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인 학살 인정한 日 언론…"관동대지진 때 유언비어로 학살"[이슈시개]

관동대지진 당시 학살된 조선인. 연합뉴스

일본 요미우리 신문이 1923년 관동대지진 당시 조선인이 학살된 사건을 보도했다. 보수 성향의 일본 최대 일간지인 요미우리가 이 같은 내용을 보도하는 것은 매우 이례적이다.

요미우리는 13일 조간 1면에 배치된 '관동대지진 100년의 교훈:유언비어·폭력 한꺼번에 확산'이라는 제목의 기사에서 일본 정부의 중앙방재회의의 2008년 보고서를 통해 대지진 당시 조선인 학살 사건이 벌어진 것을 소개했다.

보고서에 따르면 "1923년 9월 대지진 당시 '조선인이 폭동을 일으켰다', '우물에 독을 넣었다' 등의 유언비어를 들은 사람들이 각지에서 자경단을 결성해 칼과 도끼로 재일 조선인을 마구잡이로 힐문해(나무라고 따짐) 죽음에 이르게 했다"는 내용이 담겼다.

이어 "대지진 사망·실종자의 약 10만 명 중 1%에서 수%(1~数%)가 이런 사안의 것으로 추정한다"는 내용을 덧붙였다.

관동대지진 당시 '있지도 않은 일을 떠들면 처벌 받는다'고 적힌 일본 경시청 전단. 요미우리신문 캡처

요미우리는 대지진 당시 경시청 기록도 소개했다. 공개된 경시청 기록에 따르면 지진 발생 당일 유언비어가 인지된 곳은 관내 8개 경찰서이지만 이틀 차에는 44개 경찰서로 퍼졌다며 유언비어를 진정시키기 위해 '있지도 않은 일을 떠들면 처벌 받는다'고 적힌 일본 경시청 전단 사진도 공개했다.

100년 전 관동대지진 학살을 전한 요미우리는 현재도 각종 재난이 발생한 현장에서 유사한 일이 벌어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요미우리는 지난 2011년 동일본 대지진이 일어났을 때도 "외국인이 물자를 송두리째 빼돌리고 이재민촌이 패쇄됐다"는 유언비어가 있었다며 당시 피난소가 설치된 중학교의 교장이었던 이토 요시오씨의 말을 전했다. 그는 피난소에는 분명히 외국인도 있었지만 물자는 제대로 관리되고 있었다며 "비뚤어진 사실이 수습되길 비는 수 밖에 없었다"고 당시 상황을 설명했다.

이 같은 내용을 전한 요미우리는 "100년 전의 교훈을 되새겨야 한다"고 강조했다.

요미우리 신문 캡처

보도를 접한 일본 누리꾼들은 "거짓말이다", "조선인은 일본에서 떠나라", "조선인 폭동을 자경단이 제압한 게 사실", "1~수%는 끼워 맞추기 적당한 숫자"라는 등의 격한 반응을 보였다.

한편 일본 정부는 과거사를 되돌아보는 움직임과는 달리 역사 숨기기에 급급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지난 3월 일본 교과서에는 '조선인을 징병했다"는 내용이 '조선인이 지원했다'로 변경됐고, 관동대지진 당시 조선인 학살 사건은 삭제됐다.

5월에는 관동대지진 때 벌어진 조선인 학살 사건에 대해 일본 입헌민주당 의원이 "100년이 지난 이번이 마지막"이라며 정부의 사과를 요구하자, 타니 코이치 국가공안위원회 위원장은 "구마모토 지진 때 동물원 사자가 도망쳤다는 거짓말이 돌았다"며 엉뚱한 답변을 해 사과 요구를 피해간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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