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3분기 전기요금 인상안 결정을 앞두고 물가상승 등을 우려해 요금 동결로 가닥을 잡았다. 일각에선 약 40조원에 달하는 한국전력의 누적 적자 해소를 위한 대안 없는 결정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14일 산업통상자원부와 기획재정부 등에 따르면 정부는 오는 7~9월 적용 대상인 3분기 전기요금을 동결하는 방향에 무게를 두고 있다. 에너지 정책 담당인 강경성 산업부 2차관은 이날 세종청사에서 기자들과 만나 "국민 부담을 고려할 때 전기요금 인상이 쉽지 않다"며 "현 정부 들어 전기요금 현실화에 많은 노력을 했고 실제로 많이 올렸다"고 말했다
다음달 초부터 적용되는 3분기 전기요금 인상 여부는 이달 말까지 결정해야 한다. 매 분기마다 결정되는 전기요금의 경우, 오는 16일 한국전력이 전기요금 인상안을 제출하면 산업부 및 기획재정부가 논의 후 전기위원회 심의를 거쳐 최종 확정된다.
앞서 지난달 15일 정부는 2분기 전기요금을 ㎾h(킬로와트시)당 8.0원 인상했다. 당초 2분기가 시작되는 지난 4월 1일부로 요금 인상을 결정해야 했지만, 한전 사장 거취 등을 두고 여당인 국민의힘이 본격 개입하면서 약 40일 가량 지연됐다.
지난해 말 산업부는 약 40조원에 육박하는 한전의 누적 적자 해소 등을 위해선 올해 안에 최소한 ㎾h당 51.6원 이상 인상이 필요하다고 주장한 바 있다. 올해 1분기 13.1원과 2분기 8원을 인상한 것을 포함해 원래 계획을 적용하면 3, 4분기를 합쳐 최소한 30.5원을 올려야 하는 셈이다.
그러나 이에 대해 강 차관은 "그 당시 예측과 지금 예측은 달라질 수 있다"며 전기요금 인상 폭의 축소 또는 동결을 시사했다. 정권 교체 이후 전기요금이 상당히 인상됐고, LNG(액화천연가스) 등 에너지 원자재 가격이 안정화되고 있다는 이유에서다. 지난 2022년 3월 이후 전기요금은 다섯 차례에 걸쳐 ㎾h당 모두 40.4원 올랐다. 인상률은 39.6%다.
특히 강 차관은 "지난해 이맘때 108달러였던 국제유가는 현재 70달러 정도이고, 같은 기간 톤(t)당 377달러를 넘던 유연탄 가격도 현재 149달러로 떨어졌다"며 에너지 원자재 가격의 하향 안정세를 강조했다.
실제로 동북아시아 LNG 시장인 일본·한국 가격지표(JKM) 현물 가격은 백만Btu(25만㎉ 열량을 내는 가스양)당 지난 13일 기준 약 9.3달러를 기록했다. 그러나 지난 2020년 중순 2달러 안팎에 불과했던 데 비하면 여전히 5배 가량 비싼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지난 2021년 이후 2년 간 한전의 누적 적자가 38조5천억원에 달하는 가운데 올해 1분기에 6조2천억원이 더해지면서 이미 40조원을 초과한 상태다. 전기요금의 역마진 구조를 벗어나기 위해선 '빅스텝' 요금 인상이 필수지만, 공공물가 상승 압력에 대한 우려가 더 크게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이를 테면 본격 여름철을 앞두고 일선 초‧중‧고 학생들을 위한 대책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이어지는 것도 정부 입장에선 부담인 셈이다. 김한나 총신대 교직과 교수는 이날 CBS노컷뉴스와 통화에서 "적절한 냉난방 환경은 학생들의 학습권 보장과 관련되는 사안이기 때문에 정부가 적절한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했다.
앞서 지난 4월초 서울시 교육청이 공공요금 인상을 반영해 820억원에 달하는 추경안을 의결하는 등을 연쇄작용을 고려하면 3분기 전기요금 인상이 단행될 경우, 각 교육청들이 정부에 추가 대책을 요구할 가능성이 높은 상황이다.
전문가들 사이에선 학교나 취약계층 등에 대한 지원책 마련과 함께 '빅스텝' 요금 인상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유승훈 서울과학기술대 미래에너지융합학과 교수는 통화에서 "올해 총 51원에 달하는 인상분에서 1, 2분기에 이미 인상한 부분을 제외하면 30원 정도가 남는다"며 "3, 4분기 두 번에 걸쳐 최소한 15원씩 나눠서 요금을 더 올려야 한전이 적자 늪에서 탈출할 수 있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