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체부는 지난 15일 보도 자료를 내고 영진위가 영화발전기금(이하 영화기금) 예산을 부실하고 방만하게 운영하고, 지원 대상 선정에도 불공정성의 문제가 있음을 발견해 사업 및 운영체계를 전면 정비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문체부는 방만·부실 경영을 지적한 배경으로 △한-아세안 영화기구 설립운영 사업에 영화기금 24억 원 낭비 △역할 축소된 중국사무소 인력 뒤늦게 감축 △2022년 자격 요건 미달 독립영화 상영관 예산 지원 및 자격 요건 완화 △낮은 심사위원 자격 기준 및 심사위원 적합성 검증 결여 △최근 3년간 보인 '영화제작지원' 사업의 낮은 집행률 등을 들었다.
박보균 장관은 "영화계 간판 단체인 영진위가 국민의 피와 땀이 들어간 혈세를 어처구니없게 낭비하고, 공모 심사에 있어 특혜 시비와 불공정성을 드러내고 있어 국민과 영화인들은 실망하고 개탄할 것"이라며 "영진위의 허리띠 졸라매기, 심기일전의 자세 변화가 필수적"이라고 지적했다.
이와 함께 문체부는 코로나19의 후유증, OTT(온라인동영상서비스) 약진에 따른 영상콘텐츠산업 환경 변화로 한국 영화산업이 위기에 놓여있음을 짚으며 영진위에 강도 높은 구조조정과 혁신을 주문했다. 또한 향후 영진위 사업에 대한 지출 효율화 및 제도 개선 작업을 통해 한국 영화의 재도약 지원을 위한 기반을 탄탄히 해나간다는 계획이다.
이번 지적 사항과 관련해 영진위는 영화산업의 특성과 독립영화관 폐쇄로 인해 발생한 지역 피해 등을 고려해 발생한 문제도 있었다는 점을 해명하며, 앞으로 지적사항을 적극적으로 해결해 나가겠다는 입장이다.
영진위 관계자는 지난 16일 CBS노컷뉴스에 "문체부가 산하기관 관리감독을 지속적으로 하며 국정감사 지적사항이나 예결산 관련 사업을 점검하며 시정이 필요한 부분을 지적한 것으로 이해한다"고 밝혔다.
한-아세안 영화기구 설립 관련 예산 부분에 대해 영진위는 "한-아세안 영화기구는 각 국가 정부별 공식 협약이 필요한데 코로나 팬데믹으로 교착상태에 빠진 상황에서 설립이 어렵다고 판단돼 24년 예산은 편성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문체부는 영진위가 채무가 있는 상영관은 신청 자격이 없는데도, 신청을 받아준 뒤 최종 선정해 1억 1천4백만 원을 지원한 건에 대해서도 지적했다. 영진위는 해당 건의 상영관 대표가 취임하기 전 당시 대표로 재직하였던 영화사가 당시 영화진흥공사에 현상대금을 미지급해 발생한 것이라고 해명했다.
영진위 관계자는 "약 28년 전에 발생된 채무의 존재를 해당 건의 신임 대표자가 인지하지 못한 상태에서 신청서를 제출했다"며 "소재 지역의 유일한 독립‧예술영화 전용관으로서 오랜 기간 문제없이 많은 성과를 내오고 있었다. 해당 지역 내 독립영화 관객에 과도한 피해가 발생할 수 있다는 점을 고려 지역의 유일한 독립영화전용관이 중단 없이 운영될 수 있도록 지원 결정을 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영화제작지원' 사업이 최근 3년 간 실집행률 30~40%대에 머물렀던 이유는 영화산업 특성에 따른 것이라는 게 영진위의 입장이다. 영화산업 특성에 따른 제작기간을 고려해 보조사업 기간을 12~24개월로 운영, 일부 사업의 경우 연 2회(상·하반기) 공모를 통해 지원 대상을 선정하고 있어 당해 연도 실집행이 다소 부진하다는 것이다.
이와 관련해서도 영진위는 현재 영화 사전제작 진행이 상당부분 완료된 작품 위주로 선정해 사전 제작기간 단축, 지원 후 제작착수기간 단축 등 사업추진 방식 개편을 통한 실집행률 관리를 강화하겠다는 방침이다.
영진위 관계자는 "여타 지적 사항에 대해 향후 주무부처와 적극 협의해 조정해 나가고, 영화정책전문기구로서 객관성과 전문성 확보를 위한 노력을 기해나가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