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김기현 아들, '먹튀 의혹' NFT팀의 대표였다

중소기업 직원으로 취업했다더니
언오픈드 임원에 NFT팀 대표 겸임
김씨 "책임 지고 만들어가는 입장"
해당 NFT는 러그풀 의혹 대표사례

국민의힘 김기현 대표가 생각에 잠겨있다. 윤창원 기자

김기현 국민의힘 대표의 아들이 한 가상자산 업체에 재직하면서 동시에 수십억대 '먹튀 사기' 의혹을 받는 NFT(대체불가능토큰) 프로젝트의 최고 책임자를 겸하고 있던 것으로 확인됐다.

앞서 김기현 대표는 아들 관련 논란이 터지자 "중소기업 직원으로 취업한 회사원일 뿐"이라고 호소했지만, 이 해명은 설득력을 잃게 됐다.

NFT팀 메신저에 공지된 '리더십 교체'

국내 유명 NFT '다바 프로젝트'는 지난 1월 31일 메신저 프로그램 공지 채널을 통해 리더십 교체 사실을 알렸다.

당분간 다바 프로젝트는 대화명 '닥터크론(Dr.Krone)'이 이끌 것이라는 설명이었다.

닥터크론은 김기현 국민의힘 대표의 장남 김모씨다.

그전까지 김씨는 '언오픈드' 최고운영책임자(COO)로서 이 회사가 구축(인큐베이팅)한 다바 프로젝트에도 운영진 일원으로 참여해 왔으나, 이 무렵부터는 아예 대표 자리에 앉았다.

메신저 프로그램 '디스코드' 내 DAVA 계정 공지 채널 캡처

'투자자 관리' 핵심 업무 도맡아

김씨가 투자자 질문에 직접 적은 답변을 보면, 김씨 자신도 본인의 팀내 위치에 관해 "책임지고 만들어 나가는 입장"이라거나 "리더로서 팀원과 프로젝트를 지킬 의무가 있다"고 소개한다.

또 본인을 '팀 대표'로 지칭, "이렇게 팀 대표가 계속 실시간 답변을 남기는 프로젝트가 그리 많지 않다"라면서 운영진 활동을 지적하는 투자자들을 다잡으려 했다.

김씨는 아울러 "(다른 팀원들에게는) 제가 한동안 들어오지 말라고 말해두었다. 개발팀은 개발에 집중하는 게 좋다고 생각했다"라며 운영진의 업무 범위를 직접 조정하고 있다는 점을 시사했다.

김기현 대표 아들이자 DAVA 리더인 김모씨가 지난 2월 19일 투자자들과 가졌던 질의응답을 DAVA 측에서 요약해 정리한 문서 캡처

이처럼 김씨는 올해 초부터 다바 프로젝트의 주요 의사결정을 직접 내리면서 동시에 '기존 투자자 관리'라는 핵심 업무를 도맡아 온 것으로 보인다.

다바 프로젝트는 언오픈드가 인력과 자금 일부를 지원했지만, 주요 사업이나 재무에 관한 의사결정은 자체적으로, 독립적으로 이뤄졌다는 게 다바 측의 일관된 입장이다.

직원 30명? 작년 기준 120명!

윤창원 기자

김기현 대표는 아들이 코인 업체에 재직 중이라는 보도가 나온 지 이틀 만인 지난 11일 "제 아들이 언오픈드라는 직원 30명 정도 되는 중소 벤처기업에 직원으로 취업한 게 뭐가 잘못된 일입니까"라며 "위 회사 주식을 1주도 보유하지 않은 채 봉급 받고 일하는 회사원일 뿐"이라고 반박했다.

그러나 언오픈드는 글로벌 가상자산 벤처캐피탈 업체 '해시드'가 직접 만든 자회사다. 모회사와 법인은 분리돼 있지만 사실상 한 몸으로 엮여있다는 게 업계 중론이다. 코인 전문가이자 '변창호 코인사관학교' 운영자인 변창호씨는 "단순 30명짜리 스타트업이라고 하기엔 해시드와 '동체'라서 해시드에 재직한 것과 큰 차이가 없다고 볼 수 있다"고 평가했다.

언오픈드 역시 지난해 보도자료를 통해 "해시드 스튜디오 언오픈드는 아시아 최고의 블록체인 VC인 해시드가 '직접 운영하는' 회사"라고 밝힌 바 있다.

언오픈드 자체 임직원 규모도 현재는 29명에 불과하지만 지난해 기준 120여명에 달했던 것으로 파악된다. 이는 올 초에 대규모 '퇴사 러시'가 있었기 때문이다. 국민연금 자료에 따르면 올해 1분기(1월~3월)에 언오픈드를 퇴사한 사람만 해도 48명에 이른다.

다바 측은 팀의 재정 상황을 고려해 불가피하게 인력을 감원했다고 밝혔지만, 투자자 상당수는 언오픈드가 다른 NFT 발행을 위한 별도의 법인을 만든 뒤 직원들을 이동시킨 것으로 의심한다. 실제로 다바 후속작으로 꼽히는 언오픈드 산하 독립법인 '앤더스 인터랙티브'에는 직원 48명이 유입됐다고 한다.

25억 받아놓고 '감감 무소식'

다바 프로젝트는 2021년 11월 '탈중앙화된 아바타 생태계 구축'을 내세워 총 1만개의 NFT(블록체인 기술을 이용해 디지털 자산의 소유주를 증명하는 가상의 토큰)를 발행했다. 자체 회계보고서에 따르면 이를 통해 총 25억여원의 투자를 유치했다고 한다.

그러나 다바 측이 거듭 약속했던 게임 개발이나 별도의 토큰 발행 계획이 충분한 설명 없이 무산됐다. 상당수 투자자들은 다바가 회생 의지가 없는데 자신들을 속이고 있거나 애초부터 '먹튀 사기'가 아니었는지 의심하고 있다.

블록체인 업계에서는 그럴듯한 계획을 들어 투자금을 가로챈 뒤 정작 프로젝트를 진행하지 않거나 잠적해 버리는 '먹튀 사기'를 두고 '소프트 러그풀'이라 부른다. 다바는 소프트 러그풀의 대표적인 사례로 꼽힌다.

그런 NFT를 유력 정치인의 자제가 직접 운영하고 있었다는 사실이 최근 드러나면서 투자자들의 원성은 더욱 커질 전망이다. 지금도 다바 메신저 프로그램에는 '김씨가 정확히 어떤 역할을 해왔는지 밝히라'는 투자자들의 요구가 빗발치고 있다.

이와 관련해 한 코인업체 대표는 CBS노컷뉴스에 "다바에서 누가 왜 이 사람을 고용했고, 이 사람이 뭘 했는지에 대해 확실히 답해야 한다"며 "그냥 애초부터 자기들끼리 모여서 입을 막고 돈만 가져가는 투자사기가 아니었을까 싶다"고 밝혔다.

실시간 랭킹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