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컷 리뷰](여자)아이들이 보낸 알찬 1년, 콘서트로 확인하세요

5인조 여성 아이돌 그룹 (여자)아이들이 17일 저녁 서울 송파구 잠실실내체육관에서 두 번째 월드 투어 '아이 엠 프리-티' 서울 첫날 공연을 열었다. (여자)아이들 공식 트위터
(여자)아이들은 지난해 17일 첫 번째 월드 투어 '저스트 미 아이들'([JUST ME ( )I-DLE])을 시작했다. 꼭 1년 만인 17일, 두 번째 월드 투어 '아이 엠 프리-티'(I am FREE-TY)를 열었다. 그간 '아이 러브'(I love)와 '아이 필'(I feel)까지 총 두 장의 미니앨범을 낸 (여자)아이들은 '누드'(Nxde) '퀸카'(Queencard)를 자신들의 새로운 대표곡으로 만드는 데 성공했다. 공연장도 올림픽홀에서 잠실실내체육관으로 커졌다.

17일 저녁 6시, 서울 송파구 잠실실내체육관에서 (여자)아이들의 '아이 엠 프리-티' 서울 첫날 공연이 열렸다. 18일까지 이어지는 공연 이틀 다 매진시킨 (여자)아이들은 이번에도 실력을 바탕으로 한 여유로움으로 기량을 아낌없이 뽐냈다. '아이 필' 프로모션부터 OTT(온라인동영상서비스)의 시리즈물을 연상케 했고, 타이틀곡 '퀸카' 뮤직비디오에서는 멤버별로 캐릭터(배역)가 주어졌던 것처럼, 이번 콘서트 역시 총 네 장의 신(scene)으로 이루어져 있었다.

음악 페스티벌을 표방한 이날 공연에 맞게, 첫 곡은 '덤디덤디'(DUMDi DUMDi)였다. 트로피컬 기반에 뭄바톤 리듬이 더해진 이 곡은 (여자)아이들표 '서머 송'으로 꼽을 만하다. (여자)아이들의 범상치 않은 시작을 알린 데뷔곡 '라타타'(LATATA), 남다른 매력을 숨김없이 보여주겠다는 당당한 태도가 담긴 '달라'($$$), 후회마저도 내 몫이라고 노래하는 '말리지 마'까지 총 4곡을 부른 후에야 (여자)아이들은 팬들에게 인사를 건넸다.

(여자)아이들 미연. 큐브 엔터테인먼트 제공
민니는 "우리 나나콘 한 지 딱 1년 됐다. 작년 6월 17일에 우리 오프라인 월드 투어 시작했는데 올해도 6월 17일이 두 번째 월드 투어 시작하는 날"이라고 소개했다. 소연은 "일부러 이렇게 잡았나?"라고 물었고, 슈화는 "이번에 공연장도 더 커졌다"라고 거들었다. 우기는 한국어, 중국어는 물론 일본어, 태국어 등으로도 짤막한 인사말을 전해 환호를 받았다.

"오늘만큼은 진짜 프리하게(자유롭게) 놀아야 한다"라고 한 미연은 "오늘 모든 게 다 프리이지만 노 프리인 게 있다. 첫 번째, 서로 밀지 말라. 두 번째, 수시로 물 잘 챙겨 드시라. 땀이 많이 나니까. 마지막으로 세 번째는 힘들면 무리하지 말고 꼭 쉬기"라고 팬들의 건강과 안전에 관해 당부했다.

지난해 '톰보이'(TOMBOY)라는 메가 히트곡으로 널리 사랑받은 (여자)아이들. 여기서 멈추지 않고 '누드'와 '퀸카'도 연달아 성공시켰다. (여자)아이들 역시 관객들이 가장 기다려 온 '바로 그 곡' 무대를 할 때 더 활기를 띠는 느낌이었다.

(여자)아이들 민니. 큐브 엔터테인먼트 제공
'퀸카' 무대를 앞두고 우기는 "정말 요즘에 이 노래 모르잖아? MZ(1980~2004년 출생자인 밀레니얼 세대와 1995~2004년 출생자 Z세대를 합쳐 부르는 말)가 아냐. 요즘에 진짜 핫해"라고 너스레를 떨었다. 소연이 "나 얼마 전에 길에서 초등학생이 부르는 거 봤어"라고 하자, 우기는 "이거 우리 할머니도 부른다"라고 말했다. '퀸카'를 더 즐기기 위해 팬들과 같이할 포즈를 정하기도 했다.

각종 음원 차트에서 퍼펙트 올킬을 기록할 만큼 인기를 끈 '퀸카'를 향한 팬들의 열광도 대단했다. 그 어떤 곡보다 응원 소리가 컸다. 달아오른 분위기를 더 고조시킨 건 폭죽이었다. '톰보이' 무대에서는 음원에서는 지워진 '퍼킹'(fucking) 부분을 팬들이 대신 크게 외쳐주는 응원법이 인상적이었다.

라이브 연주를 맡은 밴드는 지난해 공연에도 있었으나, 올해 비중이 더 커졌다. 예정되지 않은 앙코르곡을 할 때 빼고, '약속된 곡'에서는 거의 빠지지 않고 합이 잘 맞는 악기 연주가 함께했다.

(여자)아이들 소연. 큐브 엔터테인먼트 제공
올드스쿨 스타일의 드럼 룹을 기반으로 강하고 깊은 베이스, 정석적인 피아노, 스트링, 아날로그 신시사이저가 어우러진 '어-오'(Uh-Oh)는 힙합 장르였으나 밴드 라이브와 만나니 새로운 매력이 생겼다. 기타가 곡에 선명한 악센트를 준 게 인상적이었다. 피아노와 드럼으로 시작한 '올 나이트'(All Night)에서는 특히 묵직한 베이스 연주가 돋보였다.

'누드'는 드럼 심벌과 피아노 조합의 연주로 재지하게 시작해 마치 브로드웨이 뮤지컬 도입을 보는 느낌을 받았다. 중간에도 피아노 소리가 두드러져 잠시 장르가 재즈로 바뀐 것 같이 꾸몄다. 오페라 '카르멘'의 아리아 '하바네라' 멜로디를 차용한 바이올린 연주가 살아있으면서도 로킹하게 편곡해 곡의 다채로운 매력을 확인할 수 있었다.

미연, 민니, 소연, 슈화, 우기 5인이 준비한 개인 무대는 저마다 개성 있었다. 미연은 지난해 발표한 솔로 데뷔곡 '드라이브'(DRIVE)를 불렀다. 꿈과 환상의 동화 나라 같은 배경을 뒤로 하고 공주 같은 하늘색 드레스를 입고 아름다운 무대를 선보였다. 민니는 고혹적인 오렌지빛 드레스를 입고 피아노를 연주하며 '달리아'(DAHLIA)를 불렀다. 뒤로 갈수록 드럼과 기타 소리의 존재감이 커졌다.

(여자)아이들 슈화. 큐브 엔터테인먼트 제공
소연은 솔로 앨범 수록곡 '사이코'(Psycho)를 선곡해 파격적인 무대를 보여줬다. 소연의 솔로곡 중 이렇게 강력한 비트의 록 트랙이 있다는 걸 새삼 알게 됐다. 민소매 흰색 원피스에는 암전됐을 때 티가 나는 야광 손자국이 찍혀 있었고, 맨발로 무대에 섰다. 붉게 빛나는 스탠딩 마이크를 붙잡고 노래와 랩을 그야말로 '쏟아낸' 소연은 포효하는 듯했다. 마지막에는 조커처럼 입을 찢는 듯한 동작으로 시선을 끌었다.

막내 슈화는 브리트니 스피어스의 '보이즈'(Boys)로 도발적인 퍼포먼스를 공개했다. 검은 실루엣을 큰 화면에 띄워 관능미를 더했으며, 댄서들과 함께 털기 춤이나 다리를 벌리는 춤 등을 소화했다.

우기는 통기타를 치며 미공개 신곡 '쿠드 잇 비'(Could It Be)를 불렀다. 처음에 기타 연주에서 작은 실수를 연발하자, 우기는 "오 많이 틀렸네, 오늘?"이라고 말해 폭소를 유발했다. 기타 연주와 우기의 목소리만으로 이루어졌던 '쿠드 잇 비'는 후반부로 가서는 밴드 연주와 댄서 안무가 더해졌다.

(여자)아이들 우기. 큐브 엔터테인먼트 제공
이번 공연에서 기억에 남는 건 '앙코르곡'이 정말로 즉흥적이었다는 점이다. 멤버들은 '사랑해'와 '메이즈'(MAZE)를 한 소절씩 부른 후 관객 요청을 수렴해 어떤 곡을 부를지 정했다. '주세요' '왓츠 유어 네임'(What's Your Name) '웨어 이즈 러브'(Where is love)를 불렀고, 작년 콘서트에서는 세트리스트에 포함돼 있던 '라이언'(LION)과 '오 마이 갓'(Oh my god)을 앙코르로 선보였다.

소연은 "저희가 오늘 되게 신나는 거(노래) 많이 했는데 저희는 사실 멋있는 거 전문"이라면서 "앙코르 많이 하고 싶은 이유가 세트리스트를 정하는데 안 해서 아쉬운 노래가 너무 많은 거다. 네버랜드(공식 팬덤)랑 시간 보내고 싶으니 지치지 말자"라고 다독였다. 민니는 "정말 좋은 에너지를 얻었으니 네버랜드도 좋은 에너지를 많이 얻고 갔으면 좋겠다"라고 바랐다.

(여자)아이들은 이날 2시간 40분 동안 26곡의 곡을 들려줬다. (여자)아이들 공식 트위터
(여자)아이들이 마지막 곡으로 준비한 건 '어린 어른'이었다. 약 2시간 40분 동안 진행한 공연에서 26곡을 꽉 채웠다. 팬들은 '파라다이스'(Paradise) 떼창과 '잊지 않고 간직할게 또 한 번 아이들을 사랑하게 된 순간'이라고 적힌 손팻말 이벤트로 감동을 안겼다.

(여자)아이들은 오늘(18일) 저녁 서울 공연을 마친 후 타이베이, 방콕, 홍콩, 샌프란시스코, 로스앤젤레스(LA), 댈러스, 뉴욕, 애틀랜타, 시카고, 런던, 암스테르담, 파리, 브뤼셀, 베를린, 도쿄 등 총 16개 지역에서 월드 투어를 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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