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N:터뷰]이상용 감독의 미션, '범죄도시' 시리즈 배턴 터치

영화 '범죄도시 3' 이상용 감독. 에이비오엔터테인먼트 제공
※ 스포일러 주의
 
첫 스크린 연출 데뷔작이 '천만' 영화가 됐다. 그러나 '천만'이라는 숫자를 체감할 겨를도 없었다. 다음 시리즈를 이어가는 작업을 진행 중이었기 때문이다. 천만이라는 숫자와 시리즈를 이어간다는 생각은 어느새 '부담'이라는 단어로 다가왔다. 그러나 이를 뛰어넘고 새로운 도전으로 '범죄도시 3'를 완성했다. 그렇게 이상용 감독은 자신의 임무를 마쳤다.
 
이상용 감독은 자신의 임무는 '범죄도시 4'로 관객들이 관심과 사랑을 이어갈 수 있도록 하는 '가교' 역할이라고 했다. '천만 영화'라는 타이틀보다 자신이 손에 쥔 배턴을 다음 주자에게 잘 넘겨주는 게 더 부담이었다. 이 부담을 떨쳐내기 위해 이 감독은 자신이 해야 할 일에 집중했다. 바로 영화를 재밌게 만드는 것이었다. 그리고 그 선택이 '변주'였다.
 
괴물 형사 마석도(마동석)가 시원시원한 액션으로 나쁜 놈들을 때려잡는다는 기본 줄기가 동일한 만큼 변주가 필요했다. 그래서 '범죄도시 3'에서 택한 것이 마석도의 근무지 변화와 함께 시리즈 사상 최초로 글로벌 빌런을 포함한 두 명의 빌런을 등장시킨 거였다. 마석도의 액션 스타일도 마동석의 주특기인 '복싱'에 초점을 맞췄다. 개봉을 하루 앞두고 만난 이상용 감독은 이 과정에 관한 이야기를 들려줬다.

영화 '범죄도시 3' 스틸컷. 에이비오엔터테인먼트·플러스엠 엔터테인먼트 제공
 

2편에 이어 3편으로 다시 돌아온 이상용 감독의 '임무'

 
▷ '범죄도시 2'에 이어 '범죄도시 3'까지 메가폰을 잡았다. 부담은 없었나?
 
'범죄도시 2'를 개봉했을 때는 3편 준비가 한창이었을 때였는데, 정말 그렇게 많은 관객이 들 줄 몰랐다. 그때는 그냥 얼떨떨했다. 한편으로는 새로 합류한 배우들도 부담이 분명히 있었을 텐데, 그런 배우들을 다독여 가면서 3편을 재밌게 찍어야 한다는 부담감이 있었다. 지금은 3편을 보면서 관객들이 4편을 기대해 주실 지에 대한 부담이 있다.
 
▷ 시리즈를 연출하면서 느낀 어려움과 또 재미가 있었다면 어떤 부분일지 궁금하다.
 
시리즈의 가장 큰 부담은 배턴 터치를 잘해서 넘겨줘야 한다는 점이다. 흥행 여부를 떠나서 시리즈가 이어지려면 관객들의 선택을 받아야 하는 건 사실이다. 관객들이 어떤 걸 더 재밌어할지가 가장 신경 쓰였던 부분이고, 이를 (제작사) 대표님과 마동석 배우, 다른 모든 배우와 스태프와 함께 고민하면서 작업했다.
 
이런 부분이 부담이자 또 재밌는 부분이다. 재미를 주기 위해 변주를 해야 하는데, 새로운 선택을 하면서 도전정신도 생긴다. 또 이를 같이 합심해서 해결해 나가는 쾌감도 상당하다. 마동석 배우가 구축해 놓은 시리즈의 세계관을 계속 이어가는 것만 해도 되게 큰 영광이다.

 
▷ '범죄도시' 시리즈는 제작자이자 주인공인 마동석의 영향력이 큰 작품이다. 연출자로서 이러한 부분이 부담으로 다가오는 일은 없었나?
 
'범죄도시' 시리즈는 철저한 기획 영화고, 그 영화 안에서 시스템의 한 축으로 영화를 끌어간다고 생각했다. 내 능력을 과시하기 위해 만든 영화가 아니라 같이 합심해서 만드는 영화다. 시리즈라는 게 가장 첫 번째가 관객이다. 관객들이 좋아하려면 배우들의 찐 연기가 잘 담겨야 하고, 이를 위해 배우들이 가장 좋은 컨디션에서 촬영할 수 있도록 힘쓰고 후반작업을 잘 거쳐서 관객들이 재밌게 볼 수 있도록 하는 게 내 임무라 생각했다.

영화 '범죄도시 3' 스틸컷. 에이비오엔터테인먼트·플러스엠 엔터테인먼트 제공
 

세 배우 이야기 첫 번째: 이준혁 그리고 아오키 무네타카

 
▷ 이번 영화에서는 시리즈 처음으로 두 명의 빌런이 나온다. 이준혁이 연기한 주성철과 또 시리즈 사상 첫 글로벌 빌런인 아오키 무네타카가 연기한 리키다. 두 캐릭터에 관해 설명해 달라.
 
주성철은 1, 2편 빌런과는 다르게 마석도를 만나도 도망을 안 간다. 그게 가장 큰 매력이었다. 그리고 주성철은 자신감이 되게 넘치는 인물이다. 범행을 저지르는 과정에서 보이는 뻔뻔함과 담대함, 피지컬적인 부분 등 전편의 빌런들과 결이 확실히 다르다.
 
권력을 갖고 있기에 권력을 휘두르는 데 있어서 거침없고 범행을 저지르는 데도 마찬가지다. 1, 2편 빌런은 찌르면 바로 같이 찌를 거 같은 느낌이지만 주성철은 전혀 그런 캐릭터가 아니다. 어떤 공격이 들어왔을 때 본인이 생각하고 판단해서 어떻게든 해결할 수 있다는 자신감에 찬 인물이다. 그런 부분이 명확히 담기면 충분히 영화에 도움이 될 거라 생각했다.
 
그 와중에 리키가 들어와서 판을 흔든다. 판이 흔들리면서 마석도와 두 빌런의 관계가 앞으로 어떻게 될지 모르는 궁금증으로 이야기가 진행되기에 그 부분이 가장 큰 매력이었다. 리키는 어떻게 보면 1, 2편 캐릭터의 축소판이라 할 수 있겠지만, 전혀 다른 매력으로 보이는 인물이다. 이 인물조차 마지막에 어떤 선택을 할지에 초점을 맞췄고, 극을 이끌어 가는 데 있어서 마석도가 어떻게 이 상황을 타개할지가 훨씬 더 쫀쫀하게 느껴지게 됐다.


영화 '범죄도시 3' 스틸컷. 에이비오엔터테인먼트·플러스엠 엔터테인먼트 제공
 
▷ 그렇다면 어떤 점에서 이준혁과 아오키 무네타카가 이번 작품에서 빌런 역할을 소화하기에 적역이었다고 보는지 그리고 함께 호흡을 맞춰 본 이준혁과 아오키 무네타카는 어떤 장점과 매력을 지닌 배우인지 궁금하다. 먼저 이준혁에 관해 이야기를 듣고 싶다.
 
이준혁 배우에게 정말 대단하다고 말해주고 싶다. 이준혁 배우는 2편 개봉 전에 캐스팅했는데, 캐스팅되고 났더니 천만 관객을 넘어서 부담감이 컸을 거다. 그 부담을 다 극복해 내고 외형적 변화부터 연기 스타일까지 이제까지 보여준 모습과 전혀 다른 모습을 보여줘서 너무 만족하고 감사하다. 에너지를 계속 응축해서 어느 한순간 터트리는데, 그 순간에 마석도는 위기에 빠지게 된다. 너무 훌륭하게 해줬다.
 
▷ 시리즈 사상 첫 글로벌 빌런을 맡은 아오키 무네타카는 어땠나?
 
아오키는 정말 프로페셔널 하다. 문화가 달라서 조금 힘들어하지 않을까 싶었는데 먹는 거 말고는 힘들어하지 않더라. 매운 걸 못 먹어서.(웃음) 근데 밥차 사장님이 신경 써 주셔서 잘 먹었다. 아오키는 집중력이 되게 좋은 거 같다. 내가 하는 작은 이야기도 어떻게든 반영해 보려 되게 노력을 많이 해줬다. 진짜 멋진 배우다. 또 2~3kg 정도 되는 장검을 한 손으로 들고 계속 휘두르는 게 쉽지 않아서 손목도 한 번 다쳤었다. 그럼에도 끝까지 아무렇지 않게 연기해 줬다. 에너지, 눈빛, 완급조절도 너무 좋고 생각하는 것 너무 멋졌다.

영화 '범죄도시 3' 스틸컷. 에이비오엔터테인먼트·플러스엠 엔터테인먼트 제공
 

세 배우 이야기 두 번째: 제작자이자 배우 마동석

 
▷ 이번 '범죄도시 3' 포인트 중 하나는 역시 마석도의 액션이다. 이번에는 어떤 부분에 중점을 뒀나?
 
1편에서는 한 방 액션이고, 2편은 유도나 합기도 등 여러 가지를 다 섞었다. 그러나 관객들이 많이 기억하는 건 역시 '한 방' 액션이다. 3편은 복싱 베이스로 해서 리드미컬하고 스피디한, 그러면서도 놓칠 수 없는 한 방 액션을 잘 버무린 진화한 액션에 공을 많이 들였다.
 
▷ 전편에 이어 이번에 또다시 작업한 제작자이자 배우 마동석을 지켜보면서 그에게서 무엇을 발견했나?
 
시리즈에 진심이기에 끊임없이 새로운 걸 보여주고 싶은 욕망이 있고, 또 그렇게 해야 시리즈가 사랑받는다는 걸 누구보다 잘 안다. 안주하지 말고 마지막까지 재밌는 걸 찾아보자고 한다. 현장에서도 화 한 번 안 내고, 또 상대 배우와 스태프까지 다 챙긴다. 항상 아이디어가 샘솟는다. 그리고 마동석 배우 무릎이 진짜 안 좋다. 혼자서는 계단도 잘 못 내려갈 정도인데, 그런데도 슛만 들어가면 무리해서라도 연기한다.
 
그리고 본인이 기획한 작품을 시리즈화 한다는 게 쉬운 게 아니다. 제작자로서 마동석 배우는 기획력이 정말 뛰어난 거 같다. 쉬질 않는다. 너무 존경스럽다. 지금도 할리우드와도 많은 논의가 오가고 있고, 한국에서 제작하려는 작품 수도 꽤 된다. 작가님들과 매일 만나서 시나리오 회의도 하고. 항상 영화 속에서 사는 분이다. 그런 부분을 본받고 싶다.


영화 '범죄도시 3' 이상용 감독. 에이비오엔터테인먼트 제공
 

범죄 액션을 다루는 이상용 감독만의 포인트

 
▷ 좁은 복도에서 펼쳐지는 리키의 장검 액션이 인상적이었다. 무기가 장검인 만큼 좁은 공간 안에서 움직임을 펼치는 게 쉽지 않았을 것 같다.
 
보통의 장검 액션을 보면 넓은 데서 싸운다. 그걸 한국식으로, 조금 좁은 공간에 갇혀서 퇴로를 막아 놓은 상황에서 붙어야 할 수밖에 없다면 어떤 액션이 나올까 궁금했다. 이 부분에 대한 솔루션은 허명행 무술 감독님, 윤성민 무술 감독님과 같이 논의를 많이 했다. 솔루션을 잘 찾아주셨고, 배우가 잘 체화했다. 나쁘지 않은 선택이었다고 생각한다.

영화 '범죄도시 3' 스틸컷. 에이비오엔터테인먼트·플러스엠 엔터테인먼트 제공
 
▷ 전편도 그렇고 이번에도 특히 무기를 활용한 액션 신에서 공격당하는 상대방의 모습 대신 무기를 쥔 인물에 포커스를 맞추고 있다. 그러면서 잔인한 장면이 덜 보이는데, 이러한 장면을 연출할 때 중요하게 생각하는 지점은 무엇인지 궁금하다.
 
나 같은 경우는 캐릭터를 구축하는 데 있어서 이 캐릭터가 무서운 표정으로 칼을 들고 누군가를 찔렀을 때 찔리는 사람이 필요한가? 칼을 찌를 때 얼굴과 뺄 때 얼굴 두 가지 다 쓰고 싶어 한다. 그리고 애초에 (찔리는 모습은) 찍지도 않는다. 너무 잔인하게 느껴지기도 하고. 오히려 그것보다는 인물의 눈빛이 가진 에너지를 관객들에게 보여주는 게 이득이라고 생각한다. 고어물도 아니고 당하는 사람을 집중해서 보여줄 필요는 없다고 생각한다.
 
▷ 이제 곧 개봉이다. 마음이 남다를 것 같다.
 
내 임무는 시리즈가 연속성을 가지기 위한 가교 역할이었다. 스코어가 어느 정도가 될지는 모르겠지만, 손익분기점만 넘겨주면 반은 성공하지 않을까 싶다. 관객들이 다음 4편이 기대된다고 하면 (기분이) 날아갈 듯 좋을 것 같다.(웃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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