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아미 여러분들 덕분에 저희가 10주년을 맞이하게 되었네요. 10년이면 강산도 변한다는 말이 있는데 방탄소년단과 아미의 사랑은 변하지 않는다는 것이 참 신기합니다. (…) 저희 10주년이란 시간 함께해 주셔서 너무 감사드리고 저희의 몸이 무대를 소화할 수 있을 때까지 함께해 주시길 바라겠습니다" (진)
"아미 덕분에 눈 깜짝할 새에 벌써 10년이에요!!! 10년 동안 함께해 줘서 너무 고마워요!!! 앞으로도 우리 아미들 건강하게 방탄도 건강하게 서로 사랑하며 찬찬히 찬란히 걸어갑시다 :) 나는 이제 아미 없는 삶은 상상도 못 한다 ㅜㅜ" (정국)
올해 데뷔 10주년을 맞은 방탄소년단(BTS)은 소감을 밝히면서, 그들의 시작부터 지금까지 함께해 온 팬덤 '아미'(ARMY) 언급을 빼놓지 않았다. "실질적으로 글로벌한 영향력을 지닌 초국적 K팝 팬덤"('페미돌로지' 19쪽)의 시초로 꼽히는 '아미'는 "국가와 인종, 성별, 연령, 성 정체성, 종교에서 다양한 분포"를 보이고, "기존의 K팝 팬덤에 비해 국내 팬덤과 해외 팬덤 간 괴리가 크지 않고 강한 결속력을 보이는 편"(여기까지 '페미돌로지' 20쪽)인 특징을 지닌다고 평가받는다.
믿음으로 굴곡 넘겨온 방탄소년단과 아미
청취자와 구독자 사이에서 아미로 널리 알려진 'A형'(활동명·팟캐스트 '김앤정의 별별수다'의 진행)은 "믿음"이라고 답했다. A형은 "한 시대를 지배했다고 평가받는 아이돌과 팬덤은 모두 다 그들만의 애틋함과 특별함이 있다고 생각한다. 다만 방탄과 아미는 지금까지 여러 아이돌과 팬덤이 겪어 온 굴곡의 요소들을 모두 서로에 대한 믿음으로 넘어왔고, 넘기고 있다"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순차적으로 군백기를 맞는 중이고, 개별 활동도 시작되고 있고, 앞으로 또 어떤 태풍이 우리를 흔들지 모르겠다. 하지만 방탄과 아미는 우리가 걷는 이 길이 모두 다 길이 될 거라는 믿음을 공유하고 있다. 그 믿음이 있는 한, 방탄과 아미는 챕터 2, 챕터 3에서도 계속 새로운 역사를 쓸 수 있을 거라 생각한다"라고 밝혔다.
박희아 대중문화 저널리스트는 "방탄소년단이 놀라운 활약을 거듭하고 그게 '국위선양'으로 인식되면서, 방탄소년단을 응원하고 지지하는 것이 조금 더 널리, 하나의 문화로 자리 잡은 것 같다"라며 "방탄소년단은 UN 연설도 했고, 최근 RM씨는 유해발굴감식단 홍보대사가 되기도 했는데 꾸준히 '국민 아미' 기대에 충실한 행보를 보인다는 점도 인상적이다. 다만 아미의 기대치가 높기 때문에 쉽지 않은 길이 될 수도 있을 거라 보인다"라고 짚었다.
'아미'가 달랐던 점
김도헌 음악평론가는 "대중음악 역사에 수많은 거대 팬덤이 있었지만, 소셜미디어 음원 '총공', 음반 구매, 소셜미디어 바이럴, 모금 활동 등 팬덤의 조직적인 행동을 서구 사회에 이식하여 K팝 팬덤 문화를 세계 시장에 알린 것"을 들었다. 김 평론가는 "이는 현재 테일러 스위프트의 팬덤 스위프티스(Swifties) 등 다양한 형태로 뻗어나가며 대중문화의 방향을 팬덤 문화로 강하게 바꾸어 놓았다"라고 진단했다.
이지행 연구원은 "기존 K팝 팬덤과 다른 방식으로 아미가 발전해 온 과정이 주효했다고 생각한다. 보통 팬덤은 서로 배타적이고, (같은 팬이어도) 국내와 해외 팬덤도 배타성을 지녔다. 서로 교류하지 않았던 것"이라고 운을 뗐다.
이 연구원은 "그런데 아미는 국내 팬덤과 해외 팬덤이 서로 마주치고 상호작용하면서 이해하고 하나가 되어가는 과정이 있었던 것 같다. '마주침'이란 게 무척 중요하다. 그래야 뭐가 다른지, 어떤 걸 같이 할 수 있는지, 나는 무엇을 할 수 있는지 등을 확인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런 부분이 잘됐던 거의 최초의 팬덤이어서 초국적인 팬덤이 될 수 있지 않았나 싶다"라고 바라봤다.
A형은 방탄소년단의 팬 송을 예로 들어, "보통 팬 송을 싣는 건, 어떤 가수가 감사를 표할 팬덤을 갖게 됐다는 뜻이고, 팬들에게 '고마워, 사랑해, 영원할게' 류의 메시지를 담아내게 마련이다. 근데 방탄소년단의 첫 번째 팬 송 '둘! 셋!'에는 '꽃길만 걷자 그런 거짓말 못 해, 슬픈 기억 모두 지워, 웃게만 해주고 싶었는데'라는 가사가 있다. 그게 팬덤 '아미'의 차별점이 아닌가 싶다"라고 설명했다.
A형은 "아미는 방탄소년단의 역사를 만들었고, 방탄소년단은 그 아미들이 무엇을 가장 중요하게 여기는지 잘 알고 있다. 그게 데뷔 10주년에도 완전체 활동을 최우선에 둘 수 있도록 만든 동력 아닌가 싶다"라고 전했다.
잠들지 않는 팬덤 '아미'가 해낸 것
이지행 연구원은 아미의 다양한 팬 활동 중 가장 인상적이었던 것으로 '백서'(WHITE PAPER PROJECT, WPP)를 꼽았다. '백서'는 멤버 지민의 '원폭 티셔츠' 착용 이후 일본 음악방송 출연 취소 등 당시 벌어진 일련의 상황을 팬들 스스로 머리를 맞대고 고민해 정리한 보고서다.이 연구원은 "이 문제의 본질이 무엇인지에 초점을 맞춰 아미가 '백서'를 썼다. 이 사건을 둘러싼 역사적이고 사회적인 맥락, 언론의 보도 태도, 팬덤 내부의 반응 등을 100장 정도의 소논문 형식으로 정리했다. 방탄소년단을 방어하기 위해서 냈다고 볼 수도 있지만, 발간 시점을 보면 상황이 마무리되고 난 이후였다. 모든 아미에게 충격적인 일이었고 분열되거나 상처받을 수 있었던 사건인데, 이걸 우리가 어떻게 이해하고 소화할 것인지 스스로 돌아보기 위해 냈다고 본다"라고 말했다.
'방탄소년단 음원정보팀'(52㎐)은 상황에 맞게 방탄소년단의 노래를 들을 수 있는 플레이리스트 '방플리'를 비롯해 음원 총공 공부, 응원법 외우기, 각종 차트 추이 확인 등 다양한 정보를 정리해 공유하고 있다. 소속사 빅히트 뮤직이 'BLM'(Black Lives Matter·흑인의 목숨도 소중하다) 운동단체에 100만 달러를 기부하자, 아미는 '원 인 언 아미'를 통해 인종차별 반대 운동단체에 기부할 수 있게 페이지를 만들었고 100만 달러 이상을 모금해 화제를 모았다.
이 밖에도 B씨는 아미 내부의 문제 제기로 그동안 발표한 방탄소년단 노래 중 여성비하 가사 관련해 소속사 차원의 사과가 이루어진 점, 코로나19 당시 콘서트가 취소됐을 때 티켓값을 환불받지 않고 기부한 점, 멤버 이름을 딴 숲 조성 등을 기억에 남는 사례라고 전했다.
이규탁 교수 역시 '원 인 언 아미' 사례를 언급했다. 그는 "2020년 'BLM' 운동 당시 인종차별 반대 운동 단체에 팬들이 BTS 소속사와 같은 액수를 기부한 일이 있다. 아미는 단순히 가수를 지지하고 응원하는 집단이 아니라 사회적·정치적 문제에도 발언하고 목소리 낼 수 있는 존재임을 드러냈다"라고 말했다.
A형은 "최근만 해도 부산 엑스포 유치 기원 콘서트 장소가 기장으로 발표됐다가, 팬들의 집단반발에 부딪혀 변경됐다. 아미들이 공연 장소가 발표되자 사전에 답사한 뒤, 적절하지 않은 이유를 조목조목 정리해 공론화했기 때문이다. 우익 논란 작사가, 성범죄를 일으킨 작곡가와 협업 사실이 공개됐을 때 가장 크게 반발하고 항의한 이들도 아미다. 아미는 방탄의 방패일 뿐 아니라, 방탄에게 가장 먼저 회초리를 드는 이들이기도 한 것"이라고 부연했다.
A형은 "물론 언제나 팬들의 목소리가 하나인 것도 아니고, 방탄소년단이나 소속사가 언제나 아미들의 목소리에 귀 기울여주는 것도 아니다. 하지만 아미가 회초리를 들었을 때, 적어도 멤버들은 '우리가 알아서 할게' 하는 식으로 대응하지 않는다. 비판이나 지적에 공감하지 않더라도. 방탄소년단은 '우리의 비판과 감시가 방탄소년단을 더 올바른 길로 인도하고 있다'는 아미의 자부심을 존중하고, 아미는 '방탄소년단은 지금도 팬들의 쓴소리를 귀담아듣는다'고 믿는 것"이라고 밝혔다.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