며느리 감시하려 몰래 홈캠 설치…시어머니 '무죄' 왜?

1·2심 모두 '무죄' 선고…재판부 "대화 엿들었다는 검찰 증거 부족"

제주지방법원. 고상현 기자
며느리를 감시하려고 집 안에 몰래 홈캠을 두고 대화를 엿들은 혐의로 기소된 시어머니가 1심에 이어 2심에서도 무죄를 받았다. '대화를 엿들었다'는 검찰 증거가 부족하다는 이유에서다.
 
광주고등법원 제주제1형사부(재판장 이재신 부장판사)는 통신비밀보호법 위반 혐의로 재판에 넘겨져 1심에서 무죄를 받은 시어머니 A씨에 대한 검찰의 항소를 기각했다고 9일 밝혔다. 
 
이로써 1·2심 모두 무죄가 나왔다. 검찰이 항소하지 않으면서 이 판결은 확정됐다.
 
A씨는 지난해 6월 20일부터 24일 사이 제주시 자택 내 서재에 있던 옷 바구니 안에 '홈캠'을 몰래 두고는 휴대전화에 설치한 앱을 통해 며느리 B씨와 아들 간 대화를 엿들은 혐의로 기소됐다.
 
'홈캠'은 음성과 영상 녹음, 녹화 기능이 있고 앱을 통해 실시간으로 확인할 수 있는 가정용 CCTV다.
 
검찰은 "통신비밀보호법상 누구든지 공개되지 않은 다른 사람간의 대화를 녹음하거나 청취해서는 안 된다. 그런데도 A씨는 며느리 B씨를 감시하려고 홈캠을 몰래 설치했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1심은 "검사가 제출한 증거들만으로는 피고인이 홈캠을 이용해 피해자의 대화를 엿들었다는 사실이 합리적 의심의 여지가 없을 정도로 증명됐다고 보기 어렵다"며 무죄를 선고했다.
 
1심은 "피해자가 경찰 고소 당시 홈캠 설치를 문제 삼았을 뿐 대화를 들었는지는 문제 삼지 않았다. 또 피고인 휴대전화에 피해자와 아들을 녹화한 영상이 발견되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피고인 법정진술 역시 홈캠과 연동된 앱을 통해 피해자와 자신의 아들이 말없이 TV를 보는 모습을 봤다는 것이어서 피고인이 피해자와 아들 사이의 대화를 들었다고 보기 어렵다"고 했다.
 
2심도 "검찰 증거들만으로 통신비밀보호법 위반 행위를 인정하기 어렵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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