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기민양과 민경미양은 대구 지역에서 소위 '얼짱'으로 통했다. 둘은 열여섯 동갑내기로 중학교 3학년이었는데, 또래 친구들에 비해 큰 키와 돋보이는 외모로 인기가 많았다고 한다. 김양과 민양은 여느 학생들처럼 수업을 마치면 친구들과 함께 떡볶이 가게에 가고, 오락실 노래방에서 스트레스를 풀고는 했다.
지난 2001년 12월 7일 자정 무렵 이 두 여중생이 갑자기 사라졌다. 그때로부터 지금까지 22년이 지나도록 두 사람의 행방도 생사도 확인되지 않고 있다.
'그알' 제작진에 따르면, 실종 당일 김양과 민양은 하교 뒤 여느 때처럼 친구들과 함께 오락실, 분식집, PC방 등지에서 시간을 보냈다. 그리고 자정이 가까워질 무렵 친구들과 헤어져 택시를 탔다.
당시 민양 남자친구는 그날 밤 민양이 "집에 잘 도착했다"며 지역번호 053(대구)으로 시작하는 전화를 걸어왔기에 잘 귀가했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이후 확인해 보니 민양은 귀가하지 않았다.
경찰 수사 결과 김양과 민양은 택시를 타고 대구 북부정류장에 내렸고, 그곳에서 김양 휴대전화 전원이 꺼졌다. 그 이후 이 둘을 봤다는 사람은 나타나지 않고 있다.
대구 북부정류장은 김양과 민양 집에서 멀리 떨어진 곳이었다. 이곳에는 심야에 운행하는 버스도 없었다고 한다. 당시만 해도 음산한 환경 탓에 범죄 사건도 많았던 곳이다.
당시 경찰은 두 사람이 만 15세 청소년이었다는 이유로 이 사건을 '실종' 아닌 '가출'로 봤다. 그래서 적극적으로 수사하지 않았다. 이로 인해 김양과 민양 친구들 기억을 되살려 당일 이 둘의 행적을 추리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제작진은 "경찰 조사를 한 번도 받아본 적 없다는 한 제보자로부터 뜻밖의 이야기를 들을 수 있었다"며 "실종 당일 낮에 두 사람을 차로 태워줬던 남성이 있었다는 것"이라고 전했다.
친구들이 기억하는 퍼즐조각을 맞춰보니 김양이 알고 지낸 한 오빠가 있었는데, 다이너스티 차량을 몰며 김양을 종종 태워줬다고 한다. 또 다른 친구는 실종 전 민양으로부터 김양이랑 같이 김양이 아는 오빠를 만나러 갈 건데, 같이 갈 수 있느냐는 말을 들은 적이 있었다고 했다.
제작진은 "안타깝게도 그 남성의 얼굴을 봤다거나 다이너스티 차량 번호판을 기억하는 친구들은 없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그런데 김양과 민양이 실종되고 보름 정도 지났을 무렵, 김양 어머니에게 모르는 번호로 전화가 왔었다고 한다. 수화기 너머로 김양이 다급하게 "엄마, 나 좀 살려줘! 살려줘!"라며 "지금 부산역에 있다"고 말한 뒤 통화가 끊겼다는 것이다. 이 전화를 받자마자 어머니는 부산역으로 달려갔지만, 끝내 김양의 흔적을 발견하지 못했다.
이듬해 3월쯤에는 실종 뒤 연락이 끊겼던 민양이 메신저에 접속해 한 친구에게 메시지를 보내왔다고 한다. 민양은 '친구야 무섭다. 나 좀 찾으러 와 줘'라는 메시지를 남기자마자 대화방을 나갔다고 한다.
제작진은 "전문가들은 한 사람이 아니라 두 사람이 동시에 사라졌고 직접 구조요청을 했던 점, 생활반응도 목격자도 없지만 아직까지 시신이 발견되지 않은 점으로 미뤄, 두 사람이 살아 있지만 돌아올 수 없는 상황에 처했다고 분석한다"고 했다.
이어 "친구들 기억과 증언을 바탕으로 김양과 민양의 당일 행적을 재구성해 보는 한편, 전문가 프로파일링과 새로운 몽타주 탐문을 더해 실종된 두 사람의 현재 행방을 추적한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