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도심에서 대규모 집회를 열었던 민주노총과 경찰이 고(故) 양회동씨 분향소 설치를 두고 한때 충돌하면서 조합원 4명이 연행되고 4명이 다쳤다.
31일 경찰과 민주노총 등에 따르면, 민주노총은 이날 오후 6시 35분쯤 서울 중구 파이낸스센터 앞 인도에 고(故) 양회동씨 분향소를 설치하기 시작했다.
그러자 사전에 허가받지 않은 분향소를 설치한다는 관할구청의 요청에 따라 경찰이 천막 설치를 저지하고 나서면서 양측이 한때 강하게 충돌했다. 경찰과 조합원·시민 등이 서로를 밀치거나 멱살을 잡는 등 충돌 끝에 일부가 연행됐다.
현장에서 공식 집계된 연행자는 4명이다. 모두 공무집행방해 혐의를 받는다.
또 노조에 따르면 충돌 과정에서 노조원 1명이 팔이 부러지는 등 총 4명이 부상해 병원으로 이송됐다. 다만 그중 1명은 응급조치 후 집회 현장으로 복귀했다.
결국 분향소는 경찰에 의해 철거됐고, 철거 이후 양측의 물리적 충돌은 잦아들었다.
이후 민주노총은 이날 오후 7시 20분부터 1시간 가량 촛불문화제를 진행한 뒤 해산했다. 애초 신고했던 야간행진은 진행하지 않았다.
건설노조 강한수 수석부위원장은 촛불문화제에서 마이크를 들고 "우리를 고립시키고 국민들로부터 외면받게 만들어 우리를 말려 죽이려고 하는 것이 저들(윤석열 정권)의 의도"라며 "양회동 열사의 유언과 이 투쟁이 윤석열 정권에 대한 투쟁"이라고 말했다.
이어 분향소를 철거한 경찰을 비판하며 "저들이 폭압적으로 (분향소 설치를) 막는다면, 내 집에서, 내 사무실에서 (양회동) 열사를 모시는 행동을 감히 제안드린다"고 덧붙였다.
민주노총은 앞으로 매일 평일 오후 7시, 토요일 오후 6시 30분마다 촛불문화제를 개최할 계획이다.
앞서 민주노총은 이날 오후 4시 20분부터 서울 세종대로 일대에서 '민주노총 총력투쟁대회'를 개최해 조합원과 시민 2만여 명이 운집했다.
이 자리에서 민주노총은 △노조 탄압 중지 및 노동 개악 중단 △양회동 열사 죽음에 대한 정부의 사죄 △노조법 2·3조 개정 등을 요구했다.
민주노총 각 산별노조는 오후 2시부터 용산구 대통령실 앞과 서대문구 경찰청 앞 등 도심 곳곳에서 사전 집회를 열기도 했다.
앞서 민주노총은 애초 다음날 오전까지 '24시간' 집회를 신고했으나 경찰은 교통혼잡을 이유로 이날 오후 5시까지만 집회를 승인했다.
집회가 예정됐던 시작 시각인 오후 4시보다 20분 가량 늦게 시작하면서 오후 5시를 넘도록 진행되자 경찰이 해산명령 방송을 하기도 했지만, 이 자리에서는 물리적 충돌이 일어나지 않았다.
경찰은 서울경찰청 8개 기동단 80개 중대(5천여 명)는 캡사이신 이격용 분사기 장비 3780개를 동원해 경비에 나섰다.
윤희근 경찰청장은 이날 오전 집회 경비를 주로 담당하는 서울 남대문경찰서를 격려 방문한 자리에서 기자들과 만나 "캡사이신은 현장 상황에 따라 부득이하게 사용이 필요하다고 하면, 현장 지휘관 판단으로 사용할 수 있도록 준비하라고 했다"고 말하며 강경 진압을 예고했으나, 이날 캡사이신 분사기는 사용하지 않았다.