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이후의 팬데믹을 대비하기 위해, 해외입국자가 건강상태 등을 도착 전 기재하는 검역정보 사전입력시스템(큐코드·Q-CODE)이 공항 외 항만에도 적용된다. 당국은 신속한 초기대응을 위해 검사기관 인증제를 도입하는 한편 시나리오를 기반으로 한 다부처 모의훈련을 정례화하기로 했다.
또 인수공통감염병에 대한 공동위험평가를 실시하고, C형간염의 국가건강검진 도입도 추진한다.
질병관리청은 '감염병으로부터 모두가 안전한 사회'라는 비전 아래 이같은 내용이 담긴 '제3차 감염병 예방 및 관리에 관한 기본계획(2023~2027)'을 수립했다고 8일 밝혔다. 정부는 감염병예방법 7조에 따라 감염병관리위원회 심의를 거쳐 향후 5년간의 정책목표와 추진방향을 정해 시행하고 있다.
당국은 코로나19를 넘어 'Disease X(미지의 감염병)'까지 대비하고, 민·관 및 국제협업으로 감염병 예방관리를 고도화하겠다는 2가지 목표를 내세웠다. 5대 기본원칙으로는 △근거기반 △형평성 △혁신 △국내·외 협력 △소통·참여 등을 제시했다.
먼저 정부는 만 3년여 간의 코로나19 대응경험을 토대로 기존의 감염병 공중보건위기 대비 체계와 역량을 고도화한다.
지역별 유행 시차가 점차 줄어드는 추세에 맞게 국외에서 발생·유행하는 감염병은 실시간으로 감시·분석한다. 세계보건기구(WHO) 본부 및 지역사무소 설치, 국내 공적개발원조(ODA) 기관, 아세아의료기관 현지 네트워크 등을 활용해 국가 간 감염병 감시정보 교류를 활성화할 계획이다.
감염병별로 병원체 유전정보 데이터베이스(DB)를 축적해 신종 변이를 신속하게 확인하고 심층 분석도 실시한다.
촘촘한 해외유입 관리를 위해 Q-CODE 시스템은 기존 공항(8곳·500만 명)에 항만(7곳·45만 명)을 추가해 적용범위를 넓힌다.
감염병 위기상황에 바로 투입할 수 있는 현장대응인력과 예비방역인력에 대한 교육은 법정의무화한다. 정부는 역학분석전문가뿐 아니라 WHO 등 국제기구, 주요국의 공중보건위기협력프로그램 파견을 통해 국제사회 공조가 가능한 인재를 길러낼 계획이다.
방역의 기본인 '진단'을 수행하는 검사기관에 대한 인증제도 도입한다. 공공분야는 질병청 본청 및 5곳의 질병대응센터, 보건환경연구원 17곳 등 신속진단체계가 완비된 반면 민간 인프라는 부족하다는 문제의식에서다. 2027년까지 8개의 민간검사기관을 인증하는 게 목표다.
검역단계 인지부터 지역사회 전파에 이르기까지 단계별 시나리오를 기반으로 한 다부처 모의훈련도 정례화한다. 코로나 대응에서도 유효했던 위기대응훈련을 기관별 맞춤형으로 보다 내실화할 방침이다.
생물테러 감염병 대응역량을 높이기 위해 탄저백신의 국내 생산·비축은 내후년까지 완료한다. 위험도에 따른 고위험병원체 차등관리제도를 실시하고, 생물안전 3등급시설(BL3) 협의체 운영으로 시설 안전관리도 강화하기로 했다.
코로나, 엠폭스(MPOX) 등 인수공통감염병이 증가세인 가운데 '원헬스' 기반 부처 간 협력체계도 구축한다. 정부는 이를 위한 총리훈령 제정을 추진하고, 사람-동물 간 감염실태조사, 인수공통감염병에 대한 공동위험평가를 실시할 예정이다.
의료기관 항생제 적정사용관리 프로그램에 참여하는 종합병원을 확대하는 등 항생제 내성관리도 강화한다. 수인성·식품매개 감염병이 집단 감염으로 번지지 않도록 중앙-권역-지역 간 실시간 대응체계 또한 긴밀히 유지한다.
하반기 코로나19의 감염병 등급이 현 2급에서 인플루엔자(계절독감)와 같은 4급으로 내려가면 코로나를 포함한 9종 호흡기감염병 통합발생감시체계를 운영할 방침이다.
환자 대부분이 북한 접경지역에서 감염되고 있는 말라리아는 위험지역(인천·경기·강원) 주의보·경보 발령 및 관리 대상 시·군·구를 확대하고 잠재적 위험지역(서울·경기남부 등 18개 시군구)도 신설하기로 했다.
당국은 감염병의 특성과 백신의 비용효과성, 공중보건학적 중요도를 종합적으로 고려해 국가필수예방접종(NIP) 도입 우선순위를 마련하겠다고 밝혔다.
또 장애인과 노인 등 감염취약계층이 거주하는 시설은 관련 감염병예방관리 매뉴얼을 다듬고 관리자·종사자 대상 교육체계도 만든다. 교정시설은 시설 특성에 맞는 대응계획 수립을 위한 감염병관리지원단을 꾸린다.
만성 감염병인 결핵, 에이즈(AIDS) 등은 '퇴치'를 위한 노력을 지속한다. 결핵의 경우 돌봄시설 근로자·간병인 등 전파 위험군과 발병위험군을 대상으로 검진비와 확진검사비를 지원한다.
에이즈나 성(性)매개감염병 역시 취약군 예방전략을 강화하고, 에이즈예방지원센터 등 상담과 조기발견·치료에 초점을 맞추기로 했다.
C형간염은 국가건강검진에 편입시켜 간염 검진 사후관리와 치료로 연계까지 이어갈 계획이다. 당국은 지난 2015년 인구 10만 명당 20.8명이었던 B형간염 사망률을 2027년 12.5명으로 낮추고 C형간염은 같은 기간 2.5명→1.5명으로 줄이겠다고 강조했다.
정부는 mRNA(메신저 리보핵산) 등 백신 개발에 핵심이 되는 기술을 확보하고 고부가가치 백신을 개발하는 데도 주력할 방침이다. 특히 A형간염, 일본뇌염 등 해외의존도가 높은 필수 예방접종 백신은 국산화·자급화를 위한 기술 개발을 지원하기로 했다.
혁신원천기술을 확보할 방안 등 연구개발(R&D) 총괄기획과 함께 병원체자원은행을 통한 민간분양 활성화 등 연구자원 공공인프라도 한층 강화한다.
아울러 글로벌 보건안보(GHS·Global Health Security) 조정사무소를 서울에 설치하고, 대륙별 거점국가를 대상으로 감염병 감시 및 위험평가, 역학조사 등 국제적 기술지원도 확대하기로 했다.
지영미 질병청장은 "앞으로 제3차 기본계획의 추진전략별 세부계획을 수립하고, 시·도 및 시·군·구는 이와 연계해 지역 내 실정에 맞는 시행계획을 마련할 예정"이라며 "관계부처 및 지자체 등과 협력해 향후 5년간 감염병 예방·관리 정책이 차질 없이 추진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