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에 '갑질'한 브로드컴 자진시정안 기각…'피해 보상 미흡 판단'

공정거래위원회. 공정거래위원회 제공

삼성전자에 '갑질'을 한 미국 반도체 기업 브로드컴의 자진시정안인 동의의결안이 최종 기각됐다. 브로드컴의 법 위반 여부는 공정위의 본안 심의에서 결정되게 됐다.

공정위는 지난 7일 개최된 전원회의에서 브로드컴 등 4개사의 거래상지위 남용 건과 관련한 최종 동의의결안을 기각했다고 13일 밝혔다.

동의의결은 사업자 스스로 문제의 원상회복 또는 피해구제 방안을 제시하면, 공정위가 그 타당성을 판단해 위법 여부를 확정하지 않고 사건을 신속하게 종결하는 제도다.

브로드컴의 최종 동의의결안이 동의의결 인용요건인 거래질서 회복이나 다른 사업자 보호에 적절하지 않다고 판단한데 따른 결정이다.

공정위는 거래상지위 남용에 있어 거래질서 회복이나 다른 사업자 보호 요건이 충족되려면 기본적으로 거래상대방에 대한 피해보상이 고려돼야 하나 브로드컴의 최종 동의의결안 내용은 삼성전자에 대한 피해보상으로 적절치 않았다고 밝혔다.

공정위 관계자는 삼성전자에 대한 기술지원 확대는 무상이 아닌 유상이었고 기술지원 여부는 브로드컴이 결정하며 지원대상도 2020년 3월 이전 출시제품으로 굉장히 한정적이라고 설명했다.

또한 삼성전자의 부품 주문 및 기술지원 요청에 대해 유사한 상황의 거래상대방 수준으로 부품 공급 및 기술지원을 제공하겠다는 시정방안도 비교대상이 없는 허언이었다고 평가했다.

무엇보다 동의의결 대상행위의 유일한 거래상대방인 삼성전자도 시정방안에 대해 수긍하지 않았다.
 
이에 심의과정에서 위원들이 삼성전자에 대한 피해보상, 기술지원 확대 등을 제안했으나 브로드컴이 수용할 의사가 없음을 명확히 밝혀 공정위가 동의의결 최종안 기각을 결정했다고 덧붙였다.

브로드컴은 삼성전자에 대해 구매주문의 승인 중단, 선적 중단 및 기술지원 중단 등을 통해 스마트기기 부품공급에 관한 장기계약(LTA) 체결을 강제한 혐의를 받아왔다.
 
LTA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2021년부터 2023년까지 3년동안 브로드컴의 스마트기기 부품을 매년 7.6억 달러 이상 구매하지 못할 경우 그 차액만큼을 브로드컴에 배상해야 했다.
 
이에 공정위가 공정거래법상 거래상지위 남용을 적용해 심사에 착수하자 브로드컴은 자진시정하겠다며 동의의결 개시를 신청했고 공정위는 지난해 8월 브로드컴의 개선·보완 의지를 확인하고 동의의결 절차를 개시했다.

최종 동의의결안의 시정방안은 크게 두가지로 하나는 '행위중지 등 경쟁질서 회복을 위한 시정방안'이다. 불공정한 수단을 이용한 부품 공급계약 체결 강제 금지, 거래상대방의 의사에 반한 부품 선택권 제한 금지, 공정거래법 준법 시스템 구축 등이 포함됐다.

다른 하나는 '거래질서 개선 및 중소사업자 등 후생 제고를 위한 상생방안'으로 반도체/IT 산업 분야 전문인력 양성 및 중소사업자 지원 200억 원, 삼성전자에 대한 품질보증 및 기술지원 확대 등을 담고 있다.
 
공정위 관계자는 "동의의결 개시 신청이 인용돼도 충분하지 않다고 판단되면 기각될 수 있음을 보여준 사례로 심사관측에 일종의 협상력을 제고한다는 점에서 의의가 있다"고 평가했다.

공정위는 조속히 전원회의를 개최해 브로드컴의 법 위반 여부, 제재 수준 등을 결정하기 위한 본안 심의를 진행한다는 계획이다. 늦어도 연말 전에는 심의한다는 일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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