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연방정부 디폴트(채무불이행) 우려가 해소되고 외국인 매수세도 강해지면서 코스피 지수가 약 1년 만에 2600선 위에서 마감했다. 미국 중앙은행 연방준비제도(연준)의 6월 기준금리 동결 결정 전망까지 부각되며 위험자산 시장에 훈풍이 부는 모양새지만, 이 전망이 뒤집히면서 금융시장 변동성이 커질 가능성도 배제하긴 어렵다.
2일 코스피 지수는 전 거래일보다 32.19포인트(1.25%) 상승한 2601.36에 마감했다. 종가 기준 2600선 돌파는 작년 6월 9일(2625.44) 이후 처음이다. 외국인은 약 4075억 원 어치를 순매수하며 지수 상승을 이끌었다. 유가증권시장에서 외국인은 5월 초부터 최근 1달 동안 무려 5조 620억 원 어치를 쓸어 담고 있다. 코스닥 지수도 전 거래일보다 4.28포인트(0.50%) 오른 868.06에 마감했다.
지수 상승의 직접적 원인으론 미국 연방정부 부채한도 합의안이 하원에 이어 상원을 통과하면서 한동안 글로벌 금융 시장을 짓눌러온 디폴트 우려가 해소된 점이 꼽힌다. 이번 합의안은 미 대선 이후인 2025년 1월까지 연방정부 부채한도 적용을 유예하는 대신 올해 10월부터 시작되는 2024 회계연도에 비 국방 분야 지출을 동결하고 국방 분야 지출은 3%가량 증액하는 내용 등을 담고 있다.
정용택 IBK투자증권 수석연구위원은 통화에서 "부채한도 합의안 통과로 불확실성이 사라지면서 원‧달러 환율도 오늘 많이 떨어졌다. 이는 위험자산 비중 확대로 연결되고, 외국인 매수세의 추가 동력으로도 작용한다"고 설명했다. 외국인 입장에선 주요 투자 불안 요인이 사라진데다가 환차익까지 기대할 수 있어 매수세가 강하게 나타났다는 뜻이다. 실제로 같은 날 서울 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은 전날보다 15.9원이나 하락한 1305.7원에 마감했다.
'AI(인공지능) 붐'과 맞물린 반도체 업황 반전 기대에 힘입어 최근 국내 증시 상승세를 주도하다가 잠시 주춤했던 삼성전자의 주가도 3거래일 만에 반등에 성공했다. 외국인이 1763억 원 어치를 사들이면서 삼성전자 주가는 전날 대비 1.83% 오른 7만 2200원에 거래를 마쳤다.
연준의 6월 기준금리 동결 가능성이 급속도로 부각된 점 역시 증시 호재로 거론된다. 연준 부의장 지명자인 필립 제퍼슨 이사는 지난달 31일(현지시간) 워싱턴DC에서 열린 금융안정 콘퍼런스에서 "다가오는 회의에서 금리 인상을 건너뛰면 연준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가 추가 정책 결정을 내리기 전에 더 많은 데이터를 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는 연준이 이번 달에 기준금리 인상 행보를 잠깐 멈출 수 있다는 뜻으로 해석돼 추가 베이비스텝(0.25%포인트 기준금리 인상)을 예상하던 시장의 긴장이 다소 풀렸다.
미국발(發) 부담 요인이 해소 또는 완화되면서 이날 아시아 주요 증시도 일제히 강세를 보였다. 일본 닛케이 225지수는 1.21% 상승한 3만 1524.22로 마감하며 거품경제 시기인 1990년 7월 25일 이후 약 33년 만에 최고 수준을 보였다. 홍콩 항셍지수도 4.07% 크게 뛰었고, 중국 상하이종합지수도 0.79% 상승했다.
한편 한국시간으로 오는 15일 새벽 연준의 기준금리 결정이 예정된 가운데 이 결정에 영향을 줄 수 있는 5월 고용‧물가 지표 발표가 임박한 점은 증시 변동성을 키울 수 있는 변수로 꼽힌다. 고용지표는 2일에, 소비자물가지수(CPI)는 13일에 각각 나오는데 두 지표가 시장 전망치를 웃돌 경우 기준금리 인상 필요성이 다시 부각되면서 투자 심리도 위축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