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정B컷]이재명의 기억법…'대장동 실무자' 까먹었거나 몰랐거나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가 16일 오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 공판(공직선거법위반)에 출석하기 위해 법정으로 향하고 있다. 연합뉴스

각종 부동산 개발 이권과 관련한 배임 혐의로 기소된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 그리고 이 대표가 성남시장으로 있으면서 추진된 부동산 사업 관련 실무자 중 '정점'에 있었다는 고(故) 김문기 전 성남도시개발공사 처장. 이 대표는 대선 당시 SBS와 진행한 인터뷰에서 김 전 처장을 "성남시장 재직 때에는 몰랐다"고 해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로 재판을 받는 중입니다.

이 재판은 지난해 10월부터 공판준비기일을 거쳐 3월부터 정식 재판에 돌입했는데요. 16일까지 7번의 공판을 거치면서 이 대표 측은 '누군가를 아는 것은 주관적 인식의 영역', '그 시점에 이 대표 머릿속을 입증해야 할 것'이라는 취지로 주장하면서, 유권자를 상대로 허위사실을 공표한 것이 아니라고 합니다.  
 
누군가를 아는지 모르는지 답하는 것은 직관적이고 순간적인 판단이라는 데 이견은 없을 것 같습니다. 이 대표와 검찰은 이를 증명하기 위해 인식론까지 들고 나왔습니다. 독자 여러분들께서 양측 주장을 살펴보면서 누가 더 합당한 말을 하고 있는지 판단해 보시죠.

출장에, 대장동 조언에, 골프까지 쳤다 vs 6년 전 일 기억할 수 있나 

연합뉴스

이 사건의 발단부터 먼저 보겠습니다. 이 대표는 2021년 12월 22일 SBS 주영진의 뉴스브리핑에 출연해 "성남시장 재직 때 알았느냐"는 앵커의 질문에 "시장 재직 땐 몰랐고 (김 전 처장은 당시) 하위 직원이었다"라고 답했습니다. 

그러면서 "이 분을 알게 된 건 경기도지사가 된 다음이었다"라며 "'대장동 개발 이익 5500억 확보했다'는 것이 거짓말이라고 (도지사 시절) 기소된 적이 있어서, 재판 과정에서 세부내용을 파악하는 것을 알려준 사람"이라고 부연합니다.

간단한 질문입니다. 앵커는 이 대표에게 김 전 처장을 개인적으로 친하다고 할 만큼 인간적으로 잘 알았는지 물었던 것일까요, 아니면 그 존재를 시장 재직 시절부터 알았느냐고 물은 것일까요?

방송이 나간 뒤 국민의힘은 2015년 문제의 호주 출장에서 이 대표와 유동규 전 성남도시개발공사 본부장, 김 전 처장이 함께 골프를 친 뒤 찍은 것으로 보이는 사진과 요트 낚시를 한 사진 등을 공개했습니다. 그리고 허위사실공표 혐의로 이 대표에 대한 고발이 이뤄졌죠.

자, 그럼 검찰의 기소 내용과 변호인의 반박을 비교해 보시죠.  

2023. 3. 3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34부 공직선거법 위반 1회 공판  
검찰: 김문기 처장은 2009년 12월 한국리모델링협회가 후원하는 국회 정책 토론회에 피고인(이재명)과 함께 참여하는 등 그 무렵부터 피고인, 유동규 전 성남도시개발공사 기획본부장과 리모델링 관련 업무를 본격적으로 했습니다. 피고인이 성남시장에 당선된 직후에는 성남도시개발공사 사업계획팀에 입사해서 피고인의 주요 공약이었던 위례신도시 신축 사업을 담당했습니다. …(중략) 대장동 개발 사업 관련해서도 피고인이 주재하던 대면 회의에 수시로 참석하고, 개발 사업과 관련한 업무 보고를 피고인에게 수차례 하는 등 지속적으로 피고인의 업무를 보좌했습니다. …(중략) "2015년 1월에는 피고인은 김문기 처장, 유동규 본부장 등과 함께 호주와 뉴질랜드 출장을 다녀왔고, 골프를 하는 등 공식 일정 외 일정을 함께 했습니다. …(중략) 2018년 말에는 공직선거법 위반으로 불구속 기소됐을 때도 김문기 처장 등이 대장동 사업 추진 경위에 대해 피고인에게 상세히 설명하기도 했습니다.

변호인: 김문기가 시장에게 업무상 수차례 보고한 적 있다, 하급 직원이니 보고했다는 건 대단히 일상적인 일입니다. 피고인이 김문기와 골프를 같이 친 적 있다, 후보자의 자질과 무슨 상관이 있을까요? (중략) 검찰 주장도 해외 출장 외에 두 사람의 개인적 관계에 대해 써놓은 게 하나도 없습니다. 전부 공적 관계에서 이뤄진 보고인데, 그런 관점에서 자기 나름대로 기억을 소환해서 한 얘기들이 비록 명확하지 않고 다른 식으로 해석할 수 있다고 해도, 그걸 허위사실 공표로 의율해서 부당하다고 할 것은 아닙니다. …(중략) 김문기가 업무상 어떤 보고를 한 적 있다는 사실이 공적 소속이나 직책에 따른 일상적 행위일 것 같은데 그걸 부인함으로써 (대선에서) 유리해진다? 어떤 내용인지 모르겠고 대장동 개발사업과 골프는 전혀 무관한 거 같습니다. 그런 행위를 부인해야 대통령 선거와 관련해 유리해진다? 정확히 모르겠습니다. …(중략) 해외 출장 하급자 기억하고 있을까요? 피고인은 주로 유동규 전 성남도개공 본부장과 말한 것 같고 수행자로 동행한 김문기와 직접 접촉한 것 같지는 않습니다. 성남시장 재임 중 해외 출장은 16회, 2015년에만 4번 다녀왔습니다. 어느 한 출장, 어느 한 직원을 기억한다? (2021년 기준) 6년 전 일을 기억할 수 있을지 모르겠습니다.

검찰은 이 대표가 성남시장이 되기 전 변호사 시절부터 김 전 처장과 알고 지내왔고, 시장 시절에는 해외출장도 같이 다니면서 골프 등 각종 활동을 함께 했으며, 여러 업무 보고를 직접 받기도 했으니 '아는 사람'이라고 판단했습니다.

이 대표 측 역시 이같은 사실을 부인하지는 않습니다. 단지 이 사실을 해석함에 있어 6년 전 일이었고 정치인이라 너무 많은 사람을 만났으며 하위 직원까지 일일이 기억할 수 없었다고 항변하는 겁니다.

'출장도 함께 갔고 여러 번 마주치긴 했지만 어쨌든 하위직원이었다'는 반박에 다음 공판에서 검찰은 '일반적인 하위직원이 아니었다'는 취지로 재반박합니다.

2023. 3. 17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34부 공직선거법 위반 2회 공판
검찰: 골프는 자질·성품 관련이 아니라 선거에 영향을 주지 않는다는 주장은 맞지 않습니다. 공무상 명목으로 간 출장에서 산하기관 실무 책임자와 골프를 쳤다면 대통령이 되고자 한 사람으로써 심각한 비판 여론에 직면했을 겁니다. …(중략) 김문기가 산하기관 소속 팀장 600명 중 한명에 불과하다는 것도 함께 공유한 행위에 비춰보면 (설득력이 없습니다). 김문기는 9박 11일 출장에 함께 가서 근접 거리에서 피고인을 수행했고, 공식 일정에서 이탈해 골프 등 여가 활동을 즐겼습니다. 이후 김문기는 피고인이 스스로 시장 재직 시절 치적을 언급한 대장동과 1공단 사업 주무담당 부서장으로 수차례 대면 보고를 하고 피고인을 보좌했습니다. 공로를 인정 받아 피고인으로부터 표창장도 수여받았습니다. 사적·공적 관계에서 기억에 남을 수밖에 없는 경험적 행위를 공유한 사람인데, 600명 팀장 중 김문기와 같은 행위를 공유한 직원이 얼마나 되는지 반문하고 싶습니다.

이후 공판에서 유 전 본부장은 '600명 팀장 중 한 사람'이라는 변호인 측 주장에 대해 "공사 팀장급은 시청 과장급이라며 공사에 6명밖에 없는 직책"이라고 강조한 바 있습니다.

골프 치고 참돔 잡고 vs 패키지여행 같은 출장

연합뉴스

공방의 백미는 유 전 본부장의 증인신문입니다. 대장동 사건이 불거진 뒤 이 대표와 유 전 본부장이 대면하는 것은 처음이었는데요. 2015년 호주 출장을 놓고 유 전 본부장과 이 대표의 기억은 또 엇갈렸습니다.

유 전 본부장은 원래 김 전 처장이 동행할 출장은 아니었는데 이 대표가 편하게 대하는 사람이어서 '대타'로 동행하게 됐다는 증언도 했습니다. 이 대표의 최측근인 정진상 전 민주당 정무조정실장이 김 전 처장에 대해 "믿을 만한 사람"으로 지칭했다고도 했습니다. 또 이 대표와 함께 골프를 친 것은 물론, 이 대표는 유 전 본부장 없이 요트 낚시를 즐겼다고도 했습니다. 반면 이 대표는 "눈도 마주치지 않았다", "패키지여행 같은 출장"이었다고 했죠.

2023. 3. 17, 31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34부 공직선거법 위반 2·3회 공판
변호인: 피고인이 김문기, 유동규와 골프를 친 일이 있었는지는 객관적 사실의 영역이고, 골프를 친 적이 없다고 말한 적이 없습니다. 피고인은 골프를 함께 친 사람이 김문기였는지 정확히 기억하지 못한 것 같습니다. …(중략) 호주에서 피고인과 김문기가 함께 찍은 사진과 영상에 한 가지 특이한 점이 있는데, 두 사람이 한 번도 눈을 마주친 일이 없다는 겁니다. 당시 피고인과 김문기의 관계가 어땠는지 쉽게 알 수 있습니다.

유동규: (골프 라운딩을 위해) 2인 카트를 두대 빌렸고, 김문기가 이 대표를 보좌하기 위해 직접 카트를 몰았습니다. (둘이 카트도 타고 공도 찾아야 하는데) 눈도 안 맞았다는, 납득할 수 없는 말씀을 하시는 것 같습니다.

변호인: (김문기는 유동규가 데리고 온 수행원으로) 골프 두 번 치고 다시 국내에 들어왔습다. 그 뒤 1년 간 김문기를 못봤다고 합니다. 그러다가 공사에서 시청에 보고하러 왔는데, 두번째줄 끝에 김문기가 앉아 있었고 특별한 멘트도 안 했다고 합니다. 그냥 배석자였습니다. 그 뒤 있었다는 회의에서도 마찬가지입니다.

검찰: 변호인은 호주 출장 중 피고인과 김문기가 대화하거나 눈을 맞춘 사진이 없었다고 주장합니다. 사진이라는 것은 찰나의 순간을 촬영한 결과물입니다. 당시 상황이나 광경을 모두 담을 수 없습니다. 그리고 오히려 눈 마주치는 등 친밀감을 느낄 수 있는, 두 사람이 사이좋게 손 맞잡고 찍은 사진도 존재합니다.

호주 출장을 둘러싼 공방은 한 달 넘게 이어졌습니다.

2023. 4. 28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34부 공직선거법 위반 5회 공판 中
변호인: 요트 낚시는 (김문기가) 뭐라던가요.

유동규: 김문기가 요트가 되게 좋았다고 했습니다. 시장님이 되게 좋아했고 큰 물고기를 잡으셔서 굉장히 기뻐하셨다 들었습니다.

변호인: 김문기가 피고인이 물고기 잡은 것을 봤다고요?

유동규: 네, 그때 큰 참돔을 잡았다고 들었습니다.

변호인: 어떤 요트였길래 좋다고 들었나요.

유동규: 저는 (낚시엔) 안 갔다니까요.

변호인: 요트 사진은 없던가요? 그렇게 좋으면 사진 찍잖아요.

유동규: 보안유지 철저히 하라고 해서 그랬는지, 저도 사진 찍고 녹음할 걸 그랬어요. 이럴줄 알았나요, (이 대표는) 분명히 기억 있으실 텐데요.

2층 보고를 둘러싼 복수의 증언 vs 불완전한 기억

그렇다면 검찰은 국민의힘 측이 제보한 호주 출장 사진 외에는 별다른 증거가 없는 걸까요? 아닙니다. 김 전 처장은 최소 5번 이상 성남시청에 가 대면 보고를 했다고 합니다. 이른바 '2층 대면보고'인데, 이를 놓고도 양측의 해석은 상이합니다.

2023. 4. 14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34부 공직선거법 위반 4회 공판
검찰: 대장동 관련해서 김문기가 이재명 시장에게 보고한 사실 여부에 대해 확인할게요. 대장동 공모지침이나 이익 배분 관련해서 증인(유동규)이 대답을 잘하지 못해서 실무자들과 (보고하러) 갔다고 검찰 조사에서 진술한 것이 사실입니까.

유동규: 사업 전반에 대해서 저는 잘 모르는데, 이재명 시장은 이런 부분을 잘 알아서 날카롭게 질문하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제가 한 번 대답을 못하니 잘하는 사람을 데리고 오라고 역정을 냈습니다.

검찰: 대장동 사업 공모지침과 이익 배분 관련해서도 김문기를 포함해 실무자가 피고인에게 직접 보고했다는 거죠?

유동규: 네, 저희 둘만 가서 할 때도 있고, 국·과장, 혹은 팀장까지 같이 배석해서 보고하기도 했습니다.

검찰: 피고인에게 대면보고 하면서 김문기에게 직접 묻고, 김문기가 구체적 설명을 한 적이 있나요?

유동규: 네, 당연히 그러라고 보고하러 간 거니까요.

유 전 본부장의 공세에 이 대표도 물러서지 않았습니다. 100% 정확한 것이 아닌데 어떻게 '기억한다'고 할 수 있느냐고 도리어 따져물었습니다.

2023. 4. 28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34부 공직선거법 위반 5회 공판 中
이재명: 증인, 제가 좀 물어봐도 되겠습니까. 증인, 제가 김문기를 처장으로 불렀는지 팀장으로 불렀는지 기억 나지 않습니까.

유동규: 저는 처장으로 기억합니다. 처음에 불려갔을 때 김 처장, 김 처장 해서 그 뒤로도 김 처장이라고 부르지 않았을까 생각이 일견 듭니다. 기억이라는 것이, 100% 사진찍듯, 녹음하듯 날 수 없잖아요.

이재명: 처장이라 불렀는지 팀장이라 불렀는지 모르는 건데, 그럼 기억 안 나는 거잖아요.

유동규: 둘 중 하나로 불렀습니다. 김 팀장으로 불렀다가 김 처장으로 불렀을 수도 있습니다.

김 전 처장이 수차례 대면보고를 했고 이 대표가 관련 질문도 한 만큼 뭐라고 지칭했는지는 상당히 중요한 증거가 될 수 있습니다. 유 전 본부장은 당시 상황을 정확히 기억하지는 못했는데, 애매한 유 전 본부장의 증언이 쌓이고 쌓이는 데 대해 이 대표 측은 증명이 부족하다고 지적했습니다. 하지만 성남도공에서 일했던 정민용 변호사의 증언을 참고해 보면, 김 전 처장의 대면보고는 수차례 있던 것이 맞고 이 대표의 기억에 남았을 것으로 추정할 수 있을 만큼의 교류는 있었던 것이 어느 정도 뒷받침됩니다.

2023. 6. 16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34부 공직선거법 위반 7회 공판 中
검찰: 명찰 차고 보고에 들어갔습니까.

정민용: 항상 명찰 찼습니다.

검찰: 왜죠, 피고인이 증인을 모르나요?

정민용: (알고 모르는 것) 상관없이 저희는 항상 명찰을 찼던 것으로 압니다.

검찰: 저희라면 김문기도 포함되나요?

정민용: 네.

검찰: 성남시장 시절 김문기가 (시장으로부터) 전화받았다고 자랑한 적이 있나요?

정민용: 시장님 맞습니다.

알았을까, 몰랐을까…이재명 기억은 안갯속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가 16일 오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리는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와 관련한 공판에 출석하기 위해 법정으로 향하고 있다. 연합뉴스

7회째 공판이 이어지면서 어느 공판에선 이 대표가 확실히 김 전 처장을 기억할 수밖에 없겠구나 싶다가도, 그 다음 공판에선 또 아리송해지실 겁니다. 양측은 '확실히 인식했는지' 여부를 놓고 각각 추가 의견을 개진했는데, 법정이 한순간 '인식론' 강의실이 돼버렸죠.

2023. 6. 2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34부 공직선거법 위반 6회 공판 中
검찰: 이 사건은 피고인이 대장동 개발 사업 윗선으로 지목되면서 시작됐습니다. 공사 측 핵심 실무자 김문기가 사망하면서 벌어진 일입니다. 윗선으로 의심받던 이재명에게 해명을 요구하는 방송 진행자가 '김문기를 알았으냐'는 질문을 합니다. 피고인에겐 '그런 사실 없다, 기억나지 않는다, 있다' 등 세가지 가능한 답변이 있었습니다. 어떤 답변을 선택했더라도 피고인의 행위 유무 관련한 발언이라는 본질은 변하지 않습니다.

예컨대 특정 시점에 뇌물을 받은 사건이 국민적 관심인 상황에서, 특정 시점에는 공여자를 몰랐다고 발언하면 행위에 관한 발언이 됩니다. 호주 출장 중 김문기 동행 의혹이 제기되자 피고인은 부인했는데, 이는 행위와 관련한 발언입니다. 피고인은 '안다'는 것은 주관적 인지사항이라고 반론하는데, 이는 표면적이고 형식적인 것으로, 성격과 발언 내용의 외형을 혼동한 주장입니다.

변호인: 토론회 비슷한 대담 프로그램에서 어떻게 질문과 답변이 구성되는지 간단히 말씀드리겠습니다. 어떤 질문을 할 때는 첫 번째 질문에 모든 것을 다 물어보지 않습니다. 주신문과 반대신문을 예로 들면, 증인에게 '누구를 아느냐'는 질문을 먼저 합니다. 그 다음에 언제, 어떻게 알게 됐느냐고 묻습니다. 그럼 언제, 어떤 행위를 하지 않았느냐, 이렇게 질문을 발전시킵니다.

(앵커는) 첫번째 질문에서 누굴 아느냐고 묻습니다. 개인적으로 아느냐는 것이 질문에 함축되어 있습니다. 모든 함축적 의미를 고려해 답변해야 한다면 답변하지 못합니다. 토론회에서 자유롭게 이야기하다가 조금 틀린 부분이 있다면 그것을 문제삼지 말아야 한다는 취지의 대법원 전원합의체 판결이 있습니다. 현실적으로 조금 생각해봐도 저렇게 완벽한 의미를 담아서 대응해야 한다는 검찰 측 논리는 성립하기 어렵습니다.

(중략)

피고인의 발언 시기는 2021년 12월입니다. 당시 피고인이 발언할 때 '안다, 모른다'는 순전히 주관적 내용입니다. 허위라고 입증하려면 피고인 머릿속에 그 당시 김문기를 안다는 인식이 있었다는 것을 증명해 내거나 알았다고 볼만한 정황을 통해 증명해야 합니다. 가장 가까운 게 5년 전 일인데, 이 무렵에 김문기를 알았다는 인식이 제대로 형성됐어야 합니다. 그리고 이같은 인식이 2021년 12월까지 계속 존속됐음 역시 증명돼야 합니다. 검찰의 증명은 턱없이 부족합니다. 그리고 당시 받았던 질문은 개인적으로 아느냐입니다. 재판장은 저를 개인적으로 아십니까? 저를 아십니까, 하면 알 수도 있지만 개인적으로는 절대 아닙니다. 공적 자리에서 대화 몇 번 나눈다고 깊어지지 않습니다. 이재명과 김문기는 공적 자리에서 만났습니다.

다시 처음으로 돌아가보겠습니다. 당시 앵커는 "김문기 처장이 어젯밤 극단적인 선택을 했다는 안타까운 소식이 들려왔다"고 운을 띄웁니다. 이 대표는 "한때 제가 지휘하던 부하직원들 중 한 명"이라며 "위로 말씀 외 더 드릴 말씀이 없다"고 답합니다. 이에 앵커는 "성남시장 재직 때 알았느냐"고 묻습니다. 이 대표는 "시장재직 때 몰랐고 하위직원이었다"고 말했습니다.

과연 이 질문이 '개인적으로, 내밀하게, 아주 잘 아는 사람이었느냐'는 함축적 의미를 내포했다고 볼 수 있을까요? 대선 후보 중 토론회에서 허위사실을 공표해 재판까지 받는 사람은 이 대표가 유일합니다. 그래서 의문이 생깁니다. '성남시장 때부터 알았는지 잘 기억나지 않는다'는 취지로 얼버무리면서 질문을 넘겼어도 됩니다. 그런데 이 대표는 왜 '모른다'고 단언했을까요?

검찰은 이렇게 추측합니다. "김문기 처장과의 밀접한 업무 관련성이 확인되면 대장동 관련 비리 의혹의 최종 책임이 피고인에게 있다는 비판 여론이 형성될 우려가 있었다"라며 "이에 김 처장 등과의 연관성을 차단해 대장동 사업 관련 피고인에 대한 비난 여론 확산을 막고자 했다"고요.

대선 토론회에서 앵커가 후보에게 '그 사람을 아느냐, 모르느냐'고 물었을 때 '사느냐, 죽느냐' 류의 철학적 질문을 던진 것일까요? 양측의 공방은 인식론적 경지에 이르렀지만, 이에 대한 법적 판단만큼은 누가 보더라도 단번에 이해할 수 있을 만큼 명쾌해야 할 겁니다.

물이 흐르는 것처럼 자연스러운 것이 법이어야 한다는 뜻에서, 중국인들은 고대부터 법을 '法'으로 써왔습니다. 이 대표가 출장길에 함께 골프 쳤고 요트 낚시를 했고 수차례 주요 부동산 사업에 대한 대면 보고를 받았던 사람을 알았는지 몰랐는지에 대한 자연스러운 해답을 재판부는 내려야 할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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