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질문도 굉장히 도발적이었다."
우종수 국가수사본부장이 12일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기자의 질문에 불쾌한 반응을 보였다. 집회·시위와 문화제를 구분하는 기준에 대한 질문과 답변이 오가는 과정에서였다.
이날 오전 10시 30분 서울 서대문에 있는 경찰청에서 국수본 기자간담회가 열렸다. 한 달에 한 번 수사 현황 등 여러 현안을 놓고 국수본부장이 기자들의 질문에 답을 하는 정례적인 자리다.
문제의 발단은 지난달 16일 건설노조의 1박 2일 집회 관련 경찰이 민주노총 건설노조의 사무실을 압수수색한 것과 관련한 질문에서 시작됐다.
한 기자가 '(당시) 야간문화제를 집회로 규정하고 수사를 하는 것 같은데, 문화제와 집회를 어떻게 구분하는가'라고 질문했다.
집회·시위는 시간이나 장소 등에 따라 제한되지만, 문화제의 경우 이런 제한 규정이 적용되지 않는다. 수사의 근거에 관한 법률적 핵심을 물어본 셈이다.
우 본부장은 "문화제를 빙자해 구호를 제창하고 집단적으로 주장을 하면, 형식은 문화제지만 실질적 내용은 집시법상의 집회이고, 미신고 집회"라고 답했다.
이에 '구호를 제창하면 집회인가', '집회라고 판단할 만한 요건이 무엇인가' 등의 질문이 이어졌다. '집회 및 시위에 관한 법률'에는 집회와 문화제를 구분 짓는 법규가 없기 때문에 경찰이 해당 집회를 문화제라고 판단한 근거를 질문한 것이다.
우 본부장은 "최종 판단은 법원에서 하는 것"이라고 한발 물러선 뒤 "집단의 의사표시를 하고 그러면 집회로 규정이 돼 있다. 자신들이 원하는 요구사항을 (표현)하면 이걸 집단의 의사표시로 본다는 판례가 있다"고 말했다.
다른 경찰청 관계자는 "플래카드나 피케팅, 구호 제창 등을 통해 집회.시위로 볼 수 있다는 판례가 있다"며 "현장 경찰관들이 판례를 기준으로 판단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이후 일부 기자들은 경찰의 법 집행이 법률이 아닌 판례에 근거해 이뤄진다고 지적했다. 각 판례들마다 구체적인 사실 관계가 다른데, 법 집행에 유리한 부분들만 해석한다는 지적이었다.
법률과 판례를 두고 지리한 논박이 오가는 내내 "판례가 근거"라는 우 본부장의 답변이 반복됐다. 결국 한 기자가 "판례를 제공해 달라"고 요청하자, 우 본부장은 "본인이 찾아보시라"고 응수했다.
이에 해당 기자가 "판례에 따라 집행을 했다고 하지 않았느냐. 경찰의 권한에 의해 그런 집행을 했다면, 그 부분을 제시해달라는 것"이라고 설명하면서 '본인이 찾아보시라'고 말한 부분에 대한 사과도 요구했다.
우 본부장은 "취재하는 사람이 알아서 하는 것"이라며 "그만 하자. 질문도 굉장히 도발적이었다. 아 다르고 어 다르다"고 불쾌감을 드러냈다.
한편 우 본부장은 지난달 1박 2일 집회 관련 "건설노조에 여러 차례 출석을 요구했다"며 "계속 불응하면 체포영장 신청을 적극 검토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경찰은 오는 14일 건설노조에 네 번째 출석을 통보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