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촌 연세로서 따릉이 대행진…"차 없는 거리 원해"

'연세로 공동행동'…대중교통전용지구 해제 문제 알리는 '따릉이 대행진'
올해 1월부터 대중교통전용지구 운영 일시 중단…"상권 회복 위한 것"
"보행자가 아닌 차를 위한 도로로 변해"…사실상 '차 없는 거리' 폐지

4일 오후 서울 서대문구 신촌 연세로 인근에서 '제1회 따릉이 대행진' 참가자들이 출발 전 퍼포먼스에 나섰다. 임민정 기자

"3,2,1. 출발하세요!"

서울 서대문구 연세로 일대에 난데없이 100여 명의 시민이 모였다. 헬멧을 쓰고 선글라스를 챙긴 이들은 '따릉이 자전거'에 올랐다.

서울환경연합 등 시민단체와 신촌 지역 대학 학생회로 이뤄진 '연세로 공동행동'은 4일 서울 서대문구 연세로 일대에서 '제1회 따릉이 대행진' 행사를 개최했다.

단체는 "연세로 대중교통전용지구 문제를 시민들에게 알리기 위해 이번 행사를 기획하게 됐다"고 밝혔다.

이날 연세로 일대에는 '걷고 싶은 연세로를 꿈꾼다', '기후 위기 시대, 친환경 도시를 위한 대안'이란 현수막도 곳곳에 내걸렸다.

2014년 서울시는 연세로를 '대중교통전용지구'로 지정했고, 서대문구청이 주말에는 아예 차량 통행을 금지했었다. 이같은 정책으로 연세로 일대는 약 9년간 이른바 '차 없는 거리'로 운영돼 왔다.

하지만 지난 1월 20일부터 대중교통전용지구 운영이 일시 중단되면서 연세대 정문부터 지하철 2호선 신촌역까지 약 500m 구간에는 이륜차를 제외한 모든 교통수단이 오가기 시작했다. 구청 측이 연세로의 대중교통전용지구를 해제하기 위해 차량 운행을 위한 시범 운영에 돌입했기 때문이다.

연세로 공동행동 등은 서울시와 서대문구가 연세로 대중교통전용지구 해제를 일방적으로 추진한다고 비판하고 있다. 공동행동은 주민투표를 통해 연세로의 전용지구 해제 여부를 주민이 직접 결정하도록 하라고 서울시에 촉구하는 서명운동을 벌이고 있다.

'연세로 공동행동'은 연세로 대중교통전용지구 문제를 시민들에게 알리기 위해 서울 서대문구 연세로 일대에서 '제1회 따릉이 대행진' 행사를 개최했다. 임민정 기자

행사에 참여한 시민들도 '차 없는 거리' 지키기에 공감하는 목소리를 보였다.

윤태민(20)씨는 "사람들이 마음 편하게 걱정 안하고 걸어다닐 수 있는 곳이 필요하다"고 했다.

가족들과 자전거를 타러 온 박모(48)씨는 "원래 연세로에는 주말에 차가 아예 없었는데 아무런 홍보 없이 어느 순간부터 차가 다녀서 놀랐다"며 "이번 행사로 차 없는 거리 문제를 생각해볼 수 있어 좋다"고 했다.

이날 행사에서 발언에 나선 정지훈(25)씨는 "작년까지만 해도 이 거리에 다니는 교통수단은 버스로 한정됐다. 승용차가 다니지 않아 교통사고에 대한 걱정도 적었고 깨끗한 도로였다"며 "하지만 올해부터 차 없는 거리가 폐지됐다. 연세로에 자동차가 다니는 것을 보며 신기했지만, 보행자가 아닌 차를 위한 도로로 변해 안타깝다"고 했다.

이어 "작년에 신촌 주변의 대학교 연세대, 서강대, 이화여대를 대상으로 대중교통전용지구에 대해 설문한 결과 80% 이상이 폐지를 반대했다"며 "상업적인 부분만이 아닌 거주자와 주변 대학생들의 의견을 포함한 논의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연세로 공동행동 손솔 집행위원장은 "시범 운영을 하는 것부터 사실상 (대중교통전용지구) 폐지 수순에 접어든 것 아닌가 한다"며 "최대한 참여를 해서 폐지가 당연한 수순이 되지 않도록 개입하려고 한다"고 했다.

구청 측은 "지역상권화 활성을 위해 대중교통 전용지구 해제를 요청하고 있다"며 "정식 해제 권한은 서울시에 있다"고 했다. 서울시는 상권과 교통 영향 분석 등을 거쳐 향후 차량 통행 여부를 결정할 방침이다.

구청과 서울시는 차량 접근성을 개선해 상권을 회복하겠다는 입장이지만, 정작 연세로 일대 상인들은 차량 통행 여부가 신촌 상권 활성화에 큰 영향을 주지 않을 것이라는 반응을 보였다.

연세로 인근 화장품 가게의 점장 A씨는 "차가 다닌다고 해서 손님이 오는 것은 아니어서 (시범 운영 4개월 동안) 큰 변화는 없었다"며 "사실상 차를 타고 오는 손님은 거의 없고, 대부분 지하철을 타고 오시거나 버스를 타고 오는 분들이 많았다"고 했다.

잡화점을 운영하는 60대 상인 B씨는 "차가 다닐 수 있게 되면서 전보다 사람들이 들어오긴 한다. 전에는 차 없는 거리를 할 땐 길거리 축제나 행사를 하지 않으면 사람이 없었다"고 했다. 다만, "그렇다고 전보다 장사가 잘돠는지는 모르겠다. 코로나 이후에 이미 상권이 너무 죽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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