁니다.
금옥염전 전승재 대표는 소금 사재기가 일어나는 이유는 불안감 때문이라고 했습니다.
전남 신안군 도초도 금옥염전 전승재 대표
"저는 그렇게 봅니다. 당연히 소비자 입장에서는 굉장히 두려움을 느끼고 있다. 두려움을 가지기에 충분하다. 저는 그렇게 봐요."
◇정다운> 그런데 소비자들에게 불안함을 그냥 참으라고 할 수도 없잖아요. 지금 상황에서 소금을 사야 하나요? 사지 말아야 하나요?
◆권영철> 소금 생산자에게 똑같은 질문을 했는데 들어보시죠. (금옥염전 전승재 대표와 통화)
| ▶ 권영철 대기자와 전남 신안군 도초도 금옥염전 전승재 대표의 통화 |
| -지금 소비자 입장에서 소금을 사야 하나요? 말아야 하나요? "굳이 살 이유는 없습니다." -가격이 가을 되면 떨어질까요? "떨어지겠죠. 사재기는 가을 이전에 끝날 겁니다. 2~3개월 뒤에는 없어질 거예요." |
4인 가족 기준으로 소금 20kg 1포대면 (김장을 제외하고) 5년을 먹을 수 있다고 합니다. 두 포대를 사면 10년을 먹을 수 있는 양인데 문제는 10년 먹을 양을 사버리면 앞으로 10년 간은 소금 소비가 없어지겠죠?
◇정다운> 사재기가 소금 생산하는 염전에도 도움이 안 된다는 거네요?
◆권영철> 그렇습니다. 염전을 하는 분들은 당장에는 돈을 좀 더 벌 수 있을지 모르지만 결국에는 중간상인들의 배만 불릴 뿐 생산자도 소비자도 손해라는 겁니다.
유억근 대표는 "불안 심리에 소금 사재기를 하고 그래서 가격이 두 배 세 배가 올라가버리면, 유통하는 사람들만 이익을 보고, 소비자가 손해를 보게 된다."고 말했습니다.
생산자도 앞으로 몇년은 소금을 사지 않을 테니 생산자들도 손해라라고 했습니다.
전승재 대표는 주식시장에 비유를 했습니다. "주식으로 치면 상한가를 친거다. 그런데 집마다 소금이 차 있다. 그러면 김장철이 오고 장을 담글 철이 되어도 소금을 안 산다. 누군가는 소금을 사서 시중에 팔아야 하는데 구매력이 없다. 그러면 소금값이 급락하게 된다"는 겁니다. 이렇게되면 3만원 하던 도매가가 만원 이하로 떨어질 거라는 겁니다.
◇정다운> 그런데 지금 정부는 대응은, '오염은 괴담이다'라는 거잖아요. 일부 전문가들도 2011년 원전사고가 났지만 그 이후에도 오염은 없었다고 하고요.
◆권영철> 그렇습니다. 김대기 대통령실 비서실장이 5월 24일 국회 운영위원회에서 "(2011년 일본) 후쿠시마 원전 사고가 터지면서 오염수보다 더한 것들(방사성 물질)이 바다로 나갔지만, 우리 수산물 등에 문제가 없었다"라고 하면서 논란이 된 적 있습니다.
한살림에 천일염을 공급하는 유억근 대표도 원전사고 발생 후 지속적으로 감시를 해왔지만 오염은 없었다고 했습니다. 잠시 들어보시죠.
전남 신안군 임자도 마하탑염전 유억근 대표
"저도 국민의 한 사람이기 때문에 불안합니다. 오염수는 절대 버려서는 안 된다는 것은 대한민국 전 국민이 그런 마음이지만. 제가 이미 2011년도에 후쿠시마 원전 오염 사고 난 이후로 저희들은 방사선 검사를 매년 해왔기 때문에 지금까지는 전혀 검출이 제로였다…."
유 대표는 "'한살림 방사성대책위원회' 위원장으로 활동도 했었는데 원전사고 이후 방사성이 전혀 검출되지 않았다"고 말했습니다.
◇정다운> 그럼 오염수를 방류해도 문제가 없다는 건가요?
◆권영철> 정부는 안전성에 문제가 없다고 합니다. 한덕수 국무총리는 정제된 오염수를 마실수도 있다고 했구요, 그렇지만 오염수 방류로 인한 우려를 불식시키지 못하고 있습니다.
한국소비자원이 지난 16일 소비자 피해 주의보를 발령했습니다. 최근 일부 사업자들이 일본 후쿠시마 원전 오염수 방류와 관련하여 확인되지 않는 정보를 기재해 소금 구매를 유도하는 사례가 있어 이에 대한 주의를 당부하는 내용이었습니다.
그렇지만 당장 일본에서는 어민들이 오염수 방류에 반대하고 있지 않습니까?
일본 홋카이도 어민들이 담당 장관을 만나 '오염수를 계속 보관하고 해양 방류 이외의 방법을 검토할 것을 요구하고 나섰습니다. 그런데 우리 정부는 안전하다는 입장만 계속하고 있는 겁니다. 과학적 근거라는 건 사실 입증이 어렵습니다. 시간이 지나서 보면 지금 과학과 미래 과학이 동일하지 않는 경우도 종종 있습니다.
무엇보다 중요한 건 국민의 안전 아니겠습니까? 정부가 아니라고 하는데도 국민들은 소금을 사재기하고 있습니다. 국민들이 왜 불안해 하는지 정부가 무엇을 해야 하는지 제대로 대처할 필요가 있습니다.
예를 들자면 이런 겁니다. 오염수 시료 채취를 직접 못했지 않습니까? 도쿄전력에 직접 채취를 요구한다거나 우리 국민을 보호하는 입장에서 적극 나서서 일본에 대책을 요구하는 모습을 보여줘야 국민들에게 신뢰를 얻을 수 있지 않겠습니까? 일본 정부의 대변인처럼 '무조건 안전하다'거나, '원전 관련 야당 주장은 괴담이다' 이런 식의 대응은 오히려 불신을 가중시킬 수도 있다는 걸 잊지 말았으면 좋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