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종 국공립어린이집 교사 '집단 사표'…학부모, 원장 해임 동의안 제출

새 원장 취임 뒤 원장-교사 고용 승계, 어린이집 운영 등으로 갈등
보육 공백에 학부모 '불안감' 가중…퇴소 잇따라
"치킨가스 3kg, 85명이 나눠먹었다"…'부실 급식' 주장도
원장, 일부 교사·학부모 경찰 고소…법적 다툼 비화

7일 경찰 출동한 모습. 독자 제공

세종의 한 국공립어린이집 교사들이 원장과의 갈등 속에 집단 사표를 내 보육 공백이 발생하고 있다.

교사들은 새 원장이 부임한 뒤부터 간식과 점심 급식 양이 상당히 줄어들었고, 운영비가 부족해 사비를 사용했다는 주장을 내놓아 논란이 일고 있다.

학부모들은 원장에 대한 해임동의안을 시에 제출했고, 원장은 일부 교사와 학부모를 업무 방해 등 혐의로 고소하는 등 법적 다툼으로 비화하고 있다.

12일 대전CBS노컷뉴스 취재를 종합하면, 세종의 한 어린이집 담임교사와 누리교사 등 8명은 지난달 12일 집단으로 사표를 제출했다.

이들은 지난해 11월 새로 취임한 원장과 고용 승계, 근로계약서 작성, 어린이집 운영 문제 등을 두고 갈등을 빚어왔다고 말했다.

교사들은 "원장님이 변경되면서 고용 승계가 이뤄진다고 안내받고, 현 원장님에게도 그런 이야기를 들었지만 계속 번복되는 상황 속에 어려움이 있었다"며 "또 운영 및 아이들을 위한 큰 교육관 차이로 근무가 어렵다고 생각하게 됐다"고 밝혔다.

이들은 인수인계 등을 고려해 사직서에 오는 30일까지 근무하겠다는 내용을 썼으나, 한 교사에게 6월 2일까지만 근무하고, 연차 소진 후 12일로 사직하라는 원장의 통보를 받았다고 주장했다.

교사들은 보육 공백을 막기 위해 출근해 인수인계 과정을 가지기로 했으나, 원장으로부터 인수인계가 필요하지 않다는 내용과 퇴직한 교사가 원으로 들어올 시 무단 침입으로 간주겠다는 통보를 받았다고도 했다.

또 운영비 부족으로 원생들의 교육 과정에 맞는 교재교구를 추가 구입하지 못해 교사들이 사비를 사용하거나 타 기관 등에 부탁해 물품을 충당해 왔다는 주장도 나왔다.

이와 관련해 어린이집 원장은 CBS와의 통화에서 "제가 해임 시킨 것도 아니고 (교사들이) 그들이 나갔다. 단체 행동한 것이다. 의도적인 행동으로 어린이집을 뒤흔들고 있는 것"이라며 "변호사와 논의한 뒤 공식 입장을 말하겠다"고 반박했다.

(왼쪽) 키즈노트에 올라온 급식 사진 (오른쪽) 실제 배식. 독자 제공

이런 가운데 아이들에게 제공되는 간식과 점심 급식이 부모에게 제공되는 사진과 달리 부실하게 배식이 됐다는 주장도 나왔다.

어린이집 교사 A씨는 CBS와의 인터뷰에서 "모든 교사가 급식량이 줄었다고 굉장히 많이 느꼈고, 급식량이 부족하다 보니까 교사들이 간식을 전혀 먹지 못하거나, (교사들 간식까지) 아이들한테 나눠주는 일도 있었다"고 말했다.

또 "떡국이 나왔던 날, 추가로 밥이 있어야 하는데, 일부 반 아이들은 전혀 밥이 없었다"며 "치킨가스가 나온 날도 아이들이 더 먹고 싶다고 말하고, 교사들 것까지 나눠줬는데도 굉장히 부족해서 몇 킬로그램이 주문됐냐고 물었더니, 3kg 주문됐다고 하더라"고 주장했다.

원생 75명과 교사 10명이 3kg의 치킨가스를 나눠 먹었다는 것이다.

(왼쪽) 지난 4월 19일 키즈노트 알림장에 올라온 사진. (오른쪽) 밥 없이 배식된 교사 급식판. 독자 제공

한 학부모는 CBS와의 인터뷰에서 "아이가 하원한 뒤 배가 고프다며 계속 먹을 걸 찾고, 집에 와서 허겁지겁 음식을 먹는 모습들이 있었다"며 "저녁 양이 과할 정도로 폭식한다는 느낌이었다. 그동안 배고파했던 게 이런 문제 때문이었나 생각이 들었다"고 말하기도 했다.

이에 대해 원장은 "시청에서도 확인했다. 양을 너무 많이 준다고, 잘 준다는 것"이라며 부실 급식 의혹을 정면으로 반박했다.

원장과 교사 간 갈등은 학부모와의 갈등으로도 비화하고 있다. 원장은 지난 5일 인수인계를 위해 출근한 교사들이 원에 들어오는 것을 막아서고, 사태를 묻기 위해 원을 찾은 학부모를 업무 방해로 경찰에 신고했다. 5일에 이어 7일에도 등원 길에 경찰이 출동했다.

또 세종 남부경찰서에 일부 교사와 학부모 등을 업무방해죄로 고소했다.

교사들의 집단 퇴사에 지난 5일부터 교사 부족으로 어린이집 일부 영아반과 유아반이 통합 운영되는 등 보육 공백이 이어지고 있다는 게 학부모들의 설명이다. 이번 사태가 벌어진 뒤 10여 명의 원생이 퇴소한 것으로 알려졌다.

일부 학부모들은 휴가를 내고 아이를 원에 보내지 않거나, 원에 보낸 뒤에도 불안감에 원 밖을 서성이기도 했다. 학부모들은 어린이집 창문이 블라인드로 가려져 있는 것을 지적하며, 정서적 학대 가능성을 이유로 어린이집을 경찰에 신고하기도 했다.

학부모들은 원장에 대한 해임동의서 120여 장을 모아 지난 9일 세종 시장실에 전달했다.

세종시의 대처를 지적하는 목소리도 나왔다.

한 학부모는 "처음 신고를 넣었을 때 안일한 느낌이었다. 절차가 있으니 준비하는 기간이라고 하니 믿고 기다리지만, 지금 일주일이 훌쩍 넘었다"며 "엄마 아빠들도 1년 치 연차를 다 써가면서 기다릴 수가 없으니 퇴소하기 시작했다. 시에서 적극적으로 책임지고, 빠르게 행정 절차를 밟아 원상 복귀를 시켜놔야 한다"고 지적했다.

잇따르는 민원에 세종시는 뒤늦게 진상 파악에 나섰다. 시는 지난 5일과 7일, 8일, 9일 어린이집을 찾아 민원에 의한 수시 점검을 실시했으며, 일부 위반 사항이 발견돼 처분을 검토하고 있다. 또 이번 사태와 관련해 위·수탁 계약상 위배되는 부분이 있는지 확인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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