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석 석방 박희영 용산구청장, 이태원 참사 유가족 피해 '새벽 출근'[영상]

불안·공황장애로 보석 석방된 박 구청장, 보석 석방되자 곧바로 구청 출근
참사 유가족, 구청장 출근 저지 "구청장 자격 없어…사퇴하라"

이태원 참사에 부실하게 대응한 혐의로 구속 기소된 박희영 용산구청장이 보석으로 풀려나면서 직무 권한을 회복한 가운데 8일 오전 서울 용산구청 구청장실 앞에서 유족들이 박 구청장의 출근 저지 행동을 하고 있다. 류영주 기자

'이태원 참사' 부실 대응 혐의로 구속됐다가 보석으로 풀려난 박희영 용산구청장이 첫 출근하는 8일 출근 저지 투쟁에 나선 유가족들과 구청 직원들이 충돌했다.

이날 오전 8시쯤부터 10·29 이태원참사 유가족협의회(유가협)와 시민대책대회의 활동가 30여 명이 박 구청장의 출근을 저지하기 위해 서울 용산구청 정문 앞 인도에서 기다렸다.

하지만 박 구청장이 이미 출근했다는 소식을 들은 유가족들은 오전 8시 10분쯤부터 구청장실이 있는 9층으로 올라갔다. 일부 유가족들이 "문을 열라"고 외치며 잠긴 구청장실 문을 두드리자 보안 직원들이 이를 제지하면서 실랑이가 벌어졌다.

현장 분위기가 격화되자 인근 이태원파출소 소속 경찰관 4명이 구청장실 앞 복도로 올라와 충돌을 막았다.

이태원참사 유가족들이 8일 오전 서울 용산구청에서 전날 보석으로 석방된 박희영 용산구청장의 출근을 막으려 구청장실에 진입하려 했으나 잠긴 문에 가로막혀 있다. 류영주 기자

30여분간 구청장실 앞에서 대치하던 유가족들은 오전 9시쯤 박 구청장의 사퇴를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진행하기 위해 청사 정문 앞으로 물러났다.

유가협 송진영 대표직무대행은 기자회견에서 "2022년 10월 29일 당시 이태원에 엄청난 인파가 몰릴 것을 알았으면서 재난과 안전사고의 위험성에 대해 구체적인 대책 마련과 현장 지휘를 해야 할 박 구청장은 대비하지 않은 책임이 있다"며 "오히려 자신의 부실한 대응을 은폐하기 위해 현장 도착 시간을 조작한 보도자료를 배포하는 등 파렴치한 행동을 멈추지 않았다"고 규탄했다.

이어 "법정에서 검찰의 공소사실을 모두 부인하며 철면피 같은 태도로 일관했다"며 "일말의 양심이 있다면 그 자리에 욕심을 버리고 내려오라. 당신은 그 자리에 있을 자격이 없다"며 사퇴를 촉구했다.

유가족들은 이후 서울시청 앞 광장 분향소에서 국회 앞 농성장까지 진상규명 특별법 통과를 호소하는 159km 행진을 진행할 예정이다.

이태원 참사에 부실하게 대응한 혐의로 구속 기소된 박희영 용산구청장이 보석으로 풀려나면서 직무 권한을 회복한 가운데 8일 오전 서울 용산구청 앞에서 유족들이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류영주 기자

한편 박 구청장은 이날 오전 7시 이전에 출근해 이미 청사에서 업무를 보고 있었던 것으로 파악됐다. 유가족들과 직접 맞닥뜨리는 상황을 피하려는 의도로 보인다.

앞서 서울서부지법 형사합의11부(부장판사 배성중)는 서약서 제출, 주거지 제한, 보증금 납입 등을 조건으로 박 구청장에 대한 보석 청구를 인용했다. 박 구청장이 석방된 건 지난해 12월 26일 구속된 지 5개월 만이다.

박 구청장 측은 지난 2일 보석 심사에서 사고 직후 충격과 수습 과정의 스트레스로 신경과 진료를 받고 있고, 수감 후 상태가 악화해 불면과 악몽, 불안장애, 공황장애 등에 시달린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석방 다음날인 이날은 곧바로 구청에 정상 출근해, 지난 5개월 동안의 권한대행 체제를 중단하고 업무에 복귀했다.

이태원 참사 부실 대응 혐의로 구속기소된 박희영 용산구청장이 법원의 보석 청구 인용에 따라 7일 오후 서울 구로구 남부구치소를 나서고 있다. 연합뉴스

유가족들은 전날 오후 박 구청장이 풀려난 구로구 서울남부구치소 앞에서 차도에 눕거나 계란을 던지며 보석 결정에 강하게 반발한 바 있다.

박 구청장은 재난·안전 관련 1차적 책임이 있는 지방자치단체장 및 소관 부서장으로서 참사 당일 안전관리계획을 세우지 않고, 상시 재난안전상황실을 제대로 운영하지 않은 혐의(업무상과실치사상)와 부실 대응을 은폐하기 위해 직원에게 현장 도착시간 등을 허위로 기재한 보도자료를 작성·배포하도록 한 혐의(허위공문서작성·행사) 등으로 재판에 넘겨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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