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아지가 더워하고 빨리 지쳐서 안고 돌아가는 길이에요."
낮 최고 기온이 32도에 달한 18일 오후, 서울 양천구 공원에서 만난 권모(37)씨가 털이 북슬북슬한 포메라니안 강아지를 두 팔로 안은 채 답했다. 그는 "원래는 (강아지가) 잘 걸어 다니는데 오다보니 지친 것 같다"며 "더 더워지면 낮엔 밖에 안 나가고 산책도 저녁에 시킬 것"이라고 말했다.
이날 서울을 비롯한 중부내륙 곳곳에 올해 첫 폭염주의보가 발효되면서 주말 나들이를 나온 시민들마다 하나같이 더위에 잔뜩 지친 표정들이었다.
서울 기준 올해 첫 폭염주의보는 작년보다 일주일 빨랐다. 평년 이맘때 최고기온은 29도였다. 때 이른 폭염에 취약계층 건강이 우려될 정도다.
폭염주의보는 하루 최고 체감온도가 33도 이상인 상태가 이틀 이상 이어질 것으로 예상되거나 체감온도가 급격히 올라 중대한 피해가 예상될 때 발령한다. 기상청은 다음날인 오는 19일이면 서울 최고 기온이 35도에 달할 것으로 내다봤다.
이날 오후 시민들은 불볕더위를 피해 실내로 발길을 돌리거나 손에 얼음 음료를 들고 움직이는 모습이었다. 그늘 벤치에 앉아 쉬어가는 이들이 눈에 띄었고, 백화점과 카페는 인파로 북적였다.
공원에서 친구 3명과 농구를 하던 임상원(15)군도 따가운 햇살에 잠시 그늘에서 숨을 돌렸다. 임군은 "아침에 비가 온다고 해서 선선할 줄 알았는데 생각보다 빨리 뜨거워졌다"며 "물도 많이 마시고 옷을 좀 시원하게 입어야 될 것 같다"고 말했다. 그는 '쿨링' 내의 위에 긴팔 후드티를 입고 있었다.
운동기구에서 연신 팔을 굽히던 김모(69)씨는 "원래 다리 운동을 1500번 하는데 더워서 1천 번만 하고 끝냈다"며 "오늘 30도가 넘을 거라는 얘긴 들었지만 낮에 사람들 별로 없을 때 운동하고 싶어 나왔다"고 말했다.
기상청에 따르면 오는 19일 아침 최저기온은 17~23도, 낮 최고기온은 24~35도로 예상된다. 지역별 최고기온은 서울 35도, 인천 32도, 대전·광주 34도, 대구 30도, 울산 26도, 부산 28도까지 오를 것으로 보인다.
더위는 오는 20일부터 우리나라가 서해상에서 다가오는 저기압 영향을 받기 시작하고 비가 오면서 누그러질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