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 해운대해수욕장과 맞닿은 대형 호텔 지하에서 불이 나 소방당국이 한때 대응 1단계를 발령하고 진화에 나섰다. 불은 다행히 더 큰 화재로 번지지 않고 꺼졌지만, 200명 가까운 투숙객을 구조하기 위해 헬기까지 동원했고 수십 명이 연기를 마시는 등 여름철 피서지에서 큰 소동이 일어났다.
20일 오전 9시 35분쯤 해운대구의 한 호텔 건물 지하 6층 폐기물 처리장에서 불이 났다. 화재 감지 설비를 통해 신고를 접수한 소방당국은 곧바로 현장에 인력 300여 명과 장비 80여 대를 급파해 진화에 나섰다.
불은 4시간 만인 이날 오후 1시 30분쯤 완전히 꺼졌다. 이 불로 호텔 투숙객과 관계자 등 170여 명이 대피하는 소동이 빚어졌다. 대피 과정에서 31명이 연기를 흡입해 병원으로 옮겨졌고, 97명은 현장에서 응급처치를 받은 것으로 파악됐다. 다행히 크게 다친 사람은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불이 난 호텔은 지하 7층, 지상 30층 규모의 대형 건물이다. 지하는 대부분 주차장과 기계실로 사용하고, 지상에는 상가와 호텔, 레지던스 객실 등이 밀집해 있다. 해운대해수욕장과 맞닿은 숙박시설로, 피서철을 맞아 전국에서 찾아온 다수의 관광객이 머물렀던 것으로 알려졌다.
수백 명이 투숙 중인 대형 건물 내부로 연기가 빠르게 확산하자 소방당국은 오전 10시 한때 대응 1단계를 발령하기도 했다. 불은 다행히 다른 층으로 번지지 않고 꺼졌다.
불이 나자 투숙객과 관계자들은 건물에서 나와 호텔 옥상과 4층 야외수영장 등으로 대피했고, 소방당국은 헬기와 고가사다리차를 동원해 구조에 나섰다. 불이 꺼진 뒤에도 구조된 투숙객들의 부상 여부를 파악한 뒤 조치하는가 하면 건물에서 빠져나오지 못한 사람이 더 있는지 확인했다.
해운대소방서 박진영 현장대응단장은 "최초 발화 지점은 지하 6층 폐기물 처리장으로 추정된다"며 "내일(21일) 오후 경찰 등 관계기관과 합동 감식을 통해 정확한 화재 원인과 피해 규모를 확인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구조된 투숙객들은 119구급대의 응급처치를 받으며 당시 상황을 그대로 전했다. 특히 복도에 연기가 가득 찰 때까지 대피 방송이 나오지 않아 혼란스러웠다며 다급했던 내부 상황을 설명했다.
경기도에서 가족들과 부산을 찾은 김영란(60대·여)씨는 "매캐한 냄새가 나는데 따로 안내 방송이 나오지 않았다. 객실 밖으로 나오니 연기가 복도에 꽉 차 있어 그제야 화재 사실 알았다"면서 "아이들도 있고 어르신도 있어 정신없이 4층 야외 수영장으로 대피했다"고 말했다.
대전에서 여행을 온 이희문(20대·남)씨는 "당시 건물 내부에서 냄새가 나긴 했는데 불이 난 줄은 몰랐다"면서 "객실 직원이 나오라며 문을 세게 두드렸고 문을 여니 연기가 자욱해 그제서야 알았다. 놀라서 곧바로 옥상으로 대피했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해 소방 관계자는 "해당 건물은 5층 이상에 전체 면적 3천 m²를 초과해 일제 경보 대신 우선 경보 시스템이 울릴 것"이라면서 "투숙객이 한꺼번에 대피할 경우 2차 피해가 발생할 수 있기 때문에 화재가 발생한 인근 3개 층만 방송이 울려 안내를 듣지 못한 투숙객이 있었던 것 같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