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일 저녁 6시, 서울 송파구 잠실실내체육관에서 (여자)아이들의 '아이 엠 프리-티' 서울 첫날 공연이 열렸다. 18일까지 이어지는 공연 이틀 다 매진시킨 (여자)아이들은 이번에도 실력을 바탕으로 한 여유로움으로 기량을 아낌없이 뽐냈다. '아이 필' 프로모션부터 OTT(온라인동영상서비스)의 시리즈물을 연상케 했고, 타이틀곡 '퀸카' 뮤직비디오에서는 멤버별로 캐릭터(배역)가 주어졌던 것처럼, 이번 콘서트 역시 총 네 장의 신(scene)으로 이루어져 있었다.
음악 페스티벌을 표방한 이날 공연에 맞게, 첫 곡은 '덤디덤디'(DUMDi DUMDi)였다. 트로피컬 기반에 뭄바톤 리듬이 더해진 이 곡은 (여자)아이들표 '서머 송'으로 꼽을 만하다. (여자)아이들의 범상치 않은 시작을 알린 데뷔곡 '라타타'(LATATA), 남다른 매력을 숨김없이 보여주겠다는 당당한 태도가 담긴 '달라'($$$), 후회마저도 내 몫이라고 노래하는 '말리지 마'까지 총 4곡을 부른 후에야 (여자)아이들은 팬들에게 인사를 건넸다.
"오늘만큼은 진짜 프리하게(자유롭게) 놀아야 한다"라고 한 미연은 "오늘 모든 게 다 프리이지만 노 프리인 게 있다. 첫 번째, 서로 밀지 말라. 두 번째, 수시로 물 잘 챙겨 드시라. 땀이 많이 나니까. 마지막으로 세 번째는 힘들면 무리하지 말고 꼭 쉬기"라고 팬들의 건강과 안전에 관해 당부했다.
지난해 '톰보이'(TOMBOY)라는 메가 히트곡으로 널리 사랑받은 (여자)아이들. 여기서 멈추지 않고 '누드'와 '퀸카'도 연달아 성공시켰다. (여자)아이들 역시 관객들이 가장 기다려 온 '바로 그 곡' 무대를 할 때 더 활기를 띠는 느낌이었다.
각종 음원 차트에서 퍼펙트 올킬을 기록할 만큼 인기를 끈 '퀸카'를 향한 팬들의 열광도 대단했다. 그 어떤 곡보다 응원 소리가 컸다. 달아오른 분위기를 더 고조시킨 건 폭죽이었다. '톰보이' 무대에서는 음원에서는 지워진 '퍼킹'(fucking) 부분을 팬들이 대신 크게 외쳐주는 응원법이 인상적이었다.
라이브 연주를 맡은 밴드는 지난해 공연에도 있었으나, 올해 비중이 더 커졌다. 예정되지 않은 앙코르곡을 할 때 빼고, '약속된 곡'에서는 거의 빠지지 않고 합이 잘 맞는 악기 연주가 함께했다.
'누드'는 드럼 심벌과 피아노 조합의 연주로 재지하게 시작해 마치 브로드웨이 뮤지컬 도입을 보는 느낌을 받았다. 중간에도 피아노 소리가 두드러져 잠시 장르가 재즈로 바뀐 것 같이 꾸몄다. 오페라 '카르멘'의 아리아 '하바네라' 멜로디를 차용한 바이올린 연주가 살아있으면서도 로킹하게 편곡해 곡의 다채로운 매력을 확인할 수 있었다.
미연, 민니, 소연, 슈화, 우기 5인이 준비한 개인 무대는 저마다 개성 있었다. 미연은 지난해 발표한 솔로 데뷔곡 '드라이브'(DRIVE)를 불렀다. 꿈과 환상의 동화 나라 같은 배경을 뒤로 하고 공주 같은 하늘색 드레스를 입고 아름다운 무대를 선보였다. 민니는 고혹적인 오렌지빛 드레스를 입고 피아노를 연주하며 '달리아'(DAHLIA)를 불렀다. 뒤로 갈수록 드럼과 기타 소리의 존재감이 커졌다.
막내 슈화는 브리트니 스피어스의 '보이즈'(Boys)로 도발적인 퍼포먼스를 공개했다. 검은 실루엣을 큰 화면에 띄워 관능미를 더했으며, 댄서들과 함께 털기 춤이나 다리를 벌리는 춤 등을 소화했다.
우기는 통기타를 치며 미공개 신곡 '쿠드 잇 비'(Could It Be)를 불렀다. 처음에 기타 연주에서 작은 실수를 연발하자, 우기는 "오 많이 틀렸네, 오늘?"이라고 말해 폭소를 유발했다. 기타 연주와 우기의 목소리만으로 이루어졌던 '쿠드 잇 비'는 후반부로 가서는 밴드 연주와 댄서 안무가 더해졌다.
소연은 "저희가 오늘 되게 신나는 거(노래) 많이 했는데 저희는 사실 멋있는 거 전문"이라면서 "앙코르 많이 하고 싶은 이유가 세트리스트를 정하는데 안 해서 아쉬운 노래가 너무 많은 거다. 네버랜드(공식 팬덤)랑 시간 보내고 싶으니 지치지 말자"라고 다독였다. 민니는 "정말 좋은 에너지를 얻었으니 네버랜드도 좋은 에너지를 많이 얻고 갔으면 좋겠다"라고 바랐다.
(여자)아이들은 오늘(18일) 저녁 서울 공연을 마친 후 타이베이, 방콕, 홍콩, 샌프란시스코, 로스앤젤레스(LA), 댈러스, 뉴욕, 애틀랜타, 시카고, 런던, 암스테르담, 파리, 브뤼셀, 베를린, 도쿄 등 총 16개 지역에서 월드 투어를 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