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자들이 우수수 탈락하는 이변이 속출하고 있는 프로당구(PBA) 5번째 시즌 개막전. 이런 가운데 '예술구 마스터' 세미 세이기너(튀르키예∙휴온스)가 PBA 데뷔전에서 완승을 거두며 존재감을 뽐냈다.
세이기너는 14일 경북 경주 블루원리조트에서 열린 '경주 블루원리조트 PBA-LPBA 챔피언십' 남자부 128강 1회전에서 서현민을 제압했다. 비록 서현민은 지난 시즌 강등권에 몰려 큐스쿨(Q-School)을 통해 1부 투어에 생존했지만 PBA 투어 챔피언 출신. 그러나 세이기너가 세트 스코어 3 대 0(15:3, 15:10, 15:11) 완승을 거둔 것이다.
올 시즌 PBA 투어는 강호들의 합류로 큰 관심을 모았다. 세계 3쿠션 '4대 천왕'으로 군림한 다니엘 산체스(스페인·에스와이), 한국인 최초의 3쿠션 세계선수권대회 우승자 최성원(휴온스), PBA 출범 이전 최대 상금의 LG U+ 마스터스 우승자인 베테랑 이충복(하이원리조트), 대한당구연맹(KBF) 여자 랭킹 1위 한지은(에스와이) 등이다.
하지만 이들은 줄줄이 초반 탈락하며 PBA의 높은 벽을 실감해야 했다. 세계캐롬연맹(UMB) 월드컵 16회, 세계선수권 4회 우승에 빛나는 산체스는 13일 1회전에서 2002 부산아시안게임 금메달리스트 황득희(에스와이)에 1 대 3으로 덜미를 잡혔다.
같은 날 최성원도 박한기와 128강전에서 1 대 3으로 졌고, 이충복도 14일 아드난 육셀과 승부치기 끝에 눈물을 삼켰다. 한지은 역시 11일 여자부 예선에서 손수민과 동률을 이뤘지만 연속 득점에서 1개 차로 밀려 짐을 싸야 했다.
기존 챔피언들도 이변의 희생양이 됐다. 통산 7회 최다 우승을 자랑하는 최강 프레드릭 쿠드롱(벨기에·웰컴저축은행)은 윤석현과 1회전에서 0 대 3 완패를 안았다. 지난 시즌 여자부 랭킹 1위인 '캄보디아 특급' 스롱 피아비(블루원리조트)도 32강전에서 무명의 장혜리에 1 대 2로 무릎을 꿇었다. '스페인 강호' 다비드 마르티네스(크라운해태)도 고배를 마셨다.
이런 상황에서 세이기너가 베테랑의 품격을 보였다. 1세트 세이기너는 선공 서현민이 초구를 놓친 기회를 놓치지 않고 3차례 뱅크샷 등 먼저 15점을 채워 기선을 제압했다. 2세트서도 2이닝째 하이런 4점 등 10이닝 만에 15 대 10 스코어를 만들었다. 서현민도 3세트 5이닝 하이런 6점으로 반격했으나 세이기너도 7이닝 5점을 올려 12 대 11로 역전한 뒤 8이닝 3점으로 경기를 마무리했다.
세이기너는 지난 1994년 3쿠션 월드컵 첫 우승을 거두는 등 통산 우승과 준우승을 7번씩 달성했다. 2003년에는 세계선수권 정상에 올랐고, 지난해에는 세계팀선수권에서 튀르키예의 3년 연속 우승을 견인했다. 특히 빼어난 예술구 기량으로 '미스터 매직'이라는 별명을 얻었다.
지난 시즌 남자부 랭킹 1위 '슈퍼맨' 조재호(NH농협카드)는 생존했다. 1회전에서 구자복과 승부치기 끝에 간신히 승리를 거뒀다. 이밖에 하비에르 팔라존(스페인∙휴온스), 에디 레펜스(벨기에∙SK렌터카) 등도 64강에 진출했다.
15일에는 남자부 64강 및 여자부 16강이 진행된다. 선수들은 6월 호국 보훈의 달을 맞아 '블루원리조트 챔피언십' 기간 태극 문양이 새겨진 PBA 패치를 부착하고 경기에 나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