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5일 정오쯤 경기 과천시 갈현동 일대는 덤프트럭과 중장비 차량들이 끊임없이 드나드는 등 지식정보타운(지정타) 공사로 어수선한 분위기였다. 대형 신축 건물들이 빼곡히 들어선 가운데, 시멘트 포대와 건축자재 등이 쌓인 한 공터가 눈에 띄었다.
지정타 내 종교부지로 교회 건축이 추진되면서 논란에 휩싸인 구역이다. 건축주가 개신교계에서 이단으로 규정한 '하나님의교회'이기 때문이다.
기자가 부지를 찾은 이날 오전 과천시에는 하나님의교회의 건축허가 신청서가 접수됐다. 면적은 1583㎡로 5층짜리 건물을 지을 수 있는 규모다.
인근의 한 아파트 입주민단체 관계자는 "75억 원이라는 땅값은 웬만한 교회들은 지불하기 힘든 금액으로, 애초 한국토지주택공사(LH)가 넓은 땅을 종교용지로 만든 것부터 문제였다"며 "신천지로 홍역을 치른 과천시민들이 이번엔 하나님의교회로 인해 아이들에 대한 포교와 분쟁을 걱정하며 고통을 겪게 됐다"고 한숨을 내쉬었다.
이단 성지화 논란, 과천 지역사회 '뿔났다'
지난해 하나님의교회가 지정타 종교부지를 매입하면서 과천 지역사회와 격돌한 데 이어, 교회 신축마저 현실화하면서 논란이 재점화하는 양상이다.
또 다른 이단 신천지에 수차례 건축 관련 요청을 거부해온 과천시는 하나님의교회에 대해서도 반발이 거센 만큼 건축허가 여부를 놓고 고심하고 있다.
9일 CBS 노컷뉴스 취재를 종합하면 하나님의교회가 과천 지정타에 교회 신축을 추진하자 지역사회에서 '건축 불허'를 요구하며 강한 반발이 일고 있다.
지난해 6월 지방선거 직후 지역 정치권과 아파트 입주민 등을 중심으로 하나님의교회와 LH 간 토지매매 계약에 반대하는 단체행동을 벌인 이후, 이번에는 건축허가 신청을 놓고 재차 비판 여론이 들끓고 있는 것.
먼저 과천 시민단체들부터 강경 대응을 예고하고 나섰다. 비정상적 포교 활동과 가정 파괴 유발 등에 대한 우려로 지역에 심각한 갈등과 위해를 유발할 수 있다는 게 이들의 주장이다.
이를 위해 기존 신천지대책 과천시 범시민연대는 단체명을 '이단·사이비대책 과천시민연대'로 전환, 대응할 대상 범위를 신천지에서 이단 전체로 확대해 하나님의교회 신축 저지에 적극 나서겠다는 구상이다.
시민연대는 "포교를 위해 무슨 짓이든 서슴지 않는 하나님의교회가 들어서면 입주민들의 안전을 위협하고 끊임없는 시위로 생활환경이 저해 될 것"이라며 지난 7일 시에 진정서를 내고 반대 시위와 서명운동 방침을 밝혔다.
지역 기독교계도 이른바 '과천의 이단 성지화'를 경계하며 시민들과 뜻을 함께 하기로 했다. 건축허가 불허를 목표로 시민단체들과 연대해 서명운동에 동참하겠다는 전략이다.
과천시기독교연합회 이재헌(목사) 회장은 "신천지가 과천에서 부동산 관련 허가를 받으려 할 때마다 시에서 불허한 근거 중 하나가 반대 민원이었다"며 "법률적 충족으로 받아주기 시작하면 걷잡을 수 없이 이단들이 과천에 발을 붙이려고 할 것이다"라고 우려했다.
시의회 역시 이단에 큰 반감을 지닌 시민들을 대변하며 새로운 이단의 입성을 막기 위해 허가권을 쥔 시청과 협력하는 등 팔을 걷어붙이겠다는 입장이다.
김진웅 과천시의회 의장은 "지방선거 국면에 새 집행부 구성 후 협의하자는 요청을 묵살하고 기습적으로 토지매매 계약을 체결하더니 결국 이 사태까지 왔다"며 "이단이 지역에 들어오지 못하도록 시의회도 앞장서겠다"고 말했다.
건축 신청에 시 '애면글면'…'공익성' 관건
과천시도 이 같은 전방위 반발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시민들의 반대 민원이 빗발칠 것을 감안하면 건축허가 검토에 신중을 기할 수밖에 없다.
특히 하나님의교회에 허가를 내줄 경우 신천지 소유 건물의 용도변경(예배당 등)이나 신축(중앙동 건물 등) 요청에 대해 10여 차례 불허·반려 해온 시의 정책적 기조가 흔들릴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시는 신천지의 허가 신청을 받아들이지 않은 사유로 용도 부적합과 설계도면 미비 등과 함께 '주민 반대 민원'을 들어 왔다.
과거 신천지의 건축허가 관련 사건에 대해 '지역사회 갈등이 현실화돼 사회·경제적 손실이 막대할 것으로 보이는 등 공익상 중대한 필요가 있으면 건축허가를 거부할 수 있다'는 취지의 대법원 판례(2012두27367)가 있다는 점도 건축 불허의 근거로 주목되는 대목이다.
반면 하나님의교회가 적법하게 매입한 종교부지 용도에 맞게 교회를 지으려는 계획으로, 건축법상 조건들을 충족하면 지방자치단체 입장에서 이를 일방적으로 거부하는 데 부담이 따를 수밖에 없다는 견해도 대립한다.
실제 가까운 수원시 영통과 광교를 비롯해 전국 곳곳에서 하나님의교회 신축 사업이 반대 여론을 뒤로하고 지자체 허가를 받은 사례가 적지 않다.
지역사회의 공익이냐, 적법한 건축허가냐를 두고 시가 골머리를 앓을 수밖에 없는 셈이다.
이에 시는 시민사회의 향후 움직임을 고려해 허가 여부를 검토하고 대응책을 마련할 방침이다. 심도있는 논의가 필요한 만큼 당초 다음 달 중순으로 예정된 건축허가 처리 기한은 상당 기간 연기될 것으로 보인다.
과천시 관계자는 "시민들의 반대가 거세면 건축법에 부합해도 허가를 내주기 쉽지 않기 때문에 심의하는 데 두세 달은 더 걸릴 것 같다"며 "종합적으로 검토할 것"이라고 말했다.
"불허 정당성 판단은 재량"…교회 측 답변 無
법적 요건을 갖춘 건축행위를 제한하기는 쉽지 않지만, 사회적 위해 요소가 명확할 경우 허가 여부의 정당성에 대한 판단은 재량권에 달려 있다는 게 전문가 의견이다. 건축허가 신청을 불허하려면 소송전이 불가피하다는 얘기다.
한국지방행정연구원 금창호 선임연구위원은 "건축법상 하자가 없는 신청을 반려하는 것은 법치주의에 위배된다"면서 "단 지역에 큰 위해적 우려사항이 인정된다면 이에 대한 법원의 재량적 판단을 받아볼 여지는 있다"고 판단했다.
이런 논란에 대해 CBS 노컷뉴스는 하나님의교회 측에 공식입장을 문의하고 여러 번 전화통화를 시도했지만 아직 답변을 받지 못했다. 하나님의교회는 지난해 지정타 종교부지 매매계약 당시 이를 저지했던 시의장을 업무방해 혐의로 경찰에 고소하는 등 강경한 태도를 보여 왔다.
앞서 지난해 해당 종교부지의 입찰 참여자는 하나님의교회와 신천지, 서울교회(속칭 '지방교회') 등 3곳으로 모두 주류 교단에서 이단으로 규정된 단체들이다. 추첨으로 하나님의교회가 낙찰받은 뒤 시민들 반대로 한 차례 토지매매 무산 과정을 거쳐 거래계약을 마무리하고 교회 건축허가 절차만 남겨둔 상태다.
1964년 안상홍이 창립한 하나님의교회는 현재 '어머니 하나님'으로 불리는 장길자가 실질적 교주 역할을 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포교는 설문조사나 집집마다 돌아다니는 형태이며, 가정파괴와 집단폭행 논란 등이 불거진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