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원이 도입을 추진 중인 '압수수색 영장 사전 심문제도'를 두고 법원과 검찰이 학술대회에서 정면으로 맞붙었다. 법원은 압수수색 영장 발부 전 필요하다면 제보자 등 사건 관계인의 대면 심리가 필요하다는 입장이지만 검찰은 수사 밀행성과 신속성이 훼손될 수 있다며 반발했다.
"법원의 수사기관화 및 중립성 침해 소지가 있어 압수수색을 사전에 통제하기보다 이의신청제도 등 사후적 구제 절차를 신설해야 한다"는 주장도 나왔다.
대법원 형사법연구회와 한국형사법학회는 2일 서울 서초구 서울법원청사에서 '압수수색영장 실무의 현황과 개선방안' 학술대회를 열었다. 법원은 애초 이달 초부터 압수수색 영장 사전 심문을 도입할 계획이었지만 검찰·경찰 등 수사기관과 법조계, 학계 등 반발에 부딪쳐 시행을 일단 미루고 추가 의견을 수렴하고 있다.
조기영 전북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가 첫 발제자로 나서 압색영장 사전심문 도입의 필요성을 설명했다. 조 교수는 "영장주의가 기본권 보호 기능을 실질적으로 수행하지 못하고 있다. 99%에 달하는 영장 발부율 때문에 언론에서조차 '영장 자판기'라는 비판이 나온다"면서 "판사가 압수수색영장을 발부하려면 영장을 청구·신청한 수사기관은 물론 제보자나 정보원 등의 출석을 요구해 입장을 들을 수 있어야 한다"고 밝혔다.
이후 법원과 검찰, 학계, 법조계 인사가 1명씩 토론자로 참여해 압색영장 사전심문 도입을 두고 첨예하게 맞섰다.
법원 측을 대표해 나온 대구지법 김천지원 장재원 부장판사는 "사전심문제가 수사 밀행성을 해친다는 우려가 있지만 피의자나 변호인이 아니라 수사기관 및 제보자를 심문한다면 별로 문제가 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수사 지연 문제를 초래할 것이라는 지적에 대해서도 "영장 청구 다음날 심문기일을 정하고, 심문 당일 영장 발부 여부를 결정하도록 하면 된다"고 반박했다.
검찰 측에서는 한문혁 의정부지검 남양주지청 부장검사가 나왔다. 한 부장검사는 "실제 사건에서 제보자는 피의자와 매우 밀접한 관계인 경우가 대부분이고 제보자가 수사 기밀을 이용해 (피의자에게) 금품을 요구한 실제 사례도 있다"며 제보자 사전심문이 수사 밀행성을 뿌리째 흔들 수 있다고 경고했다.
이어 "영장 청구에서 발부까지 하루 정도 걸리는 현재와 달리, (사전 심문제도는) 최소한 며칠이 걸린다"며 "범죄자들은 수사 개시 정황을 포착하는 즉시 증거인멸을 시도한다. 수사 성패를 좌우하는 수사 신속성이 훼손될 것이다"고 지적했다.
그는 영장 발부율이 지나치게 높다는 비판을 두고 "인터넷 사기나 보이스피싱 등 사건을 제외하면 실제 영장 발부율은 55% 정도에 불과하다"면서 "예전에는 사실조회 등 형식으로 수사 자료를 쉽게 받았지만 현재는 절차적 통제가 강화돼 자료를 받으려면 영장이 필요하다. 압수수색 영장의 증가는 외려 개인정보 보호 등 인권과 기본권이 높아졌다는 반증"이라고 했다.
법원이 압색영장을 사전에 통제하기보다 사후적으로 사법 통제를 해야 한다는 견해도 나왔다. 법무법인 광장 소속 박경호 변호사는 "사전심문제를 도입하더라도 영장의 신청·청구 건수나 발부율이 낮아질 것이라는 근거가 부족하다"며 "압수 절차가 지연되고 압수 대상이 사전에 유출되면 범죄 피해자 인권을 침해하는 역효과가 발생할 수 있다"고 짚었다.
박 변호사는 "사전보다 사후 통제를 할 수 있도록 기본권을 침해하고 위법한 압수수색에 대해 이의신청제도를 신설하고, 준항고 절차 등을 통해 위법 압수물에 대한 반환과 압수 조서 내용을 삭제하도록 하는 제도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