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들어 불어닥친 생성형 인공지능(AI)의 열풍을 타고 미국 반도체 기업인 엔비디아가 그야말로 훨훨 날고 있다. 2000년대만 해도 게임용 그래픽 카드로 유명했던 엔비디아가 돌연 AI 시장에서 절대 강자로 부상했다. 시가총액 1조달러 돌파라는 새 역사를 쓴 엔비디아의 독주 체제가 언제까지 이어질지 전세계의 이목이 쏠리고 있다.
14일 삼성증권에 따르면 엔비디아가 실적을 발표한 지난달 25일 하루 동안 미국 주식 주간거래 대금은 810억원(6230만달러)로 집계됐다. 올해 일평균 거래 대금인 248억원의 3배가 넘는 역대 최고 기록이다. 그중 가장 많이 거래된 종목은 엔디비아로, 총 거래 대금의 49.9%를 차지했다. 마이크로소프트, 테슬라 등을 모두 따돌린 독보적인 거래량이었다.
AI 등장 이전에 엔비디아는 게임 유저들 사이에서 알아주는 회사였다. 엔비디아가 1999년 내놓은 그래픽처리장치(GPU)인' 지포스256'은 당시 컴퓨터 게임사에 한획을 그었다. 갈수록 높아지는 게임 그래픽 수준에 걸맞는 GPU의 등장이 가히 획기적이었다. 전국의 PC방을 비롯해 고사양·고성능 PC에는 대부분 지포스가 탑재됐다.
엔비디아가 발명한 GPU는 게임용인 만큼, 당초에는 그래픽 작업에 특화된 반도체 정도로 여겨졌다. 물체의 질감이나 움직임 등 3차원 영상 처리에 초점을 둔 프로세서였다. 그래픽과 영상을 빠르게 처리해 결과값을 모니터에 출력하는 게 GPU의 원조 쓰임새였다. 엔비디아도 초반에는 이같은 게임용에 맞춰 GPU 개발과 성능 향상을 진행했다.
그랬던 GPU가 AI 시대를 맞으면서 변모했다. 그래픽의 빠른 처리 목적에서 개발된 GPU가 복잡한 연산을 한꺼번에 수행할 수 있다는 특징 덕분에 AI 딥러닝 기술의 필수품으로 떠올랐다. 게임에서 활용됐던 이미지 처리 기술은 생성형 AI 덕분에 더욱 수요가 폭발했다.
실제로 최근 챗GPT 개발사인 오픈AI가 출시한 대규모 언어모델 GPT-4에는 엔비디아의 GPU가 1만여개나 들어갔다. 블룸버그는 "엔비디아가 컴퓨터 칩 제조 업체에서 AI 붐의 중심 회사로 진화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이제는 GPU 품귀 현상까지 빚어지고 있다. 일론 머스트 테슬라 CEO가 지난달 한 행사에서 "현 시점에 GPU를 구하는 건 마약을 구하는 것보다 어렵다"고 말할 정도다.
엔비디아는 현재 AI 개발에 이용되는 GPU 등 고부가 반도체를 세계 시장에 90% 이상 공급하고 있다. 기술의 발달로 AI의 성능이 진보할수록 엔비디아 GPU에 기대는 의존도가 높아질 수밖에 없는 구조다. 업계에서는 엔비디아의 최신 GPU를 당장 주문하더라도 최소 6개월 이상 기다려야 하는 상황이다. 미국 월스트리트저널은 "엔비디아의 고성능 AI칩 소매 가격이 1개당 3만 3천달러(약 4380만원)인데, 공급이 수요을 못 따라가다 보니 더 비싼 가격에 팔리고 있다"고 전했다.
엔비디아의 인기는 이미 수치로도 나타났다. 올해 들어서만 주가가 170% 넘게 폭등했다. 지난달에는 시총 1조달러(약 1307조원)도 돌파했다. 반도체 기업으로 시총 1조달러를 넘어선 건 엔비디아가 사상 처음이다. 1분기(2~4월) 매출은 71억 9천만달러(약 9조 5200억원)로 시장 전망치를 10%가량 웃돌았다.
GPU 시장 규모는 지난해 34조원에서 오는 2025년 47조원으로 급증할 것으로 전망된다. 엔비디아의 독주가 당분간 계속될 거라는 관측이 우세한 배경이다. 엔비디아 측은 2분기(5~7월) 매출 전망치를 110억달러(약 14조5700억원)로, 1분기보다 1.5배 높게 설정했다. 파이낸셜타임스는 "대형 자산운용사 펀드 매니저들이 뒤늦게 엔비디아 주식 매집에 열을 올리고 있다"고 보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