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진 외교부 장관과 중국 방문을 앞두고 있는 토니 블링컨 미국 국무장관의 17일 전화통화에서도 싱하이밍의 설화가 도마위에 오른 것으로 보인다. 토니 블링컨 장관은 '상호존중에 기반해 건강하고 성숙한 한중 협력관계를 발전시켜 나가고자 하는 한국의 노력'을 지지한다고 밝혔다고 한다.
박 장관은 앞서 지난 12일 국회 정치·외교·통일·안보 분야 대정부질문에 출석한 자리에서 국민의힘 김상훈 의원의 관련 질의에 "주한 대사가 야당 정치인과 함께한 자리에서 다수 언론 매체 앞에서 사실과 다른 내용으로 묵과할 수 없는 표현으로 우리 정부 정책을 비판한 것은 외교사절의 우호 증진 임무를 규정한 비엔나 협약과 외교 관례에 어긋나는 행동이라 생각한다"고 지적했다.
그는 또 "상호 성숙하고 건강한 관계를 만들기 위해서는 상호 존중이라는 것이 대단히 중요하다"면서 "그렇기 때문에 이번에 주한 중국 대사 발언은 한중 간 우호를 증진하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한중 우호에 역행하는 발언이기 때문에 저희들이 분명하게 엄중 경고하고 본인 책임이라는 점을 확실히 강조했다"고 강조한 바 있다.
박 장관은 이런 입장을 17일 통화에서 블링컨 장관에게 전했을 것이고 이에 대한 블링컨 장관의 화답은 "한국의 노력을 지지한다"였다는 것이 외교부의 설명인 것으로 보인다.
블링컨 장관은 미국 국무장관으로서는 5년 만에 18~19일 중국을 방문해 중국 고위 인사들과 만날 예정이고 중국 방문 결과에 대해 신속하게 우리측과 상세 내용을 공유할 계획인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블링컨 장관이 중국측 인사들과의 접촉에서 이번 사태에 대한 우리 정부의 입장을 얼마나 전달할 지 또 어떤 반응을 전할지는 아직 미지수이지만 싱하이밍의 베팅 설화의 파장은 미중 관계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앞서 용산 대통령실은 "국민들이 불쾌해 한다"고 했다는 윤석열 대통령의 말을 전하고 "싱 대사를 보면 위안스카이가 떠오른다는 얘기가 있다"면서 중국의 적절한 조치를 기다리겠다는 입장을 내놓은 바 있다. 위안스카이는 청나라 말기의 군벌로 임오군란 때 조선에 입국해 내정간섭을 자행했던 인물이다.
대한민국 의전서열 8위인 야당 대표를 관저에 초청해 놓은 자리에서 무려 15분간이나 준비된 원고를 읽어 댄 싱하이밍 대사의 행위가 구한말 위안스카이의 내정간섭과 다를 바 없다는 인식에서 나온 발언이다.
이와같은 싱하이밍의 행위는 상대국의 법령을 준수하고 내정간섭을 해서는 안된다는 외교관계에 관한 비엔나 협약 41조에 대한 정면 위반으로 우리 국민들의 반중 감정에 기름을 끼얹는 일이기도 하다.
특히 싱하이밍 대사의 행위는 타이완 문제를 해결하는 것은 중국의 몫이며 타인의 말참견을 허용하지 않는다는 왕원빈 중국 외교부 대변인의 지난 4월 20일 발언이나 타이완 문제로 불장난을 하면 반드시 스스로 불에 타 죽을 것이라는 친강 중국 외교부장의 4월 21일 발언에 이어 나온 것이라는데 더 큰 문제가 있다.
상대국을 거칠게 압박하는 중국 특유의 늑대 전사 외교를 일컫는 말인 전랑외교(戰狼外交)의 발현이라고 하는데 이런 전랑외교가 이번에는 통하지 않을 것 같다.
우리 정부가 싱하이밍 대사에 대해 기피인물로 지정하는 것을 검토하지는 않고 있다고 밝혔지만 국민 여론은 외교적 파장에도 불구하고 싱하이밍 대사를 기피인물로 지정해야 한다는 의견이 반대의견보다 우세한 상황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72시간 이내에 주재국을 떠나야 하는 기피인물 지정이 아니라도 싱하이밍 대사가 더이상 우리나라에서 한중 우호관계를 유지하는데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인식이 확산된 상태이다. 따라서 지난 2020년 1월 부임한지 3년이 넘은 싱하이밍 대사를 교체하는 형식으로 해법을 찾을 수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