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증권에 투자하려는 외국인 투자자의 인적사항 등록을 의무화 한 '외국인 투자자 등록제'가 오는 12월부터 폐지된다. 30년 넘게 유지된 이 제도가 외국인의 국내 증시 접근성을 낮추면서 코리아디스카운트(한국시장 저평가)의 한 원인으로 작용하고 있다는 지적이 이어진 데 따른 조치다.
금융위원회는 5일 외국인 투자자 등록제 폐지 내용을 담은 '자본시장과 금융투자업에 관한 법률 시행령' 개정안이 국무회의에서 의결됐다고 밝혔다. 개정안은 오는 13일 공포된 뒤 6개월 뒤인 12월 14일부터 시행된다.
1992년 도입 이래 30년 넘게 유지돼 온 해당 등록제는 주식과 채권 등 국내 상장 증권에 투자하려는 외국인 투자자로 하여금 금융감독원에 인적사항 등을 사전 등록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이 절차를 통해 투자등록번호(ID)를 발급 받아야만 외국인 투자자는 증권 거래를 위한 계좌 개설을 할 수 있었다.
금융위는 "외국인 투자자 등록제는 상장 주식에 대한 외국인 한도를 관리하기 위해 도입됐다"며 "그러나 1998년 한도 제한이 원칙적으로 폐지되면서 현재 2500여개 상장사 가운데 33개 종목이 외국인 보유 전체 한도, 그 중에서도 2개 종목만 외국인 개인별 한도 관리 대상임에도 이 제도는 약 30년 동안 변화 없이 유지돼 왔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등록 절차엔 시간이 소요되고 요구되는 서류도 많아 외국인들이 우리 증시에 투자하는데 큰 걸림돌 가운데 하나로 지적돼 왔다"며 "이는 글로벌 스탠다드와도 차이가 큰데, 미국과 일본 등 주요 선진국에서는 이런 투자자 등록제를 운영하는 경우가 없다"고 제도 폐지 취지를 설명했다.
예정대로 12월 14일에 등록제가 폐지되면 외국인 투자자들은 금감원 사전 등록 없이 증권사에서 바로 계좌를 개설할 수 있다. 개인은 여권번호, 법인은 LEI 번호(법인에 부여되는 표준화된 ID)를 이용한 계좌 개설이 가능해진다. 애초 투자자 등록을 한 외국인은 기존 투자등록번호를 그대로 사용하도록 해 제도 변경에 따른 불편을 최소화하겠다는 게 당국 계획이다.
금융위는 "등록제 폐지로 우리 증시에 대한 접근성이 제고 돼 외국인 투자가 보다 확대될 수 있는 중요한 기반이 마련될 것으로 기대된다"며 "폐지 이후에도 외국인 한도 관리가 필요한 종목들에 대해선 현재와 동일하게 관리가 가능하다"고 밝혔다.
이번 시행령 개정은 올해 초 금융당국이 발표한 '외국인 투자자의 자본시장 접근성 제고방안' 후속 조치로 추진돼왔다. 이 방안에 포함됐던 장외거래 사후신고 범위 확대, 통합계좌 활용도 제고 등 금융투자업규정 개정이 필요한 다른 내용들도 곧 금융위 의결을 거쳐 확정될 예정이며, 외국인 투자자 등록제 폐지와 함께 시행될 것이라고 당국 관계자는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