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정원 초유의 인사 번복, "국정원장 사퇴"도 거론

2,3급 인사도 전면 중단…조사중

김규현 국가정보원장이 5월 31일 오후 국회에서 열린 정보위원회 전체회의에 출석해 회의 시작을 기다리고 있다. 왼쪽부터 김남우 국정원 기조실장, 권춘택 1차장, 김 국정원장, 김수연 2차장, 백종욱 3차장. 연합뉴스
국가정보원이 1급 간부 7명에 대한 보직 인사를 1주일 만에 번복했다. 윤석열 대통령의 재가가 이뤄진 1급 국·처장 인사를 최근 전면 취소하고 전원 대기발령했다. 대통령 재가가 이뤄진 인사를 번복한 것은 국정원 역사상 처음이다. 특정 간부의 인사 전횡이 배경인 것으로 파악되면서 김규현 국정원장의 책임론도 커지고 있다.

국정원은 2주 전 국·처장에 해당하는 1급 간부 7명에 대해 새 보직 인사 공지를 했다가 지난 9일 발령을 취소했다. 지난 8일 오전 국정원 김남우 기조실장이 대통령실에 불려들어갔고 오후 인사 취소가 단행됐다고 한다.

정부 관계자는 "인사 공지가 나고 새 업무를 일주일동안 한 상황에서 갑자기 취소된 것은 초유의 상황"이라고 전했다.

대통령실은 김규현 국정원장의 비서실장 출신인 A씨의 인사 전횡에 대해 들여다보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A씨는 지난해 9월 1급, 11월경 2·3급 간부 160여명의 인사 때도 깊이 관여한 국정원 실세로 알려졌으며, 이번에 번복된 1급 인사 명단에도 포함돼 국정원 내부에서 '셀프승진'이라는 이야기까지 나왔다. 더구나 이번에 승진한 1급 7명 가운데 4명이 A씨의 공채 입사동기이기도 했다.

국정원 내부에선 그동안 김규현 국정원장의 측근으로 알려진 A씨가 무리하게 인사에 관여했다는 불만이 터져 나왔다.

정보 소식통은 "정권이 바뀔 때마다 어느 정도의 '적폐 청산'은 필요하지만 지난번 인사 때부터 너무 심하다는 불만이 많았다"며 "국정원장이 내부 사정을 잘 모르다보니 A씨가 '물갈이'를 명분으로 자신의 측근을 요직에 배치하는 등 인사 전횡이 심하다는 문제제기가 있었다"고 전했다.

국정원은 2·3급 후속 인사도 전면 중단하고 A씨의 인사 전횡이 있는지 조사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파장이 커지자 여권에서는 김규현 국정원장 책임론까지 불거져 나왔다.

여권 핵심 관계자는 "국정원장이 소통이 잘 되지 않는다는 이야기가 들린다"며 "상황이 이 지경까지 왔는데 국정원장이 책임을 지지 않으면 안 될 것"이라고 했다.

다른 관계자도 "국정원 자체가 내부 권력 투쟁이 심한 조직인데 장악은커녕 내부 파악도 제대로 하지 못하고 있는 것 같다"고 전했다.

대통령실 핵심 관계자는 "국정원장은 권력기관의 특성상 다른 임명직에 비해 청문회 위험 부담도 적은 편"이라고 했다.

한편 국정원은 이와 관련해 "정보기관의 인사 내용은 확인할 수 없다"고 밝혔다. 대통령실 관계자도 "(일부 언론 보도처럼 관련) 투서를 받은 적이 없다"고 말했다.

다른 소식통은 "지난해부터 국정원 인사 전횡에 대한 보고가 대통령실에 전달됐는데 갑자기 인사 번복이 이뤄진 이유가 궁금하다"며 "어떤 식으로든 대통령께 직접 보고가 들어간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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