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글 싣는 순서 |
①포항 태풍 피해 복구 제자리…'행정절차에 하세월' ②"어디로 가나?" 갈 곳 없는 이재민…집단 이주 논쟁 ③안전한 도시 만들기 본격화…항구 복구 계획 추진 |
지난해 9월 내습한 태풍 힌남노의 직격탄을 맞은 포항은 10명이 숨지고, 2명이 부상을 입어 12명의 인명피해가 발생했다.
또, 주택 32가구가 전‧반파되고, 주택 4005가구와 농작물 1721ha가 침수됐고, 하천, 도로, 교량이 유실되면서 533억원의 재산피해가 났다.
포항제철소까지 침수돼 창사 이래 처음으로 공장 가동이 전면 중단됐고, 포항시는 특별재난지역으로 선포됐다.
힌남노가 할퀴고 간 상처는 9개월이 지난 지금도 곳곳에 고스란히 남았다.
칠성천은 최근 복구 공사업체가 정해지면서 공사가 시작됐고, 20일 준설공사가 진행되고 있는 모습이다.
하지만, 냉천 가장자리에 쌓인 토사에는 갈대와 잡초 등이 무성하게 자라면서 들판처럼 보였다.
포항시의회 최해곤(연일‧대송) 의원은 "경북도에 수년 동안 칠성천 통수단면 부족 민원을 넣었다"면서 "하지만 하천 바닥과 가장자리에 쌓인 토사는 쌓여만 갔다"고 주장했다.
이어 "몇 년만에 기상 이변이라고 하지만, 경북도가 주민 민원을 귀담아 들었다면 지난해와 같은 피해는 발생하지 않을 수 있었다"고 강조했다.
힌남노 피해 복구 및 재해 예방 작업이 진척이 없자 주민들은 불만과 우려가 커지고 있다.
대송면 제네1리 정익화 이장은 "작년 폭우 범람을 생각하면 지금도 겁이 난다"면서 "바닥 준설 작업과 하천 차수벽 설치 같은 칠성천 복구 작업을 지금까지 손도 안되고 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어 "올해 답습하지 말라는 법이 없는데, 행정에서 주민을 생각하기는 하는지 모르겠다"고 토로했다.
포항시 등에서 지원 받은 800여 만원으로는 살림살이 장만은 커녕 도배, 장판을 하기에도 부족하기 때문이다.
특히, 남는 방을 월세주고 한달에 20만원을 받아 살림에 보탰지만, 지난해 침수 후 세입자가 떠나면서 이 곳 주민들의 삼림살이는 더 팍팍해 졌다.
주민 김 모씨는 "1달에 20만원 월세를 받을려고 1천만원 넘게 들여서 고칠수가 없지 않냐"면서 "이대로 놔두다가 집이 무너지는 건 아닐지 걱정이다"고 하소연했다.
장마철을 앞두고 대송주민들은 칠성천 범람을 우려하며 남성교 철거가 시급하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최해곤 의원은 "두 천에서 내려오는 물이 만나 병목현상이 생기는데, 그 지점에 있는 남성교 교각과 다리가 하천 폭을 줄였고, 결국 물이 마을을 덮쳤다"고 말했다.
이어 "행정적인 절차가 있다는건 알지만, 언제 폭우가 올지 모르고 어차피 현재 이용하지 못하는 만큼 우선적으로 남성교를 철거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올 여름 태풍과 집중호우 등 기상이변이 예보된 만큼, 지난해 악몽이 재현되지 않기 위한 대책이 시급해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