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 혁신기구 위원장으로 내정됐던 이래경 '다른백년' 명예이사장이 선임된지 불과 9시간 만에 과거 발언 논란으로 사의를 표명했다. 민주당 지도부는 연이은 도덕성 논란으로 '이래경 혁신위'라는 쇄신 카드를 꺼내 들었지만, 인선 실패에 다시 휘청이면서 이재명 대표 리더십이 또다시 시험대에 올랐다.
이래경 결국 사의…검증 실패에 이재명 리더십 다시 '휘청'
이래경 이사장의 '천안함 자폭·대선 조작설' 등 과거 발언들이 논란이 되자 이 이사장은 민주당 혁신위원장 임명 9시간 만인 5일 오후 6시50분쯤 사의를 표명했다. 그는 당을 통해 밝힌 입장문에서 "사인이 지닌 판단과 의견이 마녀사냥식 정쟁의 대상이 된 것에 매우 유감스럽게 생각한다"며 "논란의 지속이 공당인 민주당에 부담이 되는 사안이기에 혁신기구의 책임자직을 스스로 사양하고자 한다"고 밝혔다.
이재명 대표도 즉시 이 위원장의 사의를 수용했다. 이 대표는 5일 기자들과 만나 "본인이 사임을 하시겠다고 해서 본인 뜻을 존중하기로 했다"며 "(차기 혁신위원장에 대해) 역량 있고, 신망이 있고, 그런 분들을, 주변 분들을 참조하겠다"고 말했다.
인선을 둘러싼 잡음으로 민주당이 또다시 휘청이는 가운데, 인사 검증 실패로 이 대표 및 지도부의 리더십이 또다시 시험대에 오른 분위기다. 때마침 당은 5일 '후쿠시마 오염수 원내대책단'을 출범해 특위 차원의 청문회를 여는 등 대정부공세를 가하겠다고 나섰지만, 이번 논란으로 관심을 받지 못하고 힘을 잃었다는 지적을 받기도 했다.
당내에서는 인사 검증 시스템이 무너졌다는 비판의 목소리도 빗발쳤다. 인선을 발표하기 전 SNS를 꼼꼼히 검토했다면 잡아낼 수 있는 문제였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 권칠승 수석대변인은 기자들과 만나 "(검증) 과정에서 당에서 부족했던 부분은 부족했던 대로 반성을 해야하고 앞으로 또 고쳐 나가야 할 부분은 고쳐나가야할 것 같다"고 밝혔다.
지도부에서도 당황스러워하는 기색이 역력하다. 당의 한 지도부 의원은 CBS 노컷뉴스와 통화에서 "(이 이사장) 검증 단계에서 '반미 성향' 등을 두고 우려하는 목소리는 있었지만, 천안함 자폭 관련 발언까지 언급되지 않았다"면서도 "당분간은 새 위원장을 선임 하기에 앞서 현 상황을 수습하는데 주력할 것"이라고 밝혔다.
李 "전권형 혁신위" 임명했지만 하루 만에 '막말 논란'
이재명 대표는 앞서 5일 오전 최고위원회의에서 이래경 신임 혁신위원장의 선임 소식을 알렸다. 이 대표는 "새로운 혁신기구의 명칭부터 역할까지 모두 기구에 전속으로 맡기겠다"고 말했다. 권칠승 수석대변인도 "기본적으로 혁신기구에서 제안하는 내용들을 지도부가 수용한다는 의미로 보면 맞는다"고 말해 '전권형 혁신기구'임을 시사했다. 이 위원장 임명에는 당내·외부 인사의 추천을 비롯해 이 대표와 조정식 사무총장의 검토가 있었던 것으로 전해진다.
그러나 이 위원장이 임명되자마자 그가 과거에 남긴 정치적 발언이 알려지면서 당 안팎으로 논란이 크게 일었다. 그는 지난달 자신의 SNS에 "아마 지난 한국 대선에도 미국 정보 조직들이 깊숙이 개입했을 것"이라며 '대선 조작설'을 제기하는가 하면, 2020년에는 "코로나19 진원지가 미국임을 가리키는 정황들이 속속 밝혀지고 있다"고 주장했다. 특히 지난 2월에는 "자폭된 천안함 사건을 조작해 남북 관계를 파탄 낸 미 패권 세력들"이라며 이른바 '천안함 조작설'을 거론했다.
특히 이 위원장이 과거 이 대표를 지지하는 활동에 앞장서온 사실이 알려지자 비명계를 중심으로 혁신 기구의 '독립성'에 문제가 생길 수 있다는 우려와 함께 임명 철회를 요구하는 목소리가 빗발쳤다. 이 위원장은 이 대표가 2019년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로 2심에서 당선 무효형을 선고받자 '경기도지사 이재명 지키기 범국민 대책위원회' 구성을 제안하는 등 이 대표를 옹호하는 메시지를 지속적으로 내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