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4년생 술마셔도 되나요?"…'만 나이 통일' 아직은 아리송

초교 입학·병역검사·술 판매는 '연 나이' 그대로
"술집 신분증 검사 어떻게?" "칠순 잔치 1년 미뤘다"

연합뉴스

"저희 딸이 2017년 12월생인데 내년에 초등학교 입학 맞나요?" "만 나이 적용되면 2004년생은 이제 술·담배 못 사는 건가요?"

이달 28일 법적·사회적 나이가 '만 나이'로 통일된다. 그러나 '만 나이 통일법' 시행 이후에도 여전히 연 나이가 적용되는 경우가 적지 않아 정착까지 상당 기간 혼란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술과 담배를 살 수 있는 나이나 초등학교 입학 연령이 대표적이다.

서울 영등포구에서 호프집을 운영하는 조모(55)씨는 7일 "만 나이로 통일되면 앞으로 신분증 검사는 어떻게 해야 하느냐"고 되물었다.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앞으로 생일까지 확인해야 하느냐' 등 비슷한 질문이 이어지고 있다.

지금은 한국식 나이인 '세는 나이'와 현재 연도에서 출생 연도를 뺀 '연 나이', 민법상 공식 나이인 '만 나이' 등이 뒤섞여 쓰인다. '만 나이 통일법'은 각종 법령과 계약·공문서 등에 표시된 나이를 원칙적으로 만 나이로 해석하도록 했다. 행정기본법과 민법에 '나이 계산은 만 나이로 한다'고 명시했다.

그러나 오는 28일 이후에도 청소년에게 주류·담배를 판매할 땐 '만 나이 통일법'이 아닌 청소년보호법이 적용된다. 이 법은 청소년을 '만 19세 미만인 사람을 말한다. 다만 만 19세가 되는 해의 1월 1일을 맞이한 사람은 제외한다'고 정의했다. '만' 아닌 '연' 19세 미만을 청소년으로 본다는 얘기다. 즉 2004년생(올해 연 19세)은 '만 나이 통일법' 이후에도 만 나이와 상관없이 술·담배를 살 수 있다.

병역법 역시 연 나이 기준 19세가 되는 해 병역판정 검사를 받도록 하고 있다.

법제처는 보도자료에서 "연 나이를 만 나이로 변경하기 위해서는 각 개별법의 정비가 필요해 '만 나이 통일법' 시행으로 연 나이 기준이 바로 바뀌는 것은 아니다"며 "올해 상반기 중 연구용역과 의견조사를 진행해 올해 말까지 정비안을 마련할 것"이라고 밝혔다.

연 나이 7세인 취학 의무 연령 역시 바뀌지 않는다. 초·중등교육법은 '만 6세가 된 날이 속하는 해의 다음 해 3월 1일' 보호 자녀 또는 아동을 초등학교에 입학시키도록 했다.

일상에서는 오랫동안 세는 나이를 주로 써온 만큼 당분간 혼란이 반복될 것으로 보인다.

직장인 고모(39)씨는 30개월 딸에게 감기약을 먹이다가 얼마 전 읽은 만 나이 기사가 떠올라 새삼 고민에 빠졌다. 복용량이 '2~3세 5mL, 3~4세 7mL'로 적혀 있어 만으로 2세, 한국 나이 4세인 딸에게 감기약을 얼마큼 먹여야 할지 아리송했다.

고씨는 "어느 쪽을 택하더라도 약효가 덜하거나 더할 것 같아 중간치만큼 먹였다"며 "감기약 복용량 표시도 만 나이인지 한국 나이인지 확실하게 정리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지난해 한국 나이 70세 생일을 맞아 칠순 잔치를 한 하길환(70)씨는 한 살 적은 후배에게 "칠순을 내년에 지낸다"는 말을 들었다. 사회적 나이가 '만 나이'로 통일되는 만큼 관습상 한국식 나이로 지내온 칠순도 이에 맞춰 미루기로 했다는 것이다.

도로명 주소와 옛 지번 주소가 함께 쓰이듯 아직은 어색한 만 나이가 일상에 완전히 뿌리내리기까지 오래 걸릴 것이라는 반응도 있다.

유치원 교사 이모(26)씨는 "아이들도 형·동생 개념이 이미 있다"며 "만 나이 개념을 쉽게 이해하지 못하고 혼란만 낳을 것 같아 아직까진 일부러 설명하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서울 영등포구의 한 고등학교에 다니는 이은재(17)양은 "반에서 친구들끼리 오늘부터 언니·누나라고 부르라고 장난은 친다"면서도 "친한 친구가 갑자기 동생으로 바뀌는 게 아니라 다들 크게 신경 쓰지는 않는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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