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가 상승세 꺾였지만 먹거리 물가는 고공행진…'라면 14년 만에 최고치'

서울시내 한 대형마트를 찾은 시민들이 라면을 고르고 있다. 황진환 기자

전반적인 소비자 물가는 상승세가 다소 꺽인 모양세지만 먹거리 물가는 여전히 고공행진이라 서민 가계에 부담이 되고 있다.
 
5일 통계청 국가통계포털(KOSIS)에 따르면 지난달 소비자물가지수는 111.13으로 전년 동기 대비 3.3% 상승했다. 3월 4.2%, 4월 3.7%에서 떨어진 것으로 2021년 10월 3.2% 이후 19개월 만에 가장 낮은 수치다. 
 
하지만 가공식품 물가 상승률은 7.9%를 기록하며 전체 평균치의 2.1배 높은 상황이다. 전달 대비 1.2%포인트 떨어지긴 했지만 여전히 평균 이상의 고물가를 유지하고 있어 물가 상승세 둔화가 피부로 느껴지지 않는 이유다. 
 
112개 먹거리 품목 가운데 라면을 포함한 31개 품목(27.7%)은 물가 상승률이 10%를 넘어섰다. 잼이 35.5%, 치즈가 21.9%, 어묵이 19.7%, 피자가 12.2% 각각 올랐다.
 
특히 대표적인 서민 먹거리인 라면의 물가 상승률은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최고를 기록했다.
 
지난달 가격이 지난해 동기 대비 13.1% 올라 2009년 2월 14.3% 이후 14년 3개월 만에 최고치를 경신했다. 10% 이상 상승은 지난해 10월부터 8개월째 이어지고 있다.
 
지난달 라면 물가가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최대 상승률을 기록한 것으로 나타났다. 황진환 기자

이는 그동안 누적된 원가부담, 인건비 등을 이유로 업체들이 지난해 제품 가격을 올렸기 때문이다. 지난해 9월 농심을 시작으로 팔도와 오뚜기, 삼양식품이 잇따라 라면 가격을 평균 10% 안팎 올린바 있다.
 
설탕 가격도 4달 연속 상승세를 이어갔다.
 
농림축산식품부에 따르면 유엔 식량농업기구(FAO)가 발표한 지난달 설탕 가격지수는 전달보다 5.5% 상승했다. 올해 1월과 비교하면 4달동안 34.9% 상승했다. 지난해 동기 대비 30.9% 상승한 수치다.
 
이는 국제 공급량이 예상보다 적었고 브라질에서 설탕 선적이 대두와 옥수수에 밀려 지연된 것 등이 원인으로 지목됐다. 
 
이로 인해 설탕발 물가상승인 '슈거플레이션' 우려도 제기되고 있다. 설탕이 빵이나 과자, 아이스크림 등 가공식품에 들어가는 필수적인 재료로, 주요한 가격 인상 요인이기 때문이다.
 
서울시내 한 대형마트에 우유 제품이 진열돼있다. 박종민 기자

우유 가격 인상도 불가피해 서민 경제는 더 팍팍해질 전망이다.
 
5일 농림축산식품부는 낙농진흥회가 오는 9일부터 올해 원유 가격 협상에 착수한다고 밝혔다.
 
통계청 발표 결과 지난해 우유 생산비는 959원으로 전년보다 리터당 116원, 13.7% 올랐다. 다만 올해부터 원유가격 결정에 시장상황도 반영돼 가격 인상은 리터당 69원~104원 범위에서 논의된다.
 
이에 따라 리터당 2900원대인 흰 우유 소비자 가격이 올해 3000원을 넘을 개연성이 커지고 있다.
 
이같이 우유 원유 가격이 인상되면 빠르면 올 하반기 우유가 들어가는 유가공품과 아이스크림, 빵 등의 가격 상승 압박이 더 커질 것으로 예측되고 있다. 
 
지난해의 경우 원유 기본 가격이 리터당 49원 오르자 각 유업체는 흰 우유 제품 가격을 10% 안팎 인상했고 이후 아이스크림 가격도 10~20% 올랐다. 
 
우윳값이 인상되면 커피 전문점 등의 우유가 들어가는 제품 가격도 오를 수 있다.
 
농식품부는 지난해 10월 우윳값이 리터당 180원 인상됐을 때 주요 커피 전문점의 라떼 제품 가격인상 요인이 53원~56원 수준이 됐었을 것으로 파악했다. 
 
이에 따라 우윳값 상승이 유가공품, 아이스크림 등의 가격을 밀어올리는 '밀크플레이션'으로 이어질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
 
이 같이 먹거리 물가가 들썩이고 추가 상승이 우려되자 정부가 물가 상승 최소화에 부심하고 있다. 
 
정부는 지난달 30일 열린 국무회의에서 설탕과 원당을 비롯해 돼지고기·고등어·조주정 등 7개 농축수산물 관세율을 6월부터 인하하기로 결정했다. 관세율 인하로 물가상승 압력을 막겠다는 취지에서다. 
 
돼지고기와 고등어, 소주 등의 원료로 사용되는 조주정에 대한 할당관세는 기간 연장이나 품목 확대 등을 통해 0%를 유지·적용하기로 했다. 
 
설탕의 경우 5%인 할당관세율을 0%로, 원당도 기본 관세율 3%를 0%로 인하하기로 했다.
 
농식품부는 지난달 말 주요 제당업계와 간담회를 갖고 정부의 이 같은 조치를 설명하며 가격 인상 자제를 요청했다.
 
이어 우윳값과 관련해서는 빵류, 과자류의 경우 원료 중 우유의 비율이 각각 5%, 1% 수준으로 낮아 원유 가격 인상이 가공식품에 미치는 영향은 제한적일 것으로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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