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택 공급 줄고 가구수 늘고…2025년 집값 변곡점될까

[공급가뭄이 온다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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①주택 공급 줄고 가구수 늘고…2025년 집값 변곡점될까
(계속)

"수주경쟁이요? 기존에 수주해놓은 사업장들을 마이너스(손해) 없이 마무리하면 다행이죠. 서울 안에서도 웬만큼 수익성이 좋은 곳이 아니면 점점 건설사 모시기 힘든 상황이 될 겁니다"(국내 도급순위 10위권 대형건설사 관계자)

꽁꽁 얼어붙었던 부동산 시장이 서울 등 일부 지역을 중심으로 기지개를 켜는 모양새이지만 시장 전반의 침체 국면은 이어지면서 주택시장 공급지표는 악화되고 있다.

이런 흐름이 계속될 경우 2~3년 뒤 공급난이 올 것이라는 우려가 나오는 가운데, 같은 기간 수도권은 가구수는 증가할 전망이어서 수도권의 집값 향배에 관심이 쏠린다.

올해 1~4월 수도권 인허가·착공, 전년比 각각 23.7%·44.5% 감소


20일 대한건설협회의 '월간 건설경제동향'에 따르면 지난 4월 건설사들의 주거용 건축(주택)수주액은 3조 4722억원으로 전년 동월(8조7367억원)대비 절반에도 못 미쳤다. 이는 2014년 이후 최저치이기도 하다.

1~4월 공공주택수주액은 9454억원으로 전년동기(8158억원) 대비 조금 늘었지만 공공주택 시장의 10배 이상인 민간주택의 수주액은 14조2699억원으로 전년동기대비 44.5% 수준으로 급감했다.



다른 공급 선행지표도 '빨간불'이 들어왔다.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올해 1~4월 전국 주택 인허가(전체 주택 누계)는 12만3371호로 지난해 같은 기간(16만842호) 대비 23.3% 감소했다. 같은 기간 전국 주 착공(전체 주택 누계) 역시 6만7305호로 전년 동기(11민8525호) 대비 43.2% 줄었다.

특히 수도권은 공급 감소폭이 더 가파르다. 올해 1~4월 수도권 주택 인허가는 23.7%(5만8431호→4만4566호) 감소하며 지방(23.1%)보다 감소폭이 컸다. 과거 5년간 1~4월 인허가 건수와 비교해 보면 올해 1~4월 지방 인허가 건수는 5% 늘었지만 수도권은 42.9% 줄며 차이를 보였다. 같은 기간 착공 역시 수도권은 44.5%(6만7610호→3만7546호) 줄며 41.6%(5만915호→2만9759호) 줄어든 지방보다 감소폭이 컸다.

냉랭한 시장에 원가 상승까지…주택 공급 주는데 멸실 주택은 증가세

이처럼 수주와 인허가 및 착공 실적이 저조한 것은 고금리와 원자재가격 인상 등으로 주택사업 사업성이 떨어졌기 때문이다.

한국건설기술연구원에 따르면 건설 분야 물가 지수인 건설공사비지수는 올해 4월 150.26으로 집계됐다. 전월(150.07)보다 0.26포인트, 지난해 1월(141.29)보다 8.97포인트, 3년 전 동기(117.93)보다 32.33포인트 올라간 수준이다.

서울 기준 아파트 공사비는 3~4년 전만 해도 3.3㎡당 400만~500만원선이었지만 최근에는 700만원대로 급등했고, 소규모 사업지는 1000만원을 육박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재고 주택 수에 영향을 미치는 또 다른 지표인 멸실 주택 수는 증가할 전망이다. 통계청 인구주택 총조사에 따르면 준공 후 30년 이상 경과한 노후 주택은 수도권 기준 2010년 31만7천호에서 2020년 124만8천호로 급증했고 2021년에는 1481만8천호로 더 늘어났다. 2010년 2만호를 넘어섰던 수도권 멸실주택은 2020년 6만8천호까지 증가했는데, 이후 노후주택 증가를 감안하면 향후 2-3년 간 수도권 멸실주택은 20만호 안팎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

아파트 입주가 통상 인허가 기준 3~5년 뒤, 착공 2~3년 뒤에 이뤄지는 점을 감안하면 인허가와 착공 실적 급감은 향후 주택 공급 부족으로 직결되는데 여기에 멸실 주택 증가까지 감안하면 2~3년 뒤부터는 수도권의 공급 가뭄이 현실화 될 것이라는 전망에 무게가 실린다.

2025년 수도권 가구수, 2020년比 8% 늘어…지방은 6.2% 증가


공급 지표는 악화되고 있지만 수요의 한 축을 담당하는 가구 수는 증가세다. 통계청 장래가구 추계에 따르면 2025년 수도권 가구수는 1103만5천가구로 2020년 대비 8.9% 증가할 것으로 전망됐다. 같은 기간 지방 가구수는 1060만6천가구에서 1127만4천가구로 6.2% 늘어나는데 그친다.


2~3년 후 구매력 수준을 예단하기는 어렵지만 지난해 하반기부터 집값이 가파르게 내린 영향으로 최근 구매력은 다소 개선된 상태다.

KB부동산에 따르면 올해 3월 기준 중위 소득 가구가 서울에서 중간 가격대의 집을 사려면 월급을 한 푼도 쓰지 않고 10.8년을 모아야 하는 것으로 집계됐다. PIR은 주택가격을 가구소득으로 나눈 값인데 올해 3월 서울의 PIR은 3분위 소득, 3분위 주택 가격을 기준으로 10.8이다.

문재인정부 출범초기인 2017년 5월 서울 PIR은 10.9였고 2022년 3월 18.4까지 치솟았다. 지난해 하반기 기준금리 급등의 영향으로 집값이 가파르게 내리면서 다시 10대로 급락했다. 하지만 전국 평균(4.94)와 비교하면 서울 집값은 여전히 높은 수준이다.

구매력에 영향을 주는 금리는 단기간 내에 크게 오르거나 크게 내릴 가능성은 제한적으로 점쳐지는 가운데 금리의 향방도 향후 집값에 영향을 줄 전망이다.

지난해 국토연구원은 '주택가격에 대한 금리의 시간가변적인 영향 연구'를 통해 "주택시장은 다양한 채널에 의해 움직일 수 있지만 결국 시장은 매도자와 매수자간 거래에 의해 유지되며, 이 거래를 강화하거나 약화시키는 것은 근본적으로 해당 주택을 해당 가격에 거래할 수 있는가하는 지불여력에 있다"며 "금리는 지불여력에 강한 영향을 미치는 요인"이라고 분석한 바 있다.

한 건설업계 관계자는 "집값에 영향을 줄 수 있는 요인은 다양하기 때문에 2~3년 이후 벌어질 공급난의 결과가 주거의 질 악화에 그칠지 집값 급등으로 이어질지는 단언하기 어렵다"면서도 "최근 공급 선행 지표를 보면 신규 주택 공급 급감으로 다음 정권을 누가 잡든 '부동산 분야의 최악의 정부'로 평가 받을 수 밖에 없는 상황이 만들어지고 있다는 점은 분명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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