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의료 양의사 독점"vs"의료 걱정되면 한방대부터 폐지"

의대 정원 확대, 양방사-한방사 '용어' 논란으로 불똥
한의협, 한의사 필수의료 활용 제안 중 '양의사' 표현 문제제기
의협은 "한의협이 양의사라 하면 우리도 한방사라 부르겠다"
복지부 "상대방 직역 존중하는 자세 필요해…의대 정원 확대할 것"

연합뉴스

지난 3월 그리고 지난 5월 응급실 병상을 찾다 10대 소녀와 70대 노인이 숨지는 사고가 발생했다.

의료진이 없다, 병상이 부족하다는 이유로 길 위를 헤매다 꺼진 생명들. 이른바 응급실 뺑뺑이의 가장 큰 원인 중 하나로 의료진 부족이 꼽힌다.

그런데 의료진을 늘리는 방안 중의 하나로 논의되고 있는 의대 정원 확대를 두고 한의사협회와 의사협회 사이 신경전이 벌어졌다.

한의협은 지난달 25일 '의대 정원 확대와 관련한 입장'이라는 보도자료에서 "필수의료 인력부족 사태로 의과대학 정원을 확대하려는 논의가 진행 중인 현 상황은 양의사 위주로 짜여진 편향된 의료체계가 그 근본적 원인"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대한민국 의료는 양의사들에게 독점적 권한이 부여돼 있다"며 "양의사들은 그 권한에 걸맞은 의무를 다하지 않고 수익 창출에 유리한 피부, 미용 등 분야에 다수가 종사하며 그 결과 필수의료 인력부족 사태에 직면하게 됐다"고 강조했다.

이들은 "한의사들이 충분한 교육을 받고 임상·연구 경험을 갖춘 역량 있는 의료인으로서 인력이 부족한 필수의료와 1차 의료 분야에서 역할을 충분히 할 수 있다"며 "OECD 지표상 의사 숫자에도 포함되는 한의사를 포함해서 의료인력 수급을 재정립한 뒤에 의대 정원 확대 논의를 해도 늦지 않다"고 말했다.

한의협이 한의사를 필수의료에 우선 활용해야 한다고 주장하자, 의협은 보도자료 내용 중 '양의사'라는 표현을 문제삼으며 한의사측을 '한방사'라고 맞받아쳤다.

의협은 지난 1일 한방대책특별위원회 명의 성명에서 "한의협이 지속적으로 '양의사, 양방' 등 개념이 없는 용어를 지속적·만성적으로 악용·남발하는 동안 우리는 '한방사'라는 표기를 적용하겠다"고 맞불을 놨다.

이어 "의대 정원 확대는 매우 민감한 현안이자 정부 정책에서 중요한 문제인데 단순히 한방대(한의대) 정원을 축소한 만큼 의대 정원을 늘려 보건의료 인력을 수급하겠다는 정치적 논리는 모순"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한방협 성명은 의료정책과 의료자원 현황에 대한 전문적 문제 인식과 체감이 부족한 상태로 전개된 것"이라며 "진정으로 대한민국 의료가 걱정된다면 차라리 한방대와 한방사를 폐지해 그에 소요되는 세금과 예산을 중증·응급·필수의료 분야에 환원하라"고 주장했다.

2019년 5월 대한한의사협회장을 '무면허 의료행위 교사·방조' 혐의로 고발하는 최대집 당시 의협 회장과 박홍준 부회장. 연합뉴스

정부는 두 단체의 '기싸움'에 난감하다는 입장이다.

보건복지부 관계자는 "한의사든, 의사든 의료법에 근거해 면허를 가지고 있는 직군인 만큼 상대방 직역을 존중하는 자세가 필요하다"며 "의대 정원은 다각도로 논의중"이라고 말했다.

한편 정부는 의료 수요가 늘어나고 있는 만큼 오는 2025년 입시에 반영해 의과대학 정원을 확대하겠다고 밝혔다.

조규홍 복지부 장관은 지난 5일 방송에 출연해 인구 1천명당 의사 수가 경제협력개발기구 OECD 최저 수준이라며 이같이 밝혔다.

조 장관은 또 '응급실 뺑뺑이' 문제와 관련해 응급실 과밀화 및 수술 가능 의사와 병상 부족을 원인으로 지목하며, "중증 응급환자에 대해 응급실 우선배정 권한을 부여하고 경증환자는 권역응급센터로 이송하도록 제한하는 대책을 마련했다"고 덧붙였다.

실시간 랭킹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