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구 여제'의 신기록을 막아선 새로운 여왕이 탄생했다. 대한당구연맹(KBF) 랭킹 1위 출신 김민아(NH농협카드)가 통산 2승을 달성했다.
김민아는 18일 경북 경주 블루원리조트에서 열린 '경주 블루원리조트 PBA-LPBA 챔피언십' 여자부 결승에서 김가영(하나카드)을 접전 끝에 제압했다. 풀 세트 접전 끝에 4 대 3(5:11, 11:10, 6:11, 11:7, 10:11, 11:8, 9:7) 재역전승을 거두며 우승 상금 3000만 원을 거머쥐었다.
PBA 통산 2승째다. KBF 여자부 1위 출신 김민아는 2020-21시즌 프로행을 선언한 뒤 2022-23시즌 2차투어인 하나카드 챔피언십에서 첫 우승을 거둔 바 있다. 10개월 만에 정상을 탈환했다.
사실 이번 대회는 김민아에 앞서 PBA를 주름잡던 두 여왕의 우승 여부와 신진 세력들의 도전이 관심이었다. 여자부 통산 최다인 6승을 노리는 김가영과 대회 3연패에 도전한 '캄보디아 특급' 스롱 피아비(블루원리조트)를 비롯해 새롭게 합류한 지난해 KBF 1, 2위 한지은(에스와이), 장가연(휴온스) 등이다.
하지만 김민아는 임정숙(크라운해태), 강지은(SK렌터카) 등 투어 챔피언들을 꺾은 장가연의 돌풍을 잠재웠다. 8강전에서 장가연을 꺾은 뒤 김민아는 오수정마저 누르고 결승에 진출했다. 앞선 2번의 개막전 4강 탈락의 아쉬움을 씼었다.
결승 상대는 최강 김가영. 임정숙, 스롱과 여자부 다승 공동 1위(5승)의 김가영은 1세트 하이런 5점을 앞세워 7이닝 만에 11 대 5로 기선을 제압했다. 2세트 김민아가 장기전 끝에 11 대 10으로 만회했으나 김가영은 3세트를 10이닝 만에 11 대 6으로 따냈다.
하지만 김민아의 뒷심이 더 강했다. 4세트를 11 대 7로 잡은 김민아는 5세트를 내줬으나 6세트 6 대 8 열세에서 5이닝 3점에 이어 6, 7이닝에서 1점을 추가하며 승부를 마지막 7세트로 몰고 갔다. 7세트 김민아는 12이닝째 절묘한 원 뱅크 샷을 터뜨리며 8 대 7로 역전한 뒤 비껴치기로 승부를 마무리했다.
경기 후 김민아는 "개막전에서 우승해 출발이 너무 좋아 기쁘다"면서 "상대가 현재 제일 잘 하고 있는 김가영 프로라 더욱 뜻깊은 결승전이어서 더 좋다"고 소감을 밝혔다. 이어 "마지막 1점까지도 어느 선수에게 우승이 갈지 몰랐다"고 팽팽한 승부를 돌아봤다.
여제를 넘어 더 의미가 있던 우승이었다. 김민아는 "2년 전 개막전 4강에서 김가영 선수를 만났는데 당시는 서로 비슷하게 생각하고 (실력 차이를) 많이 느끼지 못했다"면서 "그러나 2년 뒤 다시 만나니 7세트 경기이기도 하고 공의 속도나 포지션 플레이 등 방심하면 4~5점 두드려 맞는다는 걸 느꼈다"고 분석했다. 이어 "스롱은 오래 전부터 봤는데 굉장한 집중력, 지구력 좋고 구사할 공이 많다"면서 "김가영은 노련하고 자기 당구를 어떻게 발전시킬까 노력하고 업그레이드하는 점에서 본받아야 한다"고 평가했다.
이들과 비교해 아직 보완해야 할 점이 많다. 김민아는 "실력으로 뒤쳐진다 생각하지 않지만 멘털이 약하다"면서 "스롱과 김가영 등 잘 하는 선수를 보면 집중해서 차분하게 치더라"고 인정했다. 이어 "나는 부족하다"면서 "프로는 결과인데 이뤄낸 결과들에서 아직은 아니다"고 냉정하게 자평했다.
하지만 이들을 따라잡을 의지가 강하다. 김민아는 "올 시즌 2번 우승 하면 내 시즌이 될 것 같은데 그러면 (김가영, 스롱의) 반열에 오를 것 같다"고 은근하면서도 강한 도전 정신을 드러냈다. 김가영은 통산 5승, 스롱은 통산 4승을 기록 중이다. 과연 김민아가 김가영, 스롱을 넘어 한국 여자 당구 최강으로 거듭날지 지켜볼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