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 최대 스포츠 축제 아시안게임이 100일 뒤인 오는 9월 23일 중국 항저우에서 화려한 막을 올린다. 올해로 19회째를 맞는 아시안게임 개막을 앞두고 누구보다 뜨겁게 구슬땀을 흘리는 '용감한 형제'가 있다.
우슈(무술) 국가대표 이용현(30), 이용문(28·이상 충남체육회)이다. 형제는 지난 3월 제35회 회장배전국우슈선수권대회 및 2023년 국가대표 선발전에서 모두 각 종목 1위에 올랐다.
투로에서 이용현은 장권전능, 이용문은 남권전능 1위로 태극 마크를 달았다. 장권은 권술과 도술, 곤술 등으로 이뤄지고, 남권은 권술과 남도, 남곤 등으로 구성된다. 주먹과 칼, 곤봉 등 다양한 무술을 표현해야 하는 종목이다.
우슈는 종주국인 중국이 세계 최강을 자랑한다. 그럼에도 형제는 그동안 중국이 싹쓸이하는 국제 대회에서 선전을 펼쳤다. 이용현은 2014년 인천아시안게임 은메달, 이용문은 2018년 자카르타-팔렘방아시안게임 동메달을 따낸 바 있다.
아직 아시안게임 금메달이 없는 만큼 형제는 항저우에서 동반 우승을 노린다. 이용현은 "누구나 금메달 목표로 하지만 올해 몸 상태가 좋기 때문에 이겨낼 것"이라고 의지를 다졌다. 이용문도 "형과 함께 출전하기 때문에 의지가 많이 된다"면서 "무슨 일이 있어도 금메달을 따고 싶다"고 굳은 각오를 드러냈다.
사실 이용현의 도전은 인간 승리라고 볼 수 있다. 어릴 적 불치에 가까운 병을 극복하고 정상급 선수로 우뚝 섰기 때문이다. 우슈에 입문한 것도 병 때문이었다.
이용현은 "어릴 때 코피가 계속 나고 몸이 허약해서 병원에 갔더니 세균성 뇌수막염이라고 하더라"면서 "병원에서 치료할 방법이 없으니 집으로 가라고 했다"고 돌아봤다. 이어 "아버지가 우슈 사범 출신이셨는데 어머니와 상의해 자포자기의 심정으로 5살 때 나를 도장에 보냈다"고 덧붙였다.
우슈를 하고 나니 기적이 일어났다. 세균성 뇌수막염이 깨끗이 나았고, 몸도 건강해졌다. 실력도 일취월장해 선수로까지 나서게 됐다. 이용현은 "20년 이상 우슈를 해왔지만 끝이 안 보인다"면서 "완벽하게 하려다 보니 어려운 동작에 성공하면 다른 동작에 대한 문제점이 보인다"며 여전한 열정을 드러냈다.
동생도 형을 따라 우슈에 입문하게 됐다. 이용문은 "형이 도장을 다니니까 나 혼자 집에 있기 뭐하더라"면서 "그래서 자연스럽게 우슈를 하게 됐다"고 웃었다.
하지만 열정만큼은 형에 뒤지지 않는다. 이용문은 매년 자비를 들여가며 중국 본토에서 최고수에게 비기를 배우고 온다. 이용문은 "매년 중국 광둥성으로 가서 최고수인 리찌엔밍에게 전수를 받는다"면서 "광둥성우슈협회의 지원도 있는데 하루 700위안(약 12만5000원)의 수강료를 낸다"고 귀띔했다. 이어 "어려운 여건에 숙식비까지 비용이 만만치 않지만 더 잘해질 수 있다는 욕망이 커진다"면서 "고난도 기술을 성공할 때마다 매력을 느끼고 열심히 할수록 해야 할 게 많아진다"고 강조했다.
이용문에게는 아시안게임 금메달이 특히 절실한 이유가 있다. 병역 혜택을 받지 못하면 대회 뒤 곧바로 입대해야 하는 까닭이다. 더군다나 이미 결혼 생활을 하고 있는 상황이다. 이용문은 "원래 지난해 예정대로 아시안게임이 열렸으면 결혼식을 올렸을 텐데 1년 연기됐다"면서 "올해 대회에서 꼭 금메달을 따내 마음 편하게 식을 올리고 싶다"고 의지를 드러냈다.(다만 이용문은 "아내가 군인이라 남편이 군대에 가는 데 대해서는 큰 걱정은 없는 것 같다"고 전했다.)
이용현도 금메달을 간절히 바라는 이유가 있다. 바로 아팠던 자신을 보살펴주신 부모님에 대한 보답이다. 이용현은 "아버지께서는 결혼 뒤 일반 회사에서 근무하시다가 아들의 병원비 때문에 내가 5살 무렵부터 중국 음식점을 하셨다"면서 "어머니와 함께 고생을 많이 하셨다"고 돌아봤다. 그런 부모님께 생사를 장담할 수 없던 아들이 당당히 아시안게임 금메달을 목에 걸고 금의환향하는 모습을 보인다면 최고의 효도가 될 수 있다.
사실 아들들의 경기를 직접 보기도 힘든 게 부모의 마음이다. 이용현은 "나와 동생까지 출전하기 때문에 부모님께서 긴장을 2번 하셔야 한다"고 말했다. 여기에 아직까지 인천에서 중국 음식점을 운영하기에 시간을 내기도 쉽지 않다.
한국 우슈 투로 종목을 이끌고 있는 이용현-용문. 과연 최강 중국을 상대로 아시안게임 금메달을 노리는 용감한 형제의 위대한 도전이 이뤄질지 지켜볼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