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故) 김문기 전 성남도시개발공사 개발1처장을 몰랐다는 허위사실을 말한 혐의로 기소된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 측은 '안다' 혹은 '모른다'는 개념은 주관적 인식의 영역이라는 주장을 되풀이했다.
이 대표 측 변호인은 2일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34부(강규태 부장판사) 심리로 열린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 6회 공판에서 "질문하고 답변하는 (토론회나 대담의) 현실적 장면을 생각해주시면 사후적으로 완벽한 의미를 담아 분석해서 답변한다는 논리는 성립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앞서 검찰은 이 대표가 대선 후보 시절이던 2021년 12월 22일 방송사 인터뷰 등에서 김문기 전 처장과 관련해 허위사실을 말했다고 보고 재판에 넘겼다. 김 전 처장은 해당 인터뷰 전날 숨진 채 발견됐다.
이 대표는 당시 방송에서 "하위 직원이라 성남시장 재직 때는 몰랐다"고 했지만 시민단체 '사법시험준비생모임'(사준모)은 김 처장이 이 대표가 성남시장 시절인 2015년 1월 호주·뉴질랜드 출장에 동반했다고 주장했다. 두 사람이 출장에서 함께 찍은 사진도 공개됐다.
이 대표 측은 이날 공판에서 검찰이 이 대표가 거짓말을 했다고 증명하기 위해서는 이 대표가 과거 김 전 처장을 알았더라도 이같은 인식이 2021년 12월 "몰랐다"고 답변한 시기까지 이어졌는지 증명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 대표 측은 "(이 대표의 발언이) 허위라고 입증하려면 피고인 머릿속에 (방송 대담) 당시 김 전 처장을 알고 있었다는 인식이 있었다는 것을 증명해 내거나 알았다고 볼 만한 정황을 통해 증명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 사건에서는 가장 가까운 게 5년 전으로, 이 무렵 인식이 제대로 형성됐고 2021년 12월까지 계속 존속됐다는 점이 증명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5년 전'은 이 대표가 성남시장으로 재직하던 2016년 1월 12일 김 전 처장과 당시 공사에서 근무하던 정민용 변호사 등으로부터 대장동·제1공단 결합 도시개발사업 현안 보고를 받았던 일을 언급한 것이다.
2015년 호주에 동반 출장을 갔고 골프 라운딩을 함께 할 정도로 친밀한 사이라고 했더라도 이는 과거의 일일 뿐, 몇 년의 시간이 흐른 뒤에도 이 대표가 김 전 처장을 명확히 기억하는 것은 별개의 문제라는 논리다.
검찰은 이 대표와 김 전 처장이 2009년 6월부터 알고 지냈다고 보고 있다. 그 뒤 김 전 처장이 이 대표를 총 10차례 업무보좌했다고 한다.
이같은 변호인의 '인지'에 대한 변론은 공직선거법상 금지된 허위 사실 공표의 대상이 '행위 등'으로 규정돼 있다는 점을 염두에 둔 것으로 해석된다.
검찰 측은 이에 대해 "표면적이고 형식적인 반론"이라는 입장이다.
검찰 측은 "피고인은 호주 출장 중에 김 전 처장과 동반 골프를 친 의혹이 일자, 이를 부인하는 발언을 했다"며 "골프 동반 여부는 피고인의 행위에 관한 것임이 분명하다. 특정 시점에는 몰랐다고 발언한 것은 행위에 관한 발언"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