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명 사상 광주 학동 참사 2년…철거 공사장 안전불감증 '여전'

2021년 6월 9일 동구 학동 4구역서 해체 중이던 건물 붕괴…17명 사상
임시 기둥 '잭서포트' 부실 설치·'안전난간대' 없어…안전불감증 여전
지난해 광주 130개 건물 해체…대다수 현장서 지적사항 나와

지난 5일 광주 남구의 한 철거 공사 현장. 박성은 기자

광주 동구 학동 4구역에서 철거 중이던 건물이 붕괴돼 17명의 사상자가 발생한 지 2년이 흘렀다.
 
참사 이후 구청의 현장 점검과 감리자의 현장 상주 등 여러 변화가 있었지만 공사 현장의 안전불감증은 여전한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 3월 광주 광산구의 한 건물 철거 공사 현장.
 
철거 과정에서 대형차량이 수시로 드나들었지만 신호수는 배치되지 않고 추락방지망은 설치되지 않아 주변을 지나는 주민들이 위험에 그대로 노출됐다.
 
또 해체는 해체계획서대로 진행돼야 하지만 일부 철골이 순서를 어겨 철거되기도 했다.
 
같은 달 남구 한 건물 해체 현장의 문제는 더 심각했다.
 
노래방 등이 입점해 있던 상가를 철거하는 과정에서 상부 하중을 분산하는 임시 기둥인 잭서포트가 층마다 다른 장소에 설치돼 붕괴 위험을 키웠다.
 
또 건물 외부에 설치된 작업 난간의 틈이 3㎝ 이상 벌어졌고 안전난간대가 마련되지 않은 상태에서 작업이 진행되기도 했다.
 
불과 5m도 떨어져 있지 않은 거리에 주택가가 위치해 있어 철거 공사 내내 주민들은 불안에 떨어야 했다.
 
인근에 사는 주민 A씨는 "공사가 진행될 때 소음 때문에도 불편했지만 철거 과정에서 사고가 나지 않을까 우려도 컸다"면서 "학동 참사 때 아는 지인의 가족이 피해를 입어 철거 현장을 볼 때마다 걱정이 되는 게 사실"이라고 말했다.
 
광주 학동 4구역 해체 공사가 재개된 모습. 박성은 기자

광주시는 매달 건물 해체 공사와 관련해 5개 구청의 점검 사항을 취합해 관리하고 있다.
 
지난 3월에는 광주 5개 구청 중 동구를 제외한 4개 구청의 해체 공사 현장에서 지적 사항이 나왔다.
 
4월에도 동구와 서구 2개 해체 공사 현장에서 안전요원를 배치하지 않는 등 총 6개 지적 사항이 확인됐다.
 
지난해 광주시에서는 진행된 130개 철거 공사 현장 대부분에서 수백 개의 지적 사항이 나와 학동 참사 이후에도 해제 공사현장은 여전히 위험에 노출된 상황이다.
 
학동 참사 이후 자치구별로 해체계획심의위원회를 설치해 해체계획서를 심의하고 현장점검도 의무적으로 진행하는 등 해체 절차와 관리·감독이 엄격해졌지만, 현장의 안전불감증은 여전하다.
 
광주 한 구청 관계자는 "이전보다 훨씬 더 규제가 엄격해지면서 해체 과정에서 시간이 더 오래 걸리고, 해체 과정에 대한 잣대가 엄격해졌다"면서도 "기준 강화와는 별개로 상당수 철거 현장에서는 여전히 여러 개의 미준수사항이 확인되고 있다"고 말했다.
 
학동 참사 2주기를 앞두고 광주가 안전하지 않은 도시라는 오명에서 벗어나는 계기가 될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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